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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

이제 징병제를 모역병제로 전환할 때가 아닌가

by anarchopists 2020. 1. 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18 08:46]에 발행한 글입니다.

 
이제,
의무병제를 직업군인제로 전환할 때가 아닌가.

‘천안함사건’과 ‘11.23피격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가 ‘군 복무 24개월 환원’과 연장을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미래의 안보환경에 대비한 적정수준의 군 병력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014년 6월까지 18개월 복무로 축소하게 되어 있는 현 계획을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안보환경을 고려할 때 51만 7000~60만여명의 병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수준을 유지하고 숙련된 병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18개월의 복무기간은 부적절하다.”(ETB 교육산업신문 교육산업방송 뉴스 2010, 8.13일자)라는 주장들을 쏟아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국방부는 군복무를 21개월로 확정하는 안을 채택하였다. 이것은 얄팍하게도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앞둔 정치적 정략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사병들의 복무기간이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군 수뇌부와 정부관료의 생각은 크게 잘못된 ‘단순사고’(單純思考)의 소치라고 말해주고 싶다.

국가주의가 존재하는 한, 국가의 존재는 물론 필연이다. 그리고 국가가 존재하는 한, 국방(國防)은 필수이고 국방을 위해서 군대와 군인 또한 필수조건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군복부방법과 복무기간에 대하여 늘 논란이 되어 왔다. 이를 병역제도라고 한다. 그래서 국가의 병역제도가 잘못되었을 때, 이 국가구성원(인민이라고 하자)은 이에 반발하고 군대조직으로부터 이탈하고자 했다. 곧 탈영(脫營)이다. 다시 말하면, 인민들은 군대 가기를 싫어했다는 말이다. 때문에 고대사회로 올라갈수록 군복무와 기간은 국가에 의하여 강제되었다. 곧 부병제(府兵制)다. 부병제는 경제적으로 왕토사상(王土思想=국가 안의 땅은 왕 소유의 땅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던 시대 병역구조이다. 이 부병제가 곧 징병제, 오늘날의 의무병제이다. 부병제는 국가가 인민(봉건시대는 이를 백성이라 하였음)에게 땅을 부쳐 먹게 해준 대신, 국방의 의무를 이행시키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남성 중심의 징병제이기 때문에 전쟁이 발생하여 전쟁터에서 가장이 죽으면, 아녀자만의 남은 가정은 그 땅에서 쫓겨나 유랑생활을 해야 했다. 그래서 가장인 남자들은 처자식을 두고 군대에 나가는 것을 고통스럽게 생각했다. 이러한 ‘인간의 고통’은 병역기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국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용병제를 구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전통시대의 용병제는 가난한 사람과 신분이 낮은 계급의 ‘호구지책’의 수단일 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로마말기의 용병제가 그 전형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신분제도와 계급사회가 사라졌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가 발달하였다. 그래서 대부분 자본주의구가는 의무병 대신 용병제(직업군인제)를 도입하고 있다.

한편, 세계는 21세기에 들어서, 국가주의 극복문제가 거시적 담론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주의가 극복되면, 국가의 존재보다 인간(인민)의 존재가 더 커지고, 인간보다 자연가치가 더 커지게 된다. 그래서 군대의 존재도 의미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구는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리라 본다. 그러나 세계는 아직 국가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처럼 피를 나눈 형제를 적으로 만들어 이념적 대립을 극대화하면서 국가권력(군대)을 최대화하고 있다. 이것은 비극이다. 그렇지만, 오늘 우리가 사는 시대가 전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부를 축적하는 시대가 아닌 한, 병역제도를 고대국가 식으로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도 세계자본주의 경제의 발달에 휩쓸려 함께 자본주의 경제가 발달하였다. 그리고 중심부 자본주의 국가들과 경쟁대열에 들어섰다. 그렇다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과 같은 병역제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구나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농업경제를 주로 하던 전통시대와는 달리, 직업군이 다양해졌다. 또 직업의 특수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은 자유분망한 사고를 가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고를 지닌 청년들은 통제된 규율과 획일적 생활을 싫어한다. 이러한 청년들에게 통제된 군대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경제사회에서 맞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국가와 군대가 필요로 하는 투철한 국방의식과 안보의식이 옅어지게 되었다. 또 군기강이 해이해지고, 군인들의 자살률이 늘어나는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군인의 안보의식, 필승정신은 군복기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자본주의 경제발달을 무시한 단순사고에서 나온 발상이다. 군 전력이 강화되고 안 되고는, 병역제도의 구조적 문제이지, 군복무기간과는 관련이 적다고 본다. 따라서 병역제도의 구조를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 대안은 의무병제를 직업군인제로 전환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이념국가로 존재하고 있다지만, 한편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상당히 발달했다. 그래서 자본주의 경제사회에 걸 맞는 병역제도, 곧 직업군인제로 전환하여 군대를 가고자 하는 자에 한하여서만 군대에 가게 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병역비리가 한국 땅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국방능력도 향상된다. 국인들의 안보의식 또한 높아지게 되리라 본다. 군인의 전문성도 제고되리라 본다. 군대 내의 총기, 탈영사고도 없게 되리라 본다. 이렇게 되면 군 전력은 자동 강화되리라고 본다. 또 ‘직업군인제’로 전환하면, 강제된 군인생활로 나타나는 개인역량의 위축과 퇴보도 사라지게 되리라 본다.

그러면 운영방안은 무엇인가. 한국의 헌법이 의무제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에서 군대를 가고자 하는 자는 직업군인으로, 군대를 가기 싫은 자는 국방비 납부로 대체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실업률도 낮아지게 되고 역량을 가진 젊은이들은 제 가진 특성을 연마할 시간을 더 많이 가짐으로써 개인 뿐 아니라 사회기여도도 높아지게 된다. 또 여성들도 국민평등권 실현의 차원에서 평생에 한번은 국방비를 내게 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정부는 ‘군복무기간 연장, 또는 환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군복무기간 연장 운운으로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신적 고통 때문에 군기피를 위한 범죄행위도 유발시켜서는 안 된다. 그에 앞서 병역제도의 구조적 개혁이 더 중요하다 것을 알았으면 한다. (2010. 12.18 아침,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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