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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평화

[제3강] 함석헌- 독재와 싸운 평화주의자

by anarchopists 2020. 2. 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8/12/24 09:00]에 발행한 글입니다.

독재와 싸운 ‘싸우는 평화주의자’

김삼웅(전 독립기념관 관장)


오늘날 정치권의 행태나 대형교회들의 짓거리, 보수세력의 걸핏하면 친북좌경으로 몰아치는 매카시즘,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에서 반세기의 시공을 뛰어넘는 함석헌 언론사상의 빼어남을 접하게 된다. 함석헌은 일제, 공산주의, 이승만, 박정희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세력과 피나는 싸움을 벌였다. 그때마다 옥고를 치르고 고난을 겪었다. 싸우는 방법은 비폭력저항이었다. 하여 ‘싸우는 평화주의자’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다음으로 1960년대, 박정희 시대에 집필한 논설 중에 몇 대목을 발췌한다. 박정희의 5ㆍ16군사쿠데타로 온 나라가 살얼음판이 되고 언론인ㆍ지식인들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을 때, 맨 먼저 5ㆍ16을 비판한 글이다.

내 보기에 걱정은 이 혁명에 아무 말이 없는 것이다. 사실은 말이 없지 않은데, 만나면 반드시 서로 묻는데, 신문이나 라디오에는 일체 이렇다는 소감 비평이 없다. 언론인 다 죽었나? 죽였나? 이따금 있는 형식적인 칭찬 그까짓 것은 말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이 총칼보고 겁을 집어먹었지? 겁난 국민은 아무것도 못한다. 국민이 겁이 나게 하여가지고는, 비겁한 민중가지고, 다스리기는 쉬울지 몰라도 혁명은 못한다. 다스리기 쉽기야 죽은 시체가 제일이지, 시체를 업어다 산위에 놓고 스스로 무슨 공(功)이 있다 할 어리석은 사내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공동묘지의 매장인부 아닌가?

  이번 군사혁명은 먼젓번 학생혁명에서 일단 낮아진 것을 아는 말이다. 그때는 맨주먹으로 일어났다. 이번은 칼을 뽑았다. 그때는 믿은 것이 정의의 법칙, 너와 나 사이에 다 같이 있는 양심의 권위와 도리였지만, 이번은 믿은 것이 총알과 화약이다. 그만큼 낮다. 그때는 민중이 감격했지만, 이번은 민중의 감격이 없고 무표정이다. 묵인이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낮다.

  이승만은 함석헌을 국가보안법으로 옭아 서대문형무소에 수감하고, 천주교 신부 윤형중은 “공산당 오열(五列)의 냄새가 난다”고 용공좌경으로 몰았다. 윤형중신부는 그후 민주화운동에 몸 바치고 모든 유산을 민주화운동가들에게 남겼다. 박정희정권의 투 맨이라는 김종필은 ‘정신분열증 노인’이라 인격을 모독하고, 정부기관지 역할을 하던 신문은 “함 씨야 말로 민중에 대한 반역이요, 국가에 대한 이적을 감행하는 죄과를 범하고 있는 현행범인인 것이다. 민중의 이름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처벌되어야 할 간첩 이상의 파괴 악질분자인 것이다.”라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럼에도 함석헌은 ‘할 말’을 했다. 보통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함석헌은 1962년 2월 미국무성 초청으로 도미하여 미국에 이어 유럽을 시찰하다가 박정희의 민정참여 소식을 듣고 1963년 6월 급거 귀국했다. 군정종식과 민정참여 반대를 위한 격렬한 논설이 한 신문에 7월 13일부터 5일 동안〈3천만 앞에 울음으로 부르짖는다〉라는 주제로 쓰였다.「박정희님에게」,「정치인들에게」,「군인들에게」,「학생들에게」,「민중에게」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이 글은 그야말로 언론인 함석헌의 용기와, 명쾌한 논지로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함석헌은「박정희님에게」에서 “박정희님, 내가 당신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라고, 육군대장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나는 당신을 양심을 가지고, 이성을 가지는 인간 박정희님으로 알고 대하고 싶습니다.” 라고 전제하고, “여러분은 여러 가지 잘못을 범했습니다. 첫째 군사쿠데타를 한 것이 잘못입니다. 나라를 바로 잡자는 목적은 좋았으나 수단이 틀렸습니다. 그리고 수단이 잘못될 때 목적은 그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여러분은 나라의 기본되는 헌법을 깨치고 직접 정치에 손을 댔을 때 후에 올 수 있는 모든 군사적 동란의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여러분이 정말 나라를 사랑하고 정의를 위하였거든 마땅히 무기를 들지 말고 비밀리에 일을 꾸미지도 말고 정정당당하게 청천백일에 내놓고 항의를 했을 것입니다.”라고 준열하게 꾸짖었다. 이어 “박정희님, 당신이 정말로 나라를 사랑한다면 이제 남은 오직 하나의 길은 혁명공약을 깨끗이 지킬 태세를 민중 앞에 보여주는 일입니다. 그 다음 일은 당신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라고 민정에 참여하지 말 것을 엄숙히 경고했다.

함석헌은 박정희의 쿠데타와 민정참여를 두고 “군사적 동란의 길을 열었다.”고 비판했다. 마치 뒷날 전두환 세력의 12ㆍ12와 5ㆍ17 군사동란을 예상한 듯이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 주변에는 어용언론인, 어용지식인들이 떼로 몰려든다. 수준이 낮은 독재 권력자의 주변일수록 이성을 잃은, 광신적 맹신적인 글쟁이들이 모여든다.

함석헌의 신문 연재가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정부기관지에 정체도 밝히지 않는 ‘박달수’ 즉 ‘박달나무’ 라는 폭력성의 가명인이〈함석헌씨의 ‘울음으로 부르짖는다’를 박함〉이라는 글을 4회에 걸쳐 연재했다. “〈3천만에게 울음으로 부르짖는다〉라는 억지 울음의 연극배우-협조와 건설을 부르짖는 이 나라에서 분열과 파괴를 노리는 함 씨의 악랄한 매명선동, 안정과 긍정을 찾고 있는 이날 이 겨레에 불안과 부정을 던져주는 함 씨의 너무나 역리적인 소영주의관…”




김삼웅 선생님은
■ 고려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시고 대한매일신보(현 서울신문) 주필로 계시다가 그후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민주화명예회복과 보상심의위원회 위원과 독립기년관 관장을 지낸바 있으시다. 지금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 선생님은 최근에 "책벌레들의 동서고금 종횡무진"을 쓰셨고, 날카로운 필치로 주로 인물평전을 많이 쓰셨다. "안중근평전", "백범김구평전", 녹두전봉준평전", 만해한용운평전", 단재신채호평전" 등이 있으며 지금은 오마이뉴스에 "장준하평전'을 연재하고 계신다.
/함석헌평화포럼

내일은
"함석헌을 말한다"-
김삼웅 선생님의
정신분열증 환자, 제5열 소리 듣고도 ‘할 말’
이 연재되어 나갑니다. 많은 열독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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