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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친환경농산물 결코 비쌀 수 없다

by anarchopists 2019. 11. 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3/04/14 07:35]에 발행한 글입니다.


친환경(무농약, 유기농) 농산물 값은
결코 비쌀 수 없다.


인간 삶의 모습은 의식주행(衣食住行)으로 집약된다. 이 용어는 중국의 유가주의 가치관에서 나왔기 때문에 의식주행으로 표현되지만, 사람주의 가치관으로 표현하면 식주의행으로 바꿔야 한다. 곧, 의(衣=겉모습을 치장하는)보다 식(食=먹거리)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인간은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크다. 그런데 중국의 유가주의 가치관은 예절을 중요시 했다. 그래서 식보다 의를 더 앞세웠던 모양이다. 요즈음 세태가 다시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 먹거리(식) 가치보다 겉치레(의) 가치를 더 중요시 한다. 그릇된 사회정서가 조성되고 있다. 자본주의 가치관 때문에 나온 잘못된 상식이다.

그러나 ‘먹는’ 문제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문제이다.
따라서 삶의 가치로 볼 때 주택보다는 의복이, 의복보다는 먹거리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값으로 따질 때도 사람의 삶에서 기본이 되는 먹거리 값은 가장 싸게 파는 게 마땅한 이치다. 곧 상식이다. 그럼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먹거리 값이 가장 비싸다. 이것은 자본주의 상인들의 농간과 지구촌 정부들의 잘못된 농업정책 때문이다. 그리고 농산물 생산자들의 잘못된 돈 인식 때문이다. 농사는 결코 자본주의로 돌아갈 수 없는 태생적 본질을 가지고 있다. 요즈음 세상은 농업과 농촌마저 자본주의화 되는 바람에 인류세계는 농산물 값에서 인위적 위험을 받고 있다.

그것은 지구촌에서 굶어죽는 이들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데서 증명이 되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지금 전 지구에서 식량부족으로 시간당 4,000명이 죽어나가고 있다. 그러니까 하루에 굶주려서 죽어나가는 인간이 96,000명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영양결핍 인구수는 약 10억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매년 1,800만 명의 5세 이하의 어린이가 기아와 설사병으로 사망하고 있다.(FAO, 2008) 이는 자본주의 상인들에 의해 식량이 무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볼 때, 먹거리는 자본주의 상업논리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상식을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요즈음 인간은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인류는 웰빙(참살이) 식품을 선호한다. 그러자, 자본주의와 국가정책에 오염된 농부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하여 친환경농산물(무농약, 유기농)을 생산하여 비싼 값으로 시장에 내놓는다. 이는 잘못된 농부들의 사회인식이고 자본가의 시장논리다.

친환경(무농약, 유기농)으로 생산되는 농산물은 생산비가 적게 든다. 글쓴이는 사과농사를 친환경(사실상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의 경우, 비료를 안 뿌린다. 풀약(제초제)을 안친다, 화학농약은 초기방제에만 몇 번 이용한다. 그리고 후반기는 모두 미생물(EM)로 방제를 한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소비자 단체에서 일손을 도와준다. 이렇게 되고 보니, 토양관리를 위한 유기농퇴비 값과 초기 병충해 방제를 위한 농약 값으로 생산비에서 미치는 비율은 매우 적다. 게다가 소비자 단체에서 일손을 도와주니 인건비가 안 든다. 이런 이유에서 생산비가 엄청 절감된다. 따라서 우리가 생산하는 과일은 거의 유기농 농산물 수준임에도 시중 소비자가격의 2/3 수준으로 소비자 손에 직접 들어가게 만든다. 중도매상 손을 거치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주변 농부들에게 말하면, 그들은 이런 상식에 반발한다. “친환경농산물은 일손을 많이 필요로 한다. 그래서 노동력을 보상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싸게 시장에 내야 한다. 친환경 농산물은 저장성이 없다. 그래서 상인입장에서는 유통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 시간에 팔아야 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건, 농부들의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사과생산의 경우, 일반 사과재배농민의 생산에 들어가는 노동시간은 평균 150일 정도이다. 그러나 친환경으로 사과를 재재하는 농가의 경우는 대략 180일이 소요된다. 그만큼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려면 노동력이 많이 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노동력(품삯)이 많이 들기 때문에 노동력을 보상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중심적 발상이다. 농민이 농사를 짓는 것은 자신도 먹고살기 위함이지만 인류와 이웃에 대한 봉사다. 도시의 산업사회에서 일하는 산업노동자도 생명유지와 봉사정신으로 일을 한다. 그런데 이를 나쁘게 악용하는 자본가와 국가 권력 때문에 인류에 대한 봉사정신은 사라지고 돈에 혈안이 된 부패되고 타락한 돈에 돈 사회가 되어 있다.

농부는 자본가와 도시를 닮지 말아야 한다.
농촌사회와 농부들은 자신의 생명유지 목적 이외에 타인의 삶에 대한 봉사정신을 함께 가져야 한다. 그래서 농부는 돈보다 건강에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러한 봉사정신에 바탕 한다면 좋은 농산물을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싸게 팔아야 한다는 것은 농부의 일반상식이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친환경 농산물의 경우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래서 부유층은 사먹을 수 있으나 돈의 여유가 없는 사람은 사먹기를 주저한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불평등과 인간적인 불공정이 조성된다. 인류는 평등한 사회, 상호부조의 사회로 가는 게 옳다.

따라서 세계의 모든 정부는 농산물 값을 싸게 팔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곧 친환경농상물이 싸게 유통될 수 있도록 그런 농부에게 생산비를 보장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협동조합도 일반 농산물에 비하여 친환경농산물을 싸게 팔도록 생협 운영의 기본구도를 바꿔야 한다. 소비자들이 생신지를 자주 방문하여 일손을 돕고 생산지농부들이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노력해야 한다.(2013. 4.12, 취래원 농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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