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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

[천안함 사고] 전면전을 불사할 것이 아니라면...

by anarchopists 2020. 1. 1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5/0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전면전을 불사할 것이 아니라면.....

천안함이 침몰한 데 이어 남북관계도 침몰 지경에 이르고 있다. 금강산에 대한 정부 소유 부동산을 몰수한 데 이어 민간 소유 부동산을 동결했다. 금강산 관광 새사업자를 찾겠다고까지 했다. 현대아산이 파산직전인 상황에서 남측 기업이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해외 특히 중국이 금강산 관광의 새로운 사업자로 나서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쟁불사론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과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인가. 금강산 관광이 막히게 되면 이명박 정부는 만족할 수 있을까.

전면전을 불사하자는 것인가

천안함 사고와 관련하여 이미 언론에서는 군사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최선두에 서 있는 조선일보는 이미 4월 20일자 사설 “군사적 대응도 열어놓아야 외교에 힘이 실린다”며 ‘군사적 선택을 포함한 모든 선택’을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북한 해안봉쇄 검토할 만한 대응이다”라는 22일자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군사적 대응 필요하다”는 24일자 사설에서 군사 행동을 주문했다.

그것이 ‘자위’가 되었건 ‘보복’이 되었건 군사대응에 들어간다고 치자. 그들의 논리대로 한다면 ‘아무 이유없이 어뢰 공격을 일삼는 북한’이 남측의 군사대응에 가만히 있을까. 더 큰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래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다고 치자. 그래서 북측 장병은 한 500명 정도 죽고 남측 장병이 50명 정도 죽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치자. 그러면 문제는 해결되는가. 우리 장병 50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조선인민군 500명을 죽였으니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기뻐할 것인가.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걸로 끝날까. 북한이라고 보복공격을 하지 않을까. 그래서 북측이 다시 ‘자위’가 되었건 ‘보복’이 되었건 대대적인 군사력을 동원하여 남측 장병 5000명을 죽였다. 조선인민군이 500명이 죽었건, 10,000명이 죽었건 그건 계산하지 말자. 그러면 다시 남측은 더 큰 군사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현 남북관계 상황에서는 제한적 국지전, 제한전 보복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군사적 대응이라는 것은 결국 최소한 수천명의 사상자가 생기는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증거는 있는가

‘자위’가 되었건 ‘보복’이 되었건 그것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남측 당국이 주장하는 증거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했던 ‘북한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국제법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할 만한 결정적 증거’ 말이다. 그러나 언론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국제법적으로 남측의 ‘자위’ 혹은 ‘보복’ 차원의 대북 군사적 대응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만한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앞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무얼 근거로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인가. 무엇을 근거로 국제적 협력 즉 국제적으로 북한의 ‘어뢰 공격’을 비난하고 유엔안보리의 결의안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인가.


미군의 지원 없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가

보수세력들에게는 남북 충돌이 발생하면 미군이 지원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볼 일이다. 미국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군의 지원 요건은 ‘한국이 침략을 당했을 때’이다. 그러나 ‘북한의 소행’이 명명백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자위’ 혹은 ‘보복’ 차원의 대북 군사적 행동 그리고 그로 인한 남과 북의 군사적 충돌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발동 조건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남북 충돌에 미국이 개입한다는 것은 중국의 개입을 의미한다. 북중상호방위조약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과연 국제법적으로도, 한미상호방위조약 차원으로도 정당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불사할 것인가. 그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의 고위 관료들이 벌써부터 “한반도에서 전쟁이야기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남북 간의 충돌을 차단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는가.

한미연합지휘 체제 하에서 미국이 반대하는 대북 군사적 공격을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설령 그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미군의 지원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군의 지원이 없다면 더더군다나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은 장기전을 띠게 될 것이다. 만약 남북 군사적 충돌의 결과 수천명의 우리 장병이 죽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전쟁 확산 여론이 거세질까 아니면 전쟁 반대 여론이 거세질까. 만약 전쟁 반대 여론이 거세진다고 하면 이명박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게다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정전에 대한 요구를 강하게 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전쟁을 어느 만큼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MB가 반면교사해야 할 오바마의 대북접근

명백한 증거도 없이 그래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는 조건에서 북한과 장기적인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이명박 정부에게도 전혀 도움될 것이 없다. 그것이 실용적인 태도이고 이성적인 접근이다.

이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의 대북접근에서 한 수 배워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자신의 국민이 북한에 억류된 상태에서도 감정적 대응보다는 이성적 대응을 했다. 결국 북한의 요청을 받아들여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에 보내 두 여기자를 석방하였다.

만약 오바마 정부가 MB 정부처럼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접근을 했다면 두 여기자의 무사 귀환은 커녕 북미 관계가 악화되면서 두 여기자의 신변이 더욱 위태로워지는 결과가 초래되었을 것이다.

북측의 금강산 재산 몰수에 대해 남측 당국은 ‘강력 대응’ 기조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고 장병들의 영결식이 마치는 대로 강경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감정적이고 비성적인 접근이다. 그래서 금강산 문이 닫히고 그 여파로 개성공단 마저 닫히고 남북 관계가 군사적 충돌을 방불케 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오히려 남측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증폭되어 국가신인도가 하락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출구전략의 시점을 고심하고 있는 한국 경제 역시 다시 한번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는 것인가.

두 가지 조치로 극단적 파국은 막아야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남북 관계를 촉진시키는 촉매제가 될 뿐 아니라 남북관계의 결정적 악화를 가로막는 ‘완충지’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완충지’를 제거하는 악수를 쓴다면 결국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남측으로 돌아올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자충수가 되는 것이다.

시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금강산 쪽 남측 정부 소유 부동산에 대한 재산몰수를 했지만 민간 소유 부동산에 대해서는 동결에 그치는 단계적 접근을 하고 있다. 북측이 비록 국방위원회 고위 간부가 직접 나서고 있는 형국이지만 단계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일말의 희망이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남북 관계 파국을 막고 싶다면 그래서 남북 사이의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싶다면 두 가지 조치를 취하고 대북 대화를 제의해야 한다.

첫째,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소위 ‘정보 고위 소식통’의 입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국방부장관, 통일부장관, 외교통상부장관 등에 일체의 함구령을 내리고 천언함 사고와 관련한 모든 발언과 조치를 이명박 대통령의 입으로 창구단일화 함으로써 북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요소를 없애야 한다.

둘째, 소위 3대 전제조건을 즉각 철회하고 조건 없는 금강산 관광 재개입장을 즉각 밝혀야 한다. 이미 북측은 3대 조건에 대한 북측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관광객의 신변안전은 북측 사회의 특성상 그 어떤 법률이나 제도적 장치보다 상위에 존재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안전 담보’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일단 관광을 재개하고 그에 따른 실질적인 후속 조치들은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추진되지 않는다면 남북 관계는 그야 말로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감정적 대응을 하면 기분은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정은 대통령이나 관료들의 기분을 푸는 수단이 아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는 감정적 결기가 자칫 60년의 세월을 잃어버리고 한국전쟁 시기로 되돌아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이명박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장창준 연구원)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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