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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종강 변호사 칼럼

[오늘의 명상] 남의 밥그릇을 빼앗지 마라

by anarchopists 2020. 1. 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1/22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자기 밥은 자기가 지어야 한다.

“사람들은 툭하면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니라 하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 말처럼 많은 사람을 죽이는 말은 없다. 이 말 때문에 허다한 사람이 육신으로 굶어죽고 정신으로도 굶어 죽는다. 두말할 것 없이 이 말의 요점은 ‘하나님의 입’이라는 데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입은 사람의 입이 아니요, 그 말씀은 성경책도 신부 목사의 설교도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종교의 경전,종교가의 설교로 안다. 그렇게 가르친것은 신부들이요, 목사들이다. 그들은 이것이 참 사는 하나님의 말씀이지 빵으로는 못 산다고 입에 침을 말려가면서 책과 말을 순진한 농삿군에게 주고는 그 손에서 빵을 빼앗아, 돌아서서는 제가 먹는다.”(
함석헌,《자전적인생론》, 정우사, 2006. 14쪽)

사람은 밥을 먹고 산다. 빵도 밥이다. 그 밥은 제 스스로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한다. 그 과정에 노동이 들어간다. 땀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그 밥을 먹기 위하여 알뜰하게 수고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함석헌이 지적한 대로 순진한 사람들에게 빵을 빼앗아 자신이 돌아서서 먹어대는 사람들이 요즘 들어 더욱 더 날뛴다. 누구인가 그러는 사람들이!

지금은 함석헌이 말한 종교가들뿐만 아니라 지금은 정치인ㆍ법률가ㆍ금융가ㆍ학원쟁이들까지 다방면으로 늘어간다. 정치인들은 말로는 대의를 외치고 상생을 소리치지만 정치하기 위하여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돈 달라고 손을 벌린다. 최근의 청원경찰단체의 의원들에 대한 조직적로비가 다 무엇인가? 말로는 고고한 척 하면서 뒤로는 돈 달라고 아우성 아닌가? 다른 단체들도 다 이런 방법으로 로비하였다는 것 아닌가? 건설업자들의 단체, 은행가단체, 전문가들의 단체들도 다 이런 방법으로 더 거대하게 입법로비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법률가들도 이젠 홀로 독립하여 자신의 소리를 내던 것이 아니라 로펌이라는 집단을 만들어 무슨 조직처럼 움직이며 돈 벌이에 나선다. 말로는 “정의니, 인권이니” 운운하지만 이익집단을 만들어놓고, 무슨 정의와 인권을 운운하는가? 집단이 되면 정의라는 소리는 집단의 이익에 빨려 들어간다. 오히려 따끈따끈한 전관(前官) 대법관을 모셨다고 광고하면서 거액의 수임료를 꿀꺽 삼킨다. 로펌은 정의ㆍ인권은 가는 길이 다르다. 로펌에서 나올 것은 돈타령밖에 없다.

기업가도 말로는 “가치경영, 윤리경영을 하겠다”고 운운하지만 실상은 다들 돈벌이다. 지금도 노동자의 분신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비정규직문제에 대하여 기업이 “살려면 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고상한 가치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다 돈벌이다. 기업가는 항변한다. “기업환경이 워낙 예측할 수 없으니까 돈이 벌릴 때 무지막지하게 해서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과연 그럴까? 역사에 어떤 기업들이 남아 있는가? 그런 돈벌이만 하여온 무지막지한 기업들이 영속하였다는 것을 듣지도 보지도 못하였다.


결국 기업도 하나의 유기체라면 윤리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정치도, 경제도 윤리의 틀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은 모여서 살아가는 것이고, 이젠 더욱 더 그렇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이젠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더욱 더 아니다. 이럴 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남의 밥을 빼앗지 않은 것이다.

사실 요즘 대놓고 남의 밥을 빼앗은 강도는 없다. 교묘하게 사기행위를 통하여 빼앗아 가는 것이다. 세상이 이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려면 그래도 교육이다. 다들 깨어있으면 누가 사기행위를 하고 공갈을 할 것인가?

빛이 어둠을 비치면 실상이 드러나듯이 교육이 빛이요, 선생이다. 독재정부가 가장 미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은 사람들을 깨우는 행동이다. 지금 다시 알리고 행동하여 스스로의 밥은 스스로 지어서 먹는 것이 사람이고 진리임을 알려야 한다. 인도의 간디가 그랬고, 함석헌이 장준하가 그랬다. 이렇게 참삶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 곧 실천에 의하여 이루어진다.(2010.11.20. 박종강)

박종강 변호사님은
사법고시 33회 출신이다. 법률사무소 “민중”에 소속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세병인권변호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기자,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단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권의 로스쿨에 반대하여 빙송통신 로스쿨(민중로스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 함석헌학회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새물결포럼, 함석헌평화포럼에도 관여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중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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