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일 개인잡지 『씨알의 소리』창간
김삼웅(전 독립기념관 관장)
박정희는 1969년 3선개헌을 해치우고 영구집권 체제에 들어갔다. 장준하의『사상계』는 고사 과정을 거쳐 부완혁에게 넘어가고, 3선개헌 반대투쟁에 앞장섰던 무소속 논객 함석헌은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되었다. 민주주의는 날이 갈수록 형해만 남게되고 씨알의 권리는 사정없이 짓밟혔다. ‘언론게릴라전’을 주창했던 함석헌은 스스로 게릴라로 나섰다.
함석헌이 개인잡지『씨알의소리』를 창간할 때 우리 나이로 70살이었다. 요즘이야 평균수명이 70살을 훨씬 넘어섰지만 당시에는 ‘인생70 고래희’의 시대였다. 개인이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마무리를 할 연배였다. 주위에서 말렸다고 한다. 함석헌은 “사람이 일을 하려면 세 가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데, 밥 굶을까, 감옥갈까, 죽을까 겁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는 이 말을 그대로 실천한 셈이다.
『씨알의소리』는 1970년 4월호로 창간되었다. 시국은 갈수록 어지러워지고, 지면은 철저히 봉쇄당하고『사상계』는 부완혁에게 넘어가서 원래 주인에게 돌아오지 않는 상황이었다.〈나는 왜『씨의 소리』를 내나〉의 창간사는 함석헌의 언론(신문)에 대한 인식과 언론사상을 보여주는 텍스트이다.
미운 것은 신문입니다. 신문이 무엇입니까? 씨알의 눈이요 입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씨알이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가리고 보여주지 않고, 씨이 하고 싶어 못 견디는 말을 입을 막고 못하게 합니다. 정부가 강도의 소굴이 되고, 학교ㆍ교회ㆍ극장ㆍ방송국이 다 강도의 앞잡이가 되더라도 신문만 살아 있으면 걱정이 없습니다. 사실 옛날 예수ㆍ석가ㆍ공자의 섰던 자리에 오늘날은 신문이 서 있습니다. 오늘의 종교는 신문입니다. 신문이 민중을 깨우고 일으키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민중이 정말 깨면 정치강도 무리 집어치우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민중의 눈을 쥐고 입을 쥐고 손발을 쥐고 있으면서 그것을 아니합니다….
그래서 나는 정치강도에 대한 데모를 할것 아니라, 이젠 신문을 향해 데모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국민이 생각 있는 국민이면 누가 시키는 것 없이 불매동맹을 해서 신문이 몇 개 벌써 망했어야 할 것입니다.
함석헌은 제도화한 신문, 비판기능을 상실한 신문에 대해 비판하고 언론개혁을 위해 씨알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같은 당위는 지난 6,7월의 촛불시위 때에도 이슈가 되었던 것이고, 지금도 양식있는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현재진행형의 과제가 되고 있다.
글을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 함석헌의 언론사상은 고금동서의 다층ㆍ다양한 철학과 사상을 ‘함석헌 저수지’에 끌어들여 이것을 수렴하고 체계화하고 실천했다.
모세의 들사람, 소부(巢父)ㆍ허유(許由)의 무욕, 노자ㆍ장자의 무위, 디오게네스의 자유, 원효의 무애, 김시습의 오줌, 엄자릉의 탈권위, 조광조의 언로, 휘트맨ㆍ셀리의 저항, 소로우의 자연, 샤르댕의 우주적 명상, 간디의 비폭력저항, 조지 폭스의 퀘이커를 자기화하고 이론화하고 행동화했다.
다시 이를 요약하면 자유ㆍ성역파괴ㆍ비폭력저항의 아나키즘과 맞닿는다. 그의 생애는 아나키즘적인 요소가 강하고, 특히 언론관, 언론사상을 분석하면 다분히 아나키즘적이다. 그는 “죽은 언론계에 언제나 생기와 양심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참된 언론인”, 그래서 아나키스트언론인이다. 그의 언론사상과 언론투쟁의 결실은 정직하고 의롭고 그리고 용기 있는 사람들의 과제가 되고 있다.
■ 선생님은 최근에 "책벌레들의 동서고금 종횡무진"을 쓰셨고, 날카로운 필치로 주로 인물평전을 많이 쓰셨다. "안중근평전", "백범김구평전", 녹두전봉준평전", 만해한용운평전", 단재신채호평전" 등이 있으며 지금은 오마이뉴스에 "장준하평전'을 연재하고 계신다.
/함석헌평화포럼
그동안
김삼웅 선생님의
"함석헌은 말한다'-함석헌의 언론사상과 언론투쟁"을
끝까지 읽어주신 오마이누스 독자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내일(12월 29일)부터는
한신대 명예교수 김경재 교수님의 "함석헌을 말한다"가
일주간 연재될 예정입니다.
계속해서 많은 열독바랍니다.
감사를 드맂ㅂ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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