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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장창준의 토요시사

북한은 왜 연평도를 공격했나?

by anarchopists 2020. 1. 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04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북측은 왜 연평도를 공격했나?

기다림의 전략으로 상징되는 MB 관리정책의 실패이고 선의의 무시로 상징되는 오바마의 관리정책의 파산이다. 지난 23일 북한의 연평도 공격을 말하는 것이다. 북측은 이번 공격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안정적 관리’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전쟁이냐 평화냐 두 개의 선택지만 남아있다는 것이며, 한미 양국이 어느 것을 선택하든지 다 준비되어 있다는 의사표시였다.

사실 이 같은 의사는 지금까지 계속 표현되어 왔다. 행동으로 옮긴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군 단독의 대잠훈련이 있던 8월 9일 북측은 서해 북방한계선 방향으로 해안포 130여발을 발사했다. 그 중 10여발은 NLL 남쪽으로 1~2km 지점에 탄착했다. 북의 해안포가 NLL을 넘은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미 북측은 “강력한 대응타격”, “우리의 경고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식의 경고를 한 바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해안포 사격은 남측군의 훈련이 종료된 직후에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남측의 경고 방송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대북 적대적 군사훈련에 대한 북측의 ‘경고성 행위’였다고 분석되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통일돋보기」 40호 참고)

미국을 호명한 북측의 연평도 공격
그 사건이 발생한 후 석 달이 되지 않아 남측의 ‘영토’에 포사격을 가함으로써 북측의 ‘경고’가 현실화된 것이다. 북이 처음부터 민간인 주거 지역에까지 조준사격 했는지, 아니면 교전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민간인 주거 지역으로까지 사격 범위를 넓혔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군부대가 되었건 민간이 지역이 되었건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북이 남측의 ‘영토’를 겨냥해 포격을 가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북측은 전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측이 왜 전쟁까지 염두에 둔 ‘극단적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 일부에서는 김정일, 김정은 후계구축 작업이 목표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북측이 도발을 하건, 대화를 하건 그런 모든 북측의 행위는 후계구축 작업과 관련되어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측의 행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남북 사이에 일정한 유화 국면이 형성되었다. 이산가족 상봉 모임을 갖고 비록 이렇다 할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남북 당국간의 대화도 진행되었다.

이 같은 유화국면은 북측이 ‘선 남북 관계 개선, 후 6자회담 재개(북미관계 개선)’이라는 틀에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동의의 배경에는 한미 사이의 강경한 입장과 중국의 설득 등이 작용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하튼 북측이 먼저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고 금강산 관광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자 민화협 라인을 통해 간접적인 당국간 회담을 이어가려는 시도도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같은 대화 시도는 이명박 정부에 의해 거절되었다. 북측으로서는 더 이상 ‘선 남북관계, 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북측은 8월 초의 경고를 현실화시키는 방향으로 노선을 급선회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번 연평도 공격은 첫째, 북의 노선이 ‘선 남북관계 개선’을 접고 ‘북미 직접 담판’으로 선회했음을 시사한다. 한반도의 취약한 고리인 정전체제를 강력하게 흔듦으로써 미국을 교전과 대화 중 어느 행동으로건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도였던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북측과 미국이 대좌했을 때 해결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둘째, 한반도에 전쟁이냐 평화냐 두 개의 선택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미국측에 전달하려는 행위였다. ‘정전체제의 평화적 관리’이니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이니 하는 것들은 결국 전쟁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현재의 상황은 바로 거기까지 왔다는 것을 미국측에(물론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될 것이다) 인식시키겠다는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의 전개 양상에 따른 향후 시나리오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 국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역할은 존재할 수 없다. 지난 23일의 혼란에서 확인되듯이 이명박 정부는 ‘단호하되 확전되지 않도록’이라는 애매모호한 입장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단호하게 대응하건, 확전되지 않게 대응하건 이명박 정부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처지에 놓여 있다.

따라서 29일 오전 10시에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은 비판을 면하기 위한 발언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담화문에서 밝혔던 ‘응분의 대가’라는 표현은 지난 5월 24일 천안함 관련 담화문에서 밝혔던 ‘자위권’보다 후퇴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교전 재발을 막기 위한 평화적 해법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의 역할은 현 교전 국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움직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오바마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의 전문가 집단도 중국이 북측의 ‘도발 행위’를 중단시키라는 요구이다. 그러나 그 같은 요구는 북ㆍ중 관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북측이 중국의 속국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전제는 현실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북측은 중국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미사일 발사 훈련과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측이 중국의 속국이라는 전제가 성립하려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했던 지난 북측의 행위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혹은 그게 아니라면 그 때와는 다른 최근의 ‘새로운’ 북중 관계를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그런 설명은 없다. 북측이 중국의 말에 ‘복종’했으면 하는 희망은 가질 수 있어도, 북측이 중국의 말에 ‘복종’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북측은 미국의 행동 여하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것이다.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과정에서 북측이 설정한 영해를 침범하는 훈련이 진행된다면 북측은 다시 연평도 공격과 유사한 혹은 더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군사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바로 앞에서 그와 같은 상황이 전개된다면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병력은 자동적으로 전쟁에 개입하게 된다.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이 ‘무사하게’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북측이 설정한 영해를 침범하는 훈련을 하면서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키는 데는 상당한 위험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북미 사이의 전쟁을 미국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특히 중국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제2의 한국전쟁은 결국 각각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있는 북ㆍ중 vs 한ㆍ미 사이의 전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두 개의 시나리오를 동급으로 놓고 전망하기에는 전자의 경우로 비화되어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그 결과는 너무나 참혹하다.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에 두고 긴박한 상황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당면한 과제
누구의 책임을 묻고 있기엔 현재의 상황은 너무나 긴박하다. 지금은 ‘전쟁반대’, ‘추가적인 충돌 반대’라는 유일한 구호를 갖고 반전투쟁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이다. 북측은 북측대로 남측의 책임은, 남측은 남측대로 남측의 책임을 묻는 상황은 전쟁을 촉진시키는 촉매제가 될 뿐 전쟁을 억지하는 방책이 될 수 없다.

남과 북은 즉각적으로 군사적 행동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서해상에서 전개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지금이라도 중단되어야 한다. 남과 북이 기존 통신 라인을 통해 일체의 군사행동을 동시에 중단할 것을 합의하고 남ㆍ북ㆍ미가 만나건 남ㆍ북ㆍ미ㆍ중이 만나건 6자회담이 재개되건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외교적 해법에 좌우가 있을 수 없으며, 여야가 있을 수 없으며, 민관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연평도 주민들의 고통을 통해 충분히 확인되었다. 더 이상 추가적인 확인은 필요하지 않다.

그 같은 견지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는 중국 외교부의 제의는 현실 타당한 측면이 많다. 만약 중국 외교부의 제의가 끝내 거절된다면 한반도의 긴박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해법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힘 대 힘의 대결밖에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중국 측의 제의를 거절하는 정도가 아니라 ‘외교적 무례’라고 비난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가장 빠른 외교적 해법을 발로 차버린 꼴이다.

이제 미국이 나설 차례이다. 이번 상황이야말로 미국이 한반도에서 평화를 원하는지 전쟁을 원하는지를 분명하게 확인시켜 줄 것이다. 미국마저 현재의 상황을 방치하고 중국측의 제의도 거절하고, 한미군사훈련을 강행해서 제2의 군사적 충돌을 불러온다면 미국은 한반도 전쟁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북미회담이건 6자회담 회담이건 조속한 대화만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는 길이다. 미국은 즉각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해 추가적인 군사적 충돌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며, 어떤 형태로든 북측과의 대화를 통해 현재의 전쟁국면이 평화와 비핵화의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이 진정 우리의 우방이라면 말이다. (2010.11.29., 장창준) 통일돋보기54호[http://nci.or.kr/bbs/tb.php/03_2_new/80]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다음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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