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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

[장창준] 북한, 당 규약 개정 - 공산주의 삭제, 평화공존 의사 천명

by anarchopists 2020. 1. 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0/23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북한, 당규약 개정
공선주의 삭제, 평화공존 의사 천명

북측의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와 그 전후하여 가속화된 김정은 후계 문제로 인한 ‘세습논란’ 때문에 ‘공산주의’라는 문구를 삭제한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이 갖는 의미가 묻히고 지나간 듯 하다.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긴 했지만 대체적인 기류는 “공산주의는 삭제했지만 적화통일노선을 바꾼 것은 아니다”였다. 통일돋보기 46호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종북 논란’ 부추기는 경향신문 사설에 부쳐”라는 그 아래 절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 문제가 묻히고 지나간 듯 하다.

그러나 공산주의 삭제는 그 정도로 평가절하시킬 문제는 아니다. 개정 이전의 표현을 먼저 보자.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의혁명의 과업을 완수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이전 규약)

조선노동당의 당면목적을 북반부와 전국적 범위로 나누어 전자에서는 ‘사회주의 완전한 승리’를 후자에서는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의혁명 과업 완수’로 적었으며, 최종목적(궁극적인 목적)으로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 건설’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 대목이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아래와 같이 바뀌었다.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 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데 있다.”(2010년 당대회에서 개정된 규약)

형식은 이전 규약과 같지만 표현이 바뀌었다. ‘사회주의 완전한 승리’는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로, ‘인민민주주의혁명 과업’ ‘민주주의혁명 과업’으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은 ‘인민대중의 자주성 실현’으로 바뀐 것이다.

표현만 바뀐 것일까. 내용은 전혀 바뀐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물론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라는 표현을 갖고 ‘뭐가 바뀌었냐’ 할 수 있지만 바뀐 것은 바뀐 것이다. 논리적으로 ‘주체사상화’가 곧 ‘공산주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바꾸었을까. 이에 대해 다양한 차원에서 다양한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남북관계의 측면에서만 놓고 보자.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부터 남측 당국은 물론 북측과 교류했던 많은 남측 인사들이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당규약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해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공산주의 문구를 삭제한 것은 북측이 남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공산주의’라는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적화통일노선’의 의혹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북측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평화공존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북측이 남측의 의구심을 해소하며 평화공존 의사를 밝히고 있음은 다른 부분의 개정에서도 확인된다.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국주의 침략군대를 몰아내고 식민지 통치를 청산하며 그리고 일본 군국주의의 재침기도를 좌절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남조선 인민들의 사회민주화와 생존권투쟁을 적극 지원하고 조국을 자주적 평화적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기초하여 통일을 이룩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투쟁한다.”(이전 규약)

에서와 같이 ‘식민지 통치를 청산한다’는 표현은 남측 사회를 ‘식민지’로 규정한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상당히 논란이 되어 왔던 표현이다. 그러나 이 표현도 이번 당대표자회 때 아래와 같이 개정되었다.

“조선노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 침략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 군국주의의 재침책동을 짓부시며 사회의 민주화와 생존의 권리를 위한 남조선 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 성원하며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고 나라와 민족의 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개정 규약>

와 같이 고쳤다. 정리하자면 북측은 남측 사회에 ‘평화 공존’의 메시지를 던짐과 동시에 ‘화해’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공산주의라는, 남측이 반발해왔던 표현을 삭제했다. 남측에 대한 ‘식민지’ 규정도 삭제했다. 우리는 남측과 대화하고 협력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할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지난 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북측은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면서 ‘공산주의’라는 문구를 삭제한 바 있다. 그 때 남측의 대체적인 평가는 “북한은 당이 우위에 있는 정치체제이니 헌법에서 공산주의 문구 삭제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당규약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북한은 이에 대해 다시 답변했다. 이제 남측이 화답할 차례이다.(2010.10.15,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위 글은 민조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소장 최규엽) 간행물인 '통일돋보기. 48호에서 퍼온 글임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네이버 이미지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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