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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병상 박사 환경칼럼

이제 '조상의 음식'으로 돌아가자, 살코기 그만 먹고.

by anarchopists 2019. 12. 2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2/04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다시 자연스러움으로

구제역으로 시름에 잠긴 농부에게 지불되는 보상금을 노린 사기전화가 극성을 부린다는 보도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살처분한 돼지를 매립한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농가의 우물에 피가 섞인 지하수가 나왔다고 한다. 당황한 관계자는 지하수 오염이 아니길 희망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방역당국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전자가 단순해진 가축을 한꺼번에 많은 수로 공장처럼 사육하는 축산업의 관행이 빚은 구제역의 1차 공포, 그리고 그에 이은 섣부른 대처가 결국 상상하기 싫은 2차 공포를 일으킨 셈이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마을에 갇히게 된 한 농부는 안전반경 내 멀쩡한 가축까지 집단 학살하는 방역은 악법이라고 외쳤다.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 없는가 물으며 동물도 사람처럼 생로병사하는 게 자연의 이치라고 주장했다. 마을에서 보니 “기업형 축산업을 하는 이보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 온 소농부가 반발 의사를 분명히”했다면서 가축을 깨끗한 고기를 공급하는 식품으로 여기지 말고 공생할 수 있는 자연의 질서를 찾자고 하소연했다. “인간의 이기주의는 지구촌의 동식물과 공존하는 평화의 질서를 망가뜨려 왔다.”면서 “동물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이 짓은 서양의 인간중심주의 도시문명관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의 외침을 우리 정부는 어느 정도 귀담아 들으려 할까. 그가 말한 ‘기업형 축산’은 외면할 게 틀림없는데,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이 죽어가자 눈물짓던 농부들은 이해하려 할까.

구제역과 광우병, 그리고 조류독감은 사람의 탐욕이 던진 부메랑이다. 그 탐욕으로 비만과 당뇨병이 전에 없이 늘어났고 성인병을 앓는 어린이가 전에 없이 많아졌다. 뇌혈관이나 심혈관질환, 그리고 유방암과 대장암 같은 질병이 눈에 띄게 늘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고기와 유제품 들을 지나치게 섭취한 이후에 발생한 현상이라는데 동의한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와 콩을 사료로 가공하면서 늘어난 고기와 유제품과 계란을 배불러 터지게 먹어야 튼튼해진다고 누군가 속삭인다.

관련 학자를 동원하며 정부와 손잡고,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와 정치인들을 앞세우며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유혹해온 축산자본이 그들이다. 오래 동안 집요하게 우리를 길들인 홍보의 효과가 이제 부정적으로 만개하는 부메랑 현상이라고 동의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자본의 장단에 맞춰 물려받은 식습관을 바꾼 것이 비극의 발단이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구제역과 광우병, 그리고 조류독감과 그와 유사한 신종플루의 근원적인 대책은 자연스런 식습관의 회복이어야 한다. 바로 조상의 음식이다.

참혹한 살처분을 경험하고 차라리 축산을 포기하려는 농부가 늘어난다는 거, 송구하지만 만류하고 싶은 현상이 아니다. 외람되지만, 가축을 키우던 땅에서 땅도, 생태계도, 노후의 건강도, 후손의 생명도 두루 건강하게 살리는 유기농업으로 다시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어느새 성큼 성장한 유기농업 시장에 건강한 농산물을 내놓으며 노고에 대한 소비자의 존경과 감사를 받을 용의가 없는지 그들에게 조심스레 묻고 싶다. 축산업을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걸 도와주려면 소비자들은 자본이 우리를 길들인 식습관과 전혀 다른 식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기는 명절이나 기념일에 이따금 먹고, 되도록 부드러운 살코기를 위해 지나치게 어린 가축을 도축한 고기를 삼가는 식단, 섬유소가 많은 나물과 국을 곁들인 밥을 식구와 둘러앉아 먹던 조상의 식습관이다.

계란과 어패류가 포함된 육식을 어금니에 대한 송곳니 비율을 넘지 않게 먹으면 건강에 좋다. 하나의 송곳니 뒤에 사랑니를 뺀 어금니가 4개 이어지므로 대략 20퍼센트다. 체격이 어느 정도 성장했다면 고기를 아예 끊어도
좋다. 건강에 하등의 무리가 없어지면서 부지불식간에 자리잡은 고기에 대한 상식을 깰 수 있어서 좋다. 살코기를 줄이면 과다한 육식으로 불편했던 나와 식구들의 몸이 금세 건강해지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석유를 가공한 비료와 농약을 곡물에서 얻는 칼로리의 10배나 뿌려야 생산되는 유전자 조작 곡물 사료 수입량을 크게 줄일 테니 지구온난화 예방과 환경에 좋고 건강에도 좋다.

쌀을 포함해도 26퍼센트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어서 좋다. 광우병 위험성이 남은 미국산 쇠고기를 미군부대 이외에서 팔지 않을 테지 좋다. 그렇다고 농가에서 가축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예전처럼 유기질 비료를 얻을 수 있을 정도면 훌륭하다. 소와 돼지를 가축으로 길들인 이래 대부분의 세월을 그래왔다. 바로 우리 발이 닿은 생태계에 예전부터 어울렸던 자연스러운 삶이다.(2011. 1, 박병상, 종결)

박병상 선생님은
박병상 선생님은
생물학박사. 근본생태주의 입장에서 도시와 생태계 문제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이다. 대학에서 ‘환경과 인간’을 주제로 강의를 하면서 생태주의 시각을 지닌 환경활동가를 키우고 싶어 한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대표로 활동했고 ‘전태일을 기리는 사이버 노동대학’ 부설 문화교육원 원장과 <인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굴뚝새 한 마리가 GNP에 미치는 영향》(1999, 다인아트), 《파우스트의 선택》(2000, 녹색출판사),《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2008, 책세상),《생태학자 박병상의 우리 동물 이야기》(2002, 복갤럽),《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2003, 아르케),《녹색의 상상력》(2006, 달팽이),《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2007, 알마)등이 있다. 또한,《녹색평론》과 《환경과 생명》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내용 중의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에서 따온 것임,
* 2월 7일부터 11일까지는 방송작가 박경희님의 글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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