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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평화

[제5강] 정보화시대를 헤쳐나갈 길잡이, 함석헌의 말글이 있다

by anarchopists 2020. 2. 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8/12/12 06:32]에 발행한 글입니다.


5. 정보화시대를 헤쳐나갈 길잡이와 새 고전이 필요할 때 -
함석헌의 말글이 있다

김영호(씨알사상연구원 원장, 인하대하교 명예교수

현대인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딘가로 휩쓸려가고 있다.
정보화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목적과 방향이 확실할 때에만 축복이 된다.

함석헌은 문견(聞見)(information)보다 ‘성질변화’(transformation) 즉 근원적 탈바꿈을 강조한다. 이용하기 나름이라면 지침이나 나침판이 필요하다.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책중의 책이라는 성서와 경전들도 많다. 부분적 진리를 전해주거나 시대에 맞는 해석이 필요한 것들이다. 현실에서 이상까지 폭 넓고 깊은 사유와 실천방법론을 제시한 이 시대의 고전이 잇다면 좋을 것이다.

어느 책보다도 함석헌의 말글 묶음이 그 기능을 할 수 있다. 우리와 같은 공간과 환경을 공유하고 지금과 가까운 동시대에 조금 더 먼저 살았던 인물의 사유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아무데나 펴고 읽으면 감응이나 성찰을 하게 만드는 교훈이 담겨있다.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감응이나 영감을 일으킬만하다. 그렇지 않다면 독자가 글 같지 않은 글, 말 같지 않은 말에 잘못 길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햄버거와 감자튀김, 피자에 맛 들여 우리 음식의 깊은 맛을 잃어버리듯이.

함석헌의 사유체계에서 빠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종교이다.
그는 모든 가치의 궁극적 기준을 종교에 둔다. 그가 말하는 종교는 조직종교라기보다는 모든 그 종교들의 공통적인 원형, 모태에 해당한다. 함석헌에게 하나님이 인격적 신으로만 간주되지 않고 간디에게처럼 진리나 실체, 또는 ‘뜻’으로 이해되기도 하다.

그런데 함석헌은 조직종교 가운데 기독교를 가장 중요하게 언급한다. 그것은 거의 누구에게나 그런 것처럼 그의 성장배경과 환경 속에서 주어진 문화였다. 우연이라면 우연이라 할 수 있고 필연이라면 필연이랄 수도 있다. 그는 그의 신앙이 성숙해지면서 신앙에 (잘못) 묻어온 배타주의적, 독선주의적 종교관에서 벗어났다. 그는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뜻으로 본 한국역사>로 바꾸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고난의 역사라는 근본 생각은 변할 리가 없지만 내게 이제는 기독교가 유일의 참 종교도 아니요, 성경만 완전한 진리도 아니다. 모든 종교는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하나요, 역사철학은 성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타나는 그 형식은 그 민족을 따라 그 시대를 따라 가지가지요, 그 밝히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 알짬이 되는 참에서는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한 종교의 ‘성서’가 다원주의적, 보편적인 ‘뜻’으로 바뀐다. 종교관의 확대이다.

위에 인용한 글들은 몇 가지 예일 뿐이다. 특별히 골라내지 않더라도 그의 글은 이런 직설적이고 설득력 있는 표현과 주장들로 가득차있다. 인류구원이 걸린 거대담론이 전개된다.

함석헌은 20세기를 산 많은 청년, 지식인, 민중들을 감동시켰다. 당시 사람치고 <씨알의 소리>를 못 읽었거나 적어도 이름이라도 들어보지 못했다면, 그는 시대정신에 충실한 청년시대를 보내지 못한 보수층 집안 출신이기 쉽다.

이 잡지는 장준하가 발간하다 폐간당한 <사상계> 정신을 이으면서 거기에 ‘씨알’ 개념이 대표하는 새로운 사상을 얹힌 민중의 신문고(申聞鼓)였다. 그는 ‘시대의 양심’, ‘시대의 예언자’였다. 그 자신은 ‘광야(빈들)의 소리’요 그냥 ‘맨 사람’이라 했다. 군사정권은 눈엣가시 같은 그를 일러 ‘정신분열증 걸린 할아버지’(김종필)’라 매도했다.

그를 종교인(개신교 크리스천, 무교회주의자, 퀘이커), 사상가, 철학자, 역사가, 언론인, 문명비평가, 교육자. 시인, 시민운동가. 비폭력평화주의 제창자 등 여러 가지로 말할 만큼 그의 사상과 실천은 어느 한 분야로만 자리매김할 수 없다.

그러니 아주 쉽게 말한다면 뭔고 하니 미래에 있어서는 전쟁이 없어질 것, 또 하나는 돈이 없어질 것입니다. 돈 없이 어떻게 살아요, 그러지만, 이 돈 때문에 이렇게 못 사는 거야요. 돈이 있어서 그 동안 사회, 문명이 발달되는 것에 도움을 많이 줬어요. 그렇지만 돈이 있고 보면 모든 걸 멋대로 하려 그래. 미국을 보세요. 미국이 얼마나 악한 거야. 그 미국이 악한 건 돈이 있으니까 자금을 대줘가지고 남의 나라 싸움시키고 그러잖아요? .... 어쨌거나 하늘나라가 만일 -하늘 어디 장소적으로 있겠소만- 있다면 거기 돈이 없단 말이야. 하늘나라 거기 돈이 있다면 난 안 갈거야.” (우리민족의 이상 2권,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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