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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일요 시론, 시평

[일요시론] 뉴라이트의 뿌리는 ?

by anarchopists 2020. 1. 3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3/29 09:50]에 발행한 글입니다.


뉴라이트의 뿌리는?

요즈음, 한민족 남쪽의 역사학은 내우외란에 처해 있다.
즉, 안으로 이른바 ‘뉴라이트’로 자처하는 지식인들의 분파주의적 반란과 밖으로 패권주의에 바탈한 주변 국가들의 역사침략(중국의 만주영유권,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 그것이다. 한민족 남쪽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민주정권들이 들어서면서 해방 이후 한민족남북 역사학자들이 연구해온 성과물에 입각하여 적은 성과나마 민주적이고 양심적인 ‘새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어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쳐 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른바 뉴라이트에 속하는 관계학자들이 위험천만하게도 파쇼적 국가주의사관에 입각하여 민주정권 이전의 교과서 내용으로 복귀시키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것도 모라자서 이들은 최근에 한국 근ㆍ현대사에 대한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교과서포럼, 2008.3)를 출간하였다. 게다가 과거의 집단주의 통치방식을 부활시키려는 듯 어린 고등학생들을 대강당에 집단적으로 불러놓고 뉴라이트에 속하는 저명(?)교수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불러다 거짓된 역사인식을 강제 주입시키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더럽다. 꼴불견이다.

현 정권의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 및 뉴라이트의 허튼 발상과 수작에 대하여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여기서는 한민족 남쪽의 뉴라이트들이 어떤 존재인지, 그들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들이 이론적 근거로 내세우는 ‘식민지근대화론’의 정체를 파헤쳐보기로 한다,

뉴라이트는 원래 20세기 후반 서구에서 나온 고답적이고 이기적인 사상조류이다. 서구의 뉴라이트는 완전한 혁신보다는 부분적 변화를, 급진적 혁명보다는 온건적 개혁을 지향한다. 그래서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사회구성원을 수구적 기득권층과 사회적 약자층으로 나뉜다고 가정할 때, 뉴라이트는 사회적 약자보다는 기득권층의 권리와 이익을 옹호하는 부류에 속한다. 이들 사고의 알짬은 천박한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기초하여,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평등과 경제적 균분을 배척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인류의 미래가 추구해 가는 ‘삶의 질’ 곧, 인권ㆍ평등ㆍ평균ㆍ평화보다는 개인적 능력에 의한 자본의 축적과 물질적 풍요(파괴적 개발성장주의)를 지향한다. 이렇게 영미(英米)의 뉴라이트가 케인스의 복지국가론에서 후퇴하여 개별적 최대이익의 추구를 ‘행복’으로 착각하고 있듯 남쪽의 뉴라이트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남쪽의 뉴라이트는 영미의 뉴라이트를 추종하면서도 그 성향이 영미와는 또 다른 사악한 사고를 띠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영미의 뉴라이트처럼 우익이니 우파로 분류하는 것은 남쪽의 사회구조로 볼 때 맞지 않는 표현이다. 사회는 ‘일보전진’한다. 그러나 남한의 뉴라이트는 이러한 시대조류에도 맞지 않는 ‘구습의 틀로 회귀’하고 있다. 때 모르는 철부지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러면 한반도 남쪽에서 금세기 초기에 발생한 뉴라이트의 뿌리를 뉴라이트 상임의장 인사말(2005. 9. 24)과 뉴라이트연합 창립선언문(2005. 11. 7), 뉴라이트정관(제2조 목적) 등을 가지고 살펴보자. 이에 의하면 이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우파’(자유민주세력)로 규정한다. 그리고 “지난 60년간 피땀 흘려 이룩한 눈부신 성과를 좌파(저들은 ‘빨갱이’라고 쓰고 싶어 한다.)에게 강탈”당하였다는 말을 쓰고 있다.

‘정권강탈’이라는 표현은 곧 선거에 의한 정부선택권을 갖고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헌신짝처럼 여기는 말이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부정한다는 노골적인 표현이다. 더 나아가 사회개혁세력ㆍ통일지향세력ㆍ경제균분세력ㆍ사회민주화세력 등 여러 사회진보세력들을 어처구니없게 좌파(나쁜 놈 뜻의 빨갱이)로 규정하고 있다. 또 지난 60년을 “성공’의 역사”로 자화자찬하고, “(대한민국)건국과 경제발전(산업화)”을 객관적 분석 하나 없이 찬양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건국세력”과 산업화세력을 올드라이트”라고 이름 붙인 다음, 자신들의 혈연적 연고를 ‘산업화’, ‘선진화’세력의 후예, 곧 올드라이트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한민족 남쪽의 건국세력과 산업화세력으로 불리는 ‘올드라이트’는 어떤 자들이었는지 역사적으로 그 뿌리부터 캐들어 가보자.

뉴라이트의 뿌리는 올드라이트이다.
올드라니트 뿌리는 반동적 친일세력이다.

우리 민족은 19세기 후반 근대화시기 선조(조선시대 인민)들의 못난 판단과 집안싸움으로 불행하게도 일본제국주의(이하, 일제)에게 조국을 강탈당하고 1910년 대한제국 멸망이라는 역사적 상황과 맞물리게 된다. 이에 망국의 한을 품은 조선민중들은 경제적 또는 정치적 동기를 가지고 우리의 옛 땅 만주지역으로 이동하여 한인사회(韓人社會)를 형성하게 된다. 만주한인사회는 대부분 가난한 민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나라 망함(亡國)의 한과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는 민중을 기반으로 만주한인사회에는, 크게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하는 ‘애국적 해방세력’과 현실의 모순을 외면하고 자기이익에만 몰두하는 ‘반동적 친일세력’ 등 두 세력이 형성된다. ‘애국적 해방세력’은 반제국적ㆍ반봉건적 성격을 갖는 반면에, ‘반동적 친일세력’은 만주를 입신양명과 새로운 기회의 땅 곧 ‘왕도낙토’(王道樂土)로 간주하여 출세해 보려는 자기모순을 가진 자들로 구성된다.

이들 ‘반동적 친일세력’의 대부분은 일제침략기 내내 반민족적 친일활동을 한다. 이들의 반민족적 친일활동의 동기는 일본의 식민지통치구조가 굳어진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강요되었다기보다는 주로 그들 개개인의 출세욕과 이익추구에 따른 민족적 양심의 마비에서였다.

한편 ‘애국적 민족세력’ 안에는 다시 유럽의 근대화라는 물결 속에서 탄생한 국가주의의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아 ‘자본주의적 국가형태’를 지향하는 세력과 ‘사회주의적 국가형태’를 지향하는 두 세력으로 나누어진다. 이렇게 하여 일제침략기 만주한인사회는 세 세력으로 분화된다. 이 중 ‘자본주의적 민족해방세력’과 ‘사회주의적 조국혁명세력’은 일제를 격퇴시킨 이후 ‘한반도공동체’의 성격을 어떻게 결정지을까하는 문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면서 잠재적 갈등을 내면화한다. 그러나 친일세력은 민족해방이나 미래 민족공동체의 삶의 방법을 놓고 고민하기는커녕 뻔뻔스레 제 뱃속의 이익 챙기기에만 바빴던 무리들이다. 이를 인맥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1) 만주한인사회내의 ‘자본주의 민족해방세력’ 중, 김재준ㆍ문익환ㆍ문동환ㆍ강원용ㆍ안병무ㆍ이상철 등은 해방 후 한반도남쪽으로 내려와 민주화세력을 이룬다.
2) 만주한인사회내의 ‘사회주의적 조국혁명세력’ 중 김일성ㆍ김두봉ㆍ최창익ㆍ김민산ㆍ박일우ㆍ리상조ㆍ장평산ㆍ연형묵 등은 해방 후 한반도 북쪽으로 들어가 사회주의정권을 수립하는데 일조한다. 그리고 주덕해ㆍ림민호ㆍ지희겸ㆍ림춘추ㆍ문정일 등은 만주에 그대로 남아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과 함께 연변조선족자치주 지배세력이 된다.
3) 만주한인사회내의 일제군부를 기반으로 입신양명하였던 ‘반동적 친일세력’이었던 박정희ㆍ정일권ㆍ이주일ㆍ강문봉ㆍ백선엽ㆍ최규하ㆍ고재필 등은 해방 후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와 산업화세력을 이룬다.

결국 민족해방 이후 한민족 남북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이들 만주출신들은 각기 그들이 대변했던 가치에 따라 동서냉전 당시 이념이 서로 다른 강대국을 배후로 삼아 한민족을 분열시킨다. 그러면 ‘사회주의적 조국혁명세력’은 여기서 제외하기로 하자.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왔던 만주출신 두 계보의 인맥을 가지고 이들이 남쪽사회에서 각각 어떤 처신을 하였는지만을 살펴보자. 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해방 후 70-80년대 인권운동에 기초하여 민주화운동의 시원을 이룬다. 이들 인맥을 계승한 세력을 민주화세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을 일반적으로 사회민주화와 조국통일의 가치를 내세우는 진보개혁세력(결코, 빨갱이나 좌파가 아닌)이라 불린다.

위의 3)의 친일군부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적 친일매국세력’들은 해방 후 남쪽에서 반민중적 근대화와 주변부 산업화의 계보를 이룬다. 이들 주변부 산업화세력은 미제예속화(米帝隸屬化)된 시대착오적 근대화ㆍ산업화의 결과를 가지고 파렴치하게도 자신들의 더러운 친일매국행위를 상쇄하고자 한다. 이들이 바로 남쪽사회를 비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이고, 반통일적으로 만든 군부독재파쇼집단으로 대한민국 건국세력이요, 매판적 산업화세력인 올드라이트(결코, 우익이 아닌)이다.

결코 우익이 될 수 없으면서도 뉴라이트가 올드라이트를 계승한 보수 우익세력이라고 스스로 주장한다면 뉴라이트는 친일반민족세력, 군부독재파쇼인맥에 뿌리를 묻고 있는 셈이 된다. 그러기에 뉴라이트 창립총회에 친일파의 딸도 참석하여 설레발을 떨었는지 모른다.(2007년 4월, 황보윤식)


이글은 2007년 "민족의 진로"에 실렸던 글을 일부 수정하여
다시 실었으며, 결론 부분은 생략하였습니다. 운영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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