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게릴라전 주창, 전사로 나서
김삼웅(전 독립기념관 관장)
이 무렵 함석헌은『사상계』에 한국언론사상 ‘유별난’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제안이라기보다 주창이고 자기확신의 선언이었다.「언론의 게릴라전을 제창한다」는 글은 함석헌 언론철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글은 본래 서대문형무소로 장준하『사상계』사장의 면회를 갔다가 청탁을 받고 쓴 글이다. 장준하는 박정희 대통령을 “밀수왕초”, “존슨이 온 것은 한국 청년의 피를 더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가 국가원수 모욕죄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글의 일부를 발췌한다.
말인 즉, 대통령을 밀수왕초라 했고 존슨이 온 것은 한국 청년의 피를 더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기 때문이라 하지만 그것은 꺼리가 될 뿐이고 정말 까닭은 군사정권 이래 오늘까지 이 정권과 싸워왔기 때문 아닌가? 존슨이 왔던 것이 월남전쟁 때문인 것은 과학적인 사실 아닌가? 대통령이 밀수왕초라 하는 것은 춘추필법 아닌가?
박정희의 장준하 투옥을 신랄하게 비판한 함석헌은 이 글의 주제에 이르러 더욱 필봉의 날을 세운다. 언론의 게릴라전을 펴라는 주장이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언론의 게릴라전이다. 국민의 양심을 대표하던 사상계가 경영이 극도로 어려워졌다. 읽고 싶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계획적으로 하는 압박 때문이다. 이것은 전쟁에서 대규모의 정규군의 싸움의 시대가 지나가고 게릴라전이 그 승부를 결정하듯이, 언론에서도 큰 신문 큰 잡지로 여론을 지배해 가던 시기는 지나간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규군이 깨지면, 그 패잔 부대를 무수한 게릴라 부대로 재편성하여 대부대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방방곡곡으로 보내어 도리어 승리를 거둘 수 있듯이 우리 사상의 싸움에서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전차간에서나 버스간에서나, 결혼식에서나, 장례식에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우리의 정의혁명 사상을 고취하고 지금 잘못된 정치의 비판을 하자는 것이다.
비판자들은 흔히 함석헌의 글이 논리성이 모자라고 추상적이라 비난한다. 선지자에게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함석헌은 ‘언론 게릴라’들이 취할 방법론을 제시한다. 함석헌의 ‘언론게릴라전’은 40여 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 인터넷을 통한 쌍방통행식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이르렀고, 인터넷신문『오마이뉴스』의 기자는 ‘언론게릴라’ 라고 부른다. 제도언론이 제구실을 하지 못함으로써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6,7월의 촛불시위 때 시민들이 어용신문사에는 쓰레기를 던지고 정론신문과 인터넷신문에는 ‘꽃다발(광고)’을 안겨준 것이 지금 깨어나고 있는 민중의 언론관이다. 함석헌의 ‘언론게릴라전’의 현상이 뒤늦게나마 나타난 것이다.
박정희의 직선제개헌으로 장기집권 체제가 구축되면서 공룡처럼 거대화, 비대해진 제도언론은 권력ㆍ재벌과 권ㆍ재ㆍ언의 유착 관계를 맺게 된다. 이후 타락한 언론의 속성은 권력 중에서도 개혁이나 진보성향의 정치세력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독재ㆍ보수정권과 유착해왔다. 함석헌이 ‘언론게릴라전’을 주창할 때는 이미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권ㆍ재ㆍ언의 유착관계가 고착화되면서 함석헌은 제도언론에서 지면을 빼앗긴 논객이 되었다. 권력의 향방이 불투명할 때는 하루에 4쪽, 8쪽짜리 신문들이 다투어 가면서 4,5일 동안씩 1쪽 전면을 할애하던 신문들이 1인 권력 구조가 굳혀지면서 그의 ‘할 말’을 봉쇄해버렸다. 기회주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 선생님은 최근에 "책벌레들의 동서고금 종횡무진"을 쓰셨고, 날카로운 필치로 주로 인물평전을 많이 쓰셨다. "안중근평전", "백범김구평전", 녹두전봉준평전", 만해한용운평전", 단재신채호평전" 등이 있으며 지금은 오마이뉴스에 "장준하평전'을 연재하고 계신다.
/함석헌평화포럼
내일은
김삼웅 선생님의 "함석헌을 말한다"
마지막회
"함석헌의 씨알의 소리 창간'이 연제됩니다.
끝까지 많은 열독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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