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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종강 변호사 칼럼

[오늘의 명상] 씨알은 죽지 않는다

by anarchopists 2020. 1. 1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9/16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씨알은 죽지 않는다.

[함석헌 말씀]
1. 씨알의 소리를 내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천하 씨알이 다 소리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에 무슨 소리가 그렇게 많습니까? 기차소리, 자동차소리, 라디오소리, 장사꾼의 목 찢어진 소리, 식모의 얼굴시든 소리, 군인의 개새끼 소리, 학생의 뒤집은 소리, 대통령의 꾸며낸 담화 소리, 벼슬아치의 엉터리 보고소리, 여당의 어거지소리, 야당의 시시한 소리, 목사, 스님의 저도 못가보고 하는 천당ㆍ지옥소리, 신문잡지의 알고도 모른 척하는 맥 빠진 논설소리, 심지어는 애기하나 가지고 이놈의 아들이랬다 저놈의 아들이랬다 하는 정부 갈보의 지갑 속에 달러 지전 발각 발각하는 소리와, 선거 때까지 1년은 참아줄 줄 알았는데 여섯 달도 못가 무너져서 불도저시장이라는 흔들거리는 대갱이를 하루아침에 박살을 내버리는 와우아파트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까지 들려서 정신을 잃을 지경인데, 씨알의 소리만은 들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다 죽었습니까?
(함석헌, <씨알의 소리>, 《함석헌저작집》 2권, 한길사, 2009, 289쪽).

2. 씨알이 제소리를 하는 것은 우리 속에 계신 그이 곧 전체가 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씨알은 어느 씨알도 다 완전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믿음으로 전체를 부를 수 있습니다. 제 모자람을 스스로 알면서도, 누구를 가르치잔 것도 아니요 누구도 추종하잔 것도 아니요 다만 전체의 음성을 듣고자 하는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전체를 우러러보면 어느덧 제속에서 제소리는 아닌 소리가 나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함석헌, 같은 글, 279쪽)

[오늘의 명상]
함석헌이 1970년 씨알의 소리를 냈던 시절이나 지금의 시절은 어떠한가? 상황이 다를 것이 거의 없다. 여당의 갔다 왔다하는 정책혼선이나, 야당의 방향성 없는 행진이나, 벼슬아치의 엉터리 보고소리도 거의 같다. 온 나라를 공사판으로 만드는 불도저소리도 같이 들린다. 천암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보고서가 왜 이렇게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혼선을 일으키게 하는가? 여기에 신문잡지의 알고도 모른척하는 맥 빠진 논설소리도 거의 차이 없다. 그러면, 세월만 가 버린 것인가? 민주화되었다고 폼 잡고 그렇지만 거의 소리 내는 것은 달라진 것이 없다. 이 나라의 언론은 그래서 1970년대로 다시 원위치상태다. 언론인들 월급만 올랐다. 그런데, 밥값은 하는지! 광고수주에만 정신집중!

함석헌이 1970년에 씨알의 소리를 내는 연유가 다들 침묵하고 제소리를 내지 않기에 씨알들아! 다 죽었냐고 물으면서 고고성을 울린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씨알이 제소리를 하면 일이 해결된다. 그런데, 1970년 그때나 지금이나 씨알이 제소리를 내고 사는 것이 참으로 어렵고도 어렵구나!

1970년대는 군사정권이라서 칼을 가지고 숨을 못 쉬게 하여 그저 죽어지내고 살았지만 지금은 그놈의 자유경쟁이라는 포커판에 시달리고 시달려 씨알의 허리가 꺾였구나! 이젠 그저 소리를 지를 힘도 없구나! 요즘, 공정(公正)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잘못하면 이 공정이라는 단어도 오염될까 심히 걱정된다. 공정은 公과 正의 결합체이다. 그런데, 위 공정의 핵은 正이다. 正의 기반 없이 공정을 운운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다. 공정은 적당한 균형이나 합의 같은 것과는 다른 차원이란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제 이 나라 씨알들은 결국 믿을 것은 제소리를 믿을 수밖에 없다. 나도 사람이요, 하고 제소리를 내야한다. 4대강문제에 그렇게 온 나라사람들이 반대하는데 왜 그렇게 강행하는가? 다들 제소리를 함께 내지 않으니까 그런 것이다. 씨알들이여, 술안주로 소리 내지 마라라. 그런 소리는 그냥 흘러가버리는 푸념밖에 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소주잔의 푸념이 아니라 맨 정신에서 또렷이 내는 소리다.



방법은 수많은 잡지 언론들에 투고하고 조그마한 자리에서도 공개적으로 자신의 소리를 내야 한다. 함석헌도 소리는 소리를 부른다고 했다. 누가 먼저 할 것인가? 항상 누가 먼저 하면 따라갈려는 것은 종놈기질이다.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씨알이다. 민중이다. 왜 겁을 내는가? 겁 낼 것 하나 없다.

그래서 주인이 주인 노릇하려면 소리를 내야 주인 되는 것이다. 조직이 되고 단체가 되면 조직과 단체의 관성으로 껍질이 생겨 이것이 여러 사람 죽인다. 이러할 때 필요한 것이 함께 소리를 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리랑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누가 먼저 선창하고 그 후에 서서히 따라하면 그 아리랑의 노래가 돌고 돌아 거대한 에너지가 되어 각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올 가을에 아리랑노래가 이 땅에 울려 퍼지길 고대한다.(2010.915, 박종강)

박종강 변호사님은
사법고시 33회 출신이다. 법률사무소 “민중”에 소속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세병인권변호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기자,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단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권의 로스쿨에 반대하여 빙송통신 로스쿨(민중로스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 함석헌학회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새물결포럼, 함석헌평화포럼에도 관여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위 사진은 인터넷 연합통신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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