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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평화

[제4강] 혁명과 갈아엎기를 외친 함석헌

by anarchopists 2020. 2. 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8/12/10 09:31]에 발행한 글입니다.


4. 총체적 혁명과 탈바꿈이 필요한 시점
- 혁명과 갈아엎기를 외친 함석헌


김영호(씨알사상연구원 원장,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함석헌이 설정한 이상이나 의제로 볼 때 민족공동체는 지금 어디쯤 와있는가.
그 이상에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극복이 들어있다. 아직도 민족국가 시대에 머물러 그 사명을 완수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명의 완수는 지구공동체에 편입되든가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통일국가로 복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난국은 경제적 차원만이 아니다.

남북관계는 물론, 사회 어디를 봐도 꽉 막혀있다.
그래도 자유로운 사회라고? 농담하지 마시라. 사회가 각종 연줄(혈연, 지연, 학연, 종교 줄, 재벌 줄)로 꽁꽁 묵혀있다. 그 연줄 망 속에 뚫고 들어가려고 부모나 자식이나 발악을 하고 있다면 험한 말일건가.

자유롭다면 거미줄을 만들어놓고 그 속에 갇힌 거미의 신세 같은 것인가. 청소년들은 몸으로 정신으로 죽어가고 있다. 출세가도에서 줄서기를 연습하는 로봇들이 되간다. 살아있다고 할 수 없다. 자살률 등 세계최악의 지표들이 그것을 가리킨다.

이 상황을 지적,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해야할 지식인들(주로 교수들)은 눈앞의 자기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기회주의자들일 뿐이다. 함석헌이 그것을 놓칠 리 없다. 그는 자주 경고했다.

“지성인은 늘 회색이라 기회주의자라는 비난을 듣는 것을 잘 알아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특권계급에 붙으렵니까. 민중에 붙으렵니까. 정몽주가 되렵니까. 김부식이 되렵니까. 김시습을 따라 미치기라도 하렵니까. 신숙주를 따라 숙주나물이 되렵니까. 지식은 잘못을 합법화하고 죄악을 정상화하는 데 쓰잔 것 아닙니다.”('썩어지는 씨알이라야 산다')

이제 단면적인 변화나 부분적인 개혁만으로 부족한 형국이다. 제동 없는 탐욕이 한국인의 속성이 되어버렸다. 이제 막다른 골목에 왔다. 더 이상 시행착오를 할 여유가 없는지도 모른다. 함석헌이 말하는 총체적 혁명과 탈바꿈 아니고는 될 수 없는 전환점에 이르렀다. 제도, 의식, 정신, 사고방식, 가치관의 뒤집음이다. 그것이 근원적인 치유법을 강조한 한의사 함석헌이 내린 처방이었다. 사회가 하도 암담하게 보여서 그는, 어쩌면 오해받기 쉬운, 민족개조론까지 들고 나왔다. 결국 공동체구성원들의 문제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함석헌적 사유의 특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발휘된 혁명사상은 민족공동체를 넘어 인류사회 전체로 확대된다. 정치제도 면에서 군주제에서 인류사회가 민주제로 이행해야 하듯이 함석헌은 생물학적 진화론과 병행하는 인류사회의 진화를 갈구했다.

개인과 사회의 끊임없는 진화와 탈바꿈이 생명의 원리이다. 단순한 변화나 개혁이 아닌 혁명적 도약이 필요하다. 새 인류가 나와야 한다. 이대로는 참다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다. 국가라는 이름 밑에 백성을 짜먹고 전쟁을 일삼으며 국민과 타민족에게 죄악을 저질러온 국가(지상)주의는 벗어던져야할 낡은 껍질이다.

함석헌의 사회진화론은 민족, 인류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명계(온 생명) 전체로 확대된다.

“민족도 오히려 작아. 이젠 세계만이 아니라 온 생명, 동물, 식물에까지 우리가 한 식구로 생각을 하지 아니하고는 살아갈 수가 없는 단계까지 왔어.... 이 앞의 세상은 전체주의가 -히틀러가 그 따위 소리했던 그런 의미가 아니고- 참 의미의 인간이 하나 되는 것, 내나라 네 나라 그 따위가 아니라 너도 나도 ‘하나’로 살게 되는 것, 그럭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는 시대가 된 거니까, 그런 것이 사랑으로 해 그럴 때가 올 꺼다..... ”('우리 민족의 이상')

여기서 전체론적 생명공동체론에 이른다. 근간 논의되는 생태환경 보존의 근거가 들어있다. 새로운 철학적 사유, 생명연기론, 존재론이 전개된다. 인식론적으로 함석헌은 ‘생각’을 앞세웠다. 생각은 단순한 너/나의 이분법적 사고에 머물지 않고 진리와 실체의 깨달음이나 계시의 경지로 인도한다. 생각은 개인으로서 출발할 수밖에 없지만, 개인의 생각은 한계를 지닌다. 집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삶의 두 축인 역사(시)와 사회(공)가 교차하는 삶의 현장, ‘지금 여기’에서 함께 사고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백성’이 될 것을 강조했다. 전체로 사고하여야 전체가 사는 길이 찾아진다. 홀로 동떨어져 사고하지 말고 집합체, 공동체의 성원으로서 함께 사고해야 한다. 개인중심의 사고가 전체중시의 사고로 이행해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순서가 거꾸로 되어야 한다.

세계평화가 내 마음의 평화를 우선한다. 개인구원은 불가능하고 전체구원, 사회구원만이 가능하다. (이 선언은 제도종교에 대한 도전이요 경고이다.) 천당이든 지옥이든 함께 가야한다. 보살정신이 이것이다.

"내게는 이제 믿는 자만이 뽑혀 의롭다 함을 얻어 천국 혹은 극락세계에 가서 한편 캄캄한 지옥 속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는, 보다 많은 중생을 굽어보면서 즐거워하는 그런 따위 종교에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 나는 적어도 예수나 석가의 종교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혼자서 안락하기보다는 다 같이 고난을 받는 것이 좋다. 천국이 만일 있다면 다 같이 가는 데가 아니겠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인류의 정신적 진화를 위하여 새로운 윤리, 새 교육, 새 종교가 나와야 한다. 지금 것들은 낡은 군주주의, 제국주의, 국가주의의 산물이다. (그 산물의 하나가 ‘국민 학교’였다.)

종교, 도덕, 철학이 달라질 것입니다. 마치 오늘 우리가 남양이나 아프리카의 토인들의 종교를 보고 이상한 생각을 하듯이 미래의 인류는 오늘 우리의 종교, 도덕, 철학을 역사나 고고학적 유물에서 읽으며 지구인들은 일찍이 이런 생각을 한 시대가 있었다고 대단한 호기심과 가엾이 여기는 생각으로 말을 할는지 모릅니다. 더구나 이 전쟁을 뼉다구로 삼는 이 문명을 그리 생각할 것입니다. 이 생명, 이 우주는 진화하는 우주요 생명입니다.

내일은  제 5강 정보화시대를 헤쳐나갈 길잡이와 새고전이 필요할 때- 함석헌의 말글이 있다.가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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