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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

[장창준의 토요시사]미 중간선거와 한국 대북정책의 함수

by anarchopists 2020. 1. 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1/06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미 공화당 승리, 대북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문제는 공화당이 아니라 여전히 한국 정부이다 -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상원에서의 격차를 크게 줄였으며 하원은 다수당을 차지했다. 민주당이 기존 의석에서 60석을 잃어 공화당에 80석을 빼앗긴 1938년 중간선거 이래 최악의 참패라고 전해진다.

대북강경론을 주장하는 공화당의 압승은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에는 분명하다. 미국 의회에서 북에 대한 인권, 핵문제에 대한 고압적인 자세를 보다 강력하게 주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하고 있으며, 동북아 안정과 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동맹을 굳건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한국 언론의 사설에서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보다 강경해질 것이라는 것을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이와 같은 전망들은, 그러나 대단히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음이 지적되어야 한다. 지난 2년간 오바마가 추진했던 대북정책은 ‘클린턴의 그것’이라기보다는 ‘부시의 그것’과 가까웠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요구에 따르라”며 대북온건파들의 대화정책 전환으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미 동맹을 최우선에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부시의 그것’을 따르고 있는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더이상 후퇴할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 정체상태의 지속이냐 대화로의 전환이냐 하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국제정치에서 외교적 대결에서의 후퇴는 결국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인데, 오바마 정부가 현 상태에서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는 방향으로 강경 드라이브를 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간선거에서의 패배로 대북 접근법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이 더 많은 군비지출을 요구하고,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을 종용하는 등 국내적인 입지의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각기 자신의 지역구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미하원의 특성상 ‘북한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안건이라는 지적도 참고할 만하다. 따라서 미국 외교에서 ‘북한 문제’는 동북아시아 정책의 일부로서 혹은 동맹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다루어진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미 하원의 다수당이 된 것은 ‘북한 문제’에 큰 변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와 같은 논의들을 종합해본다면 미 중간선거의 결과가 오바마의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보다 타당하다. 물론 대북강경파인 로스-페티넌이 미하원 외교위원장의 유력후보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는 미국의 ‘북한 문제’에 대한 우려보다는 어쩌면 한미 동맹의 강화에 대한 우려가 보다 더 적절할지 모른다.

그는 “공화당은 이란, 수단, 중국, 러시아, 쿠바 등 야만적인 정권들에 대해 양보와 교섭을 하는 대신에, 이들 국가이 폭정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공화당은 핵과 미사일 전략 증강과 함께 MD에 대한 완전한 예산 지원을 통해 이란과 북한과 같은 깡패국가들로부터 미국 본토와 우리의 동맹국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 하원의 특성을 고려하고, 발언의 맥락을 고려하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 현실적이다.

따라서 미 중간선거의 결과와 무관하게, 혹은 미미하게 영향을 받겠지만, 오바마의 대북정책은 북미 관계와 한미관계 그리고 남북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특히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이 여전히 결정적 변수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결정자들은 이미 ‘남북 관계가 풀려야 북미 관계도 풀릴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북측 역시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여 대남 유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념적 틀에 사로잡혀, 천안함의 프레임에 갇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쩌면 공화당의 승리에 대북압박 정책에 대한 자신감에 도취되어 있는 것 같다. 착각이고 환상이다. 착각을 깨닫지 못하고 환상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면 MB의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은 실패만을 거듭할 것이다.(2010. 11.5,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경향일보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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