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일요 시론, 시평

청와(靑蛙)거사 의 경고

by anarchopists 2020. 1. 2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7/05 07:10]에 발행한 글입니다.

청와거사(靑蛙居士) 이야기

오늘은 거창에서 매실농사를 짓는 한 농부의 청와거사 이야기를 싣는다.

어제는 마지막 매실 따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있었다. 청개구리 한 놈이 느닷없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오른쪽으로 가라면 왼쪽으로 가고, 산으로 가라면 강으로 갔다는 청개구리. 어릴 적엔 청개구리 이야기를 들으면서 늘 생각했다. 저놈은 왜 그렇게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속을 썩였을까. 그리고는 안타까워했다. 제 엄마가 죽기를 바라고 그러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어미의 애를 태웠고. 그 탓으로 제 어미는 병이 나 죽었다.

청개구리가 제어미를 죽게 한 죄를 현 정권 하의 검사들은 어떻게 법적용을 할까.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결과적 존속살해죄(??)". 아니면, 고의에 의한 스트레스 주기로 존속을 사망케 한 '존속사망 방조죄'. 어떤 죄가 적용될 수 있을까. 법이란 옷나무 작대기요, 거미줄과도 같은 것이니. 요즘 같은 시대라면, 청개구리는 검사님 마음대로 죄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할 것 같다.

오늘 2MB는 자신의 임기 중에는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번에는 국민이 반대한다면 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다시 4대강 정비 운운하며, 이름만 바꿔 요란을 떨어왔는데 또 다시 무슨 요사모사를 부릴지 의문이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일에 홍수 피해 방지 운운하며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쏟아 부으려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전생(前生)이 청개구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정치적 위기 때엔 사과하는 척~, 국민의 숱한 반대엔 하지 않는 척하다가 조금 지나고 나면 비판언론을 목 조르며 이름만 바꾸어서 꼼수로 접근하는 그의 행동은 참으로 치졸하다.

매실 따기 일을 다 마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컴컴한 고속도로에서 장대 같은 장맛비를 만났다. 청개구리가 집안으로 들어오거나 심하게 울면 꼭 비가 온다는 옛 어른들의 이야기가 맞는가보다. 청개구리는 자연의 이치 속에서 비가 온다는 것을 알았기에 비를 미리 피하러 방안으로 들어왔던 게다. 그런데 자연의 이치를 모르는 우리 인간이 청개구리를 어미 말 안 듣는 자식에 빗대어 제멋대로 해석해왔는지 모른다. 청개구리는 이렇게 자신의 행동으로 우리에게 비가 엄청 올 것이라는 것을 경고해 주었다. 그럼에는 자연의 이치를 모르는 우리 인간은 청개구리의 경고를 무시했다. 결국 트럭에 실은 매실상자가 장대비에 흠뻑 젖고 말았다. 청구리만 못한 우리 인간이구나. 청개구리에 대한 법적용만 궁리하였지, 청개구리의 현명함에는 눈이 어두웠고 귀가 들리지 않았다. 인간된 자의 후회가 막급이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2MB의 지난 이력이 말해주는 여러 경고를 무시했다. 다만 “부자 만들어 주겠다”는 돈의 유혹(?)에 그를 선택하고 말았다. 지금 그 결과가 어떠한가? 청개구리의 경고를 무시했던 우리는 우리 식구만 비 맞는 피해를 보면 됐지만, 지도자 한 명을 잘못 선택한 이 나라도 그럴까. 그렇지 않다. 지금 온 국민이 절딴 나게 생겼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컴컴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청개구리 이야기를 다시 떠 울려 본다. 아니다. 나라님을 현명한 청개구리에다 비교한 생각이 오판임을 깨달았다. 내 생각의 취소다. 그는 아무래도 청와가 아니지, 서생(鼠生)에 더 가깝지. 아마 그럴꺼야. 땅에다 굴만 파대니 온 나라가 빗물에 무너져 내리게 생겼어.(만당, 매실 따는 농부, 2009. 6.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