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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위험천만한 세상

by anarchopists 2019. 12. 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1/14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사람이 살만한 안전지대가 없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에 한국에는 원전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한층 고조된 적이 있었다. 한 동안 이웃나라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에 대한 기억들이 잊히는가 싶더니 서울 월계동에서 아스팔트 방사선이 검출되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의 조사에 의하면, 시간당 최대 2.5μSv(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왔는데, 2.0μSv 이상에 해당되면 강제 이주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방사선에 조금씩 노출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참고적으로 알아보면, 비행기를 타고 유럽을 한 번 왕복하면 0.07μSv, 음식물을 통해서는 1인당 연간 0.35μSv, 공기중에서도 1.3μSv, 가슴 X선 촬영 시에는 0.1-0.3μSv가 나온다.


  이러한 수치를 놓고 볼 때 월계동 아스팔트에서 검출된 방사선량은 높은 수치임에 틀림이 없다. 정부는 환경운동연합에서 발표한 수치가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측정한 수치보다 터무니 없이 높다고 극구 반론을 제기하지만, 그 불안감은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도로를 포장하기 위해서 만드는 아스콘에 방사선 물질인 세슘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스콘 제작 과정에서 세슘이 섞인 슬래그(폐철을 녹이고 난 찌꺼기)가 들어갔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는 항만이나 공항으로 유입되는 원석이나 고철 등 방사성물질을 보다 엄격하게 검사하고 차단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이라도 관련 법규 마련과 철저한 대비책이 강구되어야만 할 것이다. 더불어 지금의 사태가 월계동만의 문제로 보지 말고 전국에 걸친 모든 도로포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해서, 방사선 검출양이 기준치를 초과한다면 과감하게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안전한 시민의 거리와 삶의 터전을 확보해 주어야 할 것이다. 향후 월계동에서 뜯어낸 아스팔트는 일반 산업 폐기물로 처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에 대해서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정부가 정말 안전하게 처리를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생명 터전에 아무도 모르는 사이 고스란히 방치되고 있는가를 철저히 추적․감시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단체가 비영리단체, 비정부기구단체라 할 수 있는 종교 공동체가 앞장 서는 것도 좋은 일이다. 거리와 거리마다, 집과 집 사이마다 각 종단이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 생명공동체가 아니던가. 시민의 눈과 귀, 손과 발, 그리고 입이 되어서 그들의 입장과 고충들을 대변해 주어야 할 단체라고 본다. 종교적으로 구원을 의미하는 영어는 ‘salvation’이다. 이 말은 라틴어의 salve, 즉 건강이나 안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원이 다만 영혼의 구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건강과 회복을 포함하는 전인적 구원을 말한다면, 시민들의 구원을 위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각 종단이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지역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바로 삶의 터전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하는 ‘테라퓨오’(therapeuo) 즉 테라피(therapy)를 지향하는 종교의 속성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제 안전한 먹거리, 안전한 학교, 안전한 집 등을 위해서는 모두의 공적 공간인 안전한 거리에 대해 공
적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교회가 교회당이나 성당 안에만, 절이 법당 안에만 신경 쓴다는 것은 본래의 각 종단의 선교나 포교 취지와도 맞지 않다.
안팎을 모두 평화롭게 하고 구제해야 하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방사선 문제에 대해서, 또 이참에 아예 각 종단 주변의 모든 도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눈과 손과 발이 미치지 못하는 안전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시민들과 연대해서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은 결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종교인 각자의 안전의식, 생명의식, 공동체 의식,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 등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종교 단체와 같은 비영리단체 혹은 비정부기구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졌던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바로 종교가 가지고 있는 물질적, 인적, 공간적, 시간적, 지적 자원 등을 인접 지역들과 어떻게 공유하며
  나눌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각 종단이 뭇매를 맞고 신뢰를 잃으면서 불신만 쌓여가는 이때에 원자력 문제에 대해서, 그에 따른 방사선 물질과 아스팔트 문제와 연관된 에너지 문제 전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 봄직하다고 생각한다. 각 종단은 충분히 그런 능력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사회 곳곳에 있는 종교 단체로 인해서 정신과 모든 삶터가 안전해지고 건강해진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아스팔트 선교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 선교요, 하늘나라가 이 땅에 임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2011/11/14).

*위 사진들은 인터넷 daum에서 가지고 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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