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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일요 시론, 시평

인천도시축제, 과연 자격이 있나

by anarchopists 2020. 1. 2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7/12 18:13]에 발행한 글입니다.



인천도시축제, 과연 자격이 있나.

인천세계도시축전(이하, 인천도시축전)이 다음 달부터 80일간(8.7일~10.25)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 개최된다. 인천도시축제는 ‘내일을 밝히다(Lightening Tmorrow!)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다. 그리고 “환경문제의 해결방안과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미래도시상” 모색을 축제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지금 인천시 행정부는 도시축제 준비를 위한 인천 시내 정비에 여념이 없다. 도시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기분이다. 도로정비, 건물정비 외에 각 학교와 관공서의 담을 헐어 석축으로 단장하는 일. 전기선을 지중화 하는 일. 그리고 여러 군데에 자동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는 일 등등. 그러나 이번 도시축제 준비를 하고 있는 인천시의 북적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인천시가 이번 도시축제를 열만한 자격이 있는 도시인지 의문이 간다. 그래서 몇 가지 문제를 던져본다.

첫째, 이번 도시축제가 “환경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한다고 했다. 그리고 도시축제가 개최되는 중심지역이 송도경제자유구역이다. 그러면 송도경제자유구역은 어떤 곳인가. 인천의 상징으로서 아름답기로 유명했던 갯벌이 있던 곳이 아니던가. 다시 말하면, 바다생태를 파괴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환경파괴지역이 송도경제자유구역이 아니던가. 바로 생태환경을 파괴한 곳에서 그 이면을 감추고, 버젓이 ‘환경을 생각’하는 도시축전을 한다. 과연 이 말이 맞는 말일까.

둘째, 환경도시의 도로라고 하면 자전거도로가 상징으로 나타난다. 도시축전을 하는 인천에 자전거 도로가 있던가. 인천은 인도에다 보도블록의 색깔을 달리해 놓고 녹색 쪽은 자전거도로라고 표시해놓았다. 이렇게 되면, 사람도 다니기 어렵고 자전거도 다니기 어렵다. 이것은 눈감고 아옹 하는 짓거리다. 여기다 시에서 자전거도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인천의 자전거도로는 유명무실하다. 건널목과 인도의 턱이 높은 것은 고사하고, 자전거도로에 자동차 등이 점유하고 있다. 상점 앞은 상점들의 상품이 점유하고 있다. 이렇게 부끄러운 자전거도로를 가지고 있는 도시에서 “지속가능한 미래 행복”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도시축제를 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셋째, 바다도시 인천에서 도시축제를 한다면 적어도 바다냄새가 나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도시축제를 준비하는 인천의 모습에서 바다냄새가 하나도 안 난다. 인천도시축제를 도시축제답게 하려면, 이번 기회에 인천의 울타리인 해안선을 살려내야 했다. 해안선을 무작위로 점유하고 있는 공장부지와 군부대를 다른 데로 옮기고 인천 해안지역을 인천시민에게 돌려주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했어야 했다. 그리고 해안선의 군사철책도 완전히 걷어치우고 해상교통망을 구축했어야 옳았다. 바다라는 자연조건을 살려내지 못하는 이번의 인천도시축제가 과연 환경을 위한 도시축제라고 할 수 있을지.



넷째, “지속가능하고 행복한 미래의 도시”라고 했을 때, 이 경우는 인간의 육체적 수고가 없는 편리성 위주의 최첨단 기계화된 도심지 구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예초부터 주어진 그 지역의 자연환경 자체를 그대로 보호ㆍ이용하면서 인간의 화려한 허영을 최소화시키는 도심지 구성을 말한다. 그런데 이번의 인천도시축제는 어떤가. 너무 화려하다. 편리성 위주의 첨단기계 도시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허욕(虛慾)을 부추기는 거금을 쏟아 붓고 있다. 이게 “행복한 미래 도시상”인가.

도시축제를 준비하는 인천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문제가 자꾸 끄집어진다.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환경생태도시는 권력이 만드는 게 아니다. 그 도시의 시민들의 환경의식에 의해 장구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거다. 이렇게 도시축제를 빌미로 하루아침에 그것도 권력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인천도시가 과연 환경적 가치는 있는 것이며, 역사적 가치를 가질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이런 의문이 드는 또 한편에는 아마도 항간에 떠도는 말이 맞기 때문은 아닐까. 인천의 도시축제가 인천의 미래와 시민을 위한 게 아니고 시장 권력을 재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다. 개인이익을 위하여 ‘환경생태’, ‘행복한 미래도시’라는 외피를 쓰고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비난이 있다. (취래원농부, 2009.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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