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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종강 변호사 칼럼

[오늘의 명상] 몸으로 하기 전에는 참이 아니다

by anarchopists 2020. 1. 1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9/17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몸으로 하기 전에는 참이 아니다.

1. 진리는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체험은 몸으로 앎이다. 몸으로 하기 전에는 참이 아니다. 마음이 옹근[純一]것이 행동[行動]이요, 함에 맺힌 것이 몸이다. 눈이 있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보아서 눈이며, 귀가 있어서 듣는 것이 아니라 들어서 귀다. 공경이 지극하면 자연히 머리를 땅에 대어 절을 할 것이다. 생각이 없이 절을 하는 것만은 물론 공경이 아니지만, 생각만 하고 빳빳 섰는 것으로도 공경이라 할 수 없다. 내 몸 하나를 뚫지 못하는 마음이 저쪽의 마음을 뚫고 그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다
(함석헌, 《함석헌저작집》 2권 <새 삶의 길>, 한길사, 2009, 188쪽).

2. 베에서 그 날에 대해 가로 왔다갔다한 것을 씨라 한다. 씨를 쓰지 않고는 또 베를 짤 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날아 놓은 날[經, 日]사이를 씨실이 될수록 쪽쪽이 왔다갔다(지내)해서만 좋은 베는 있을 수 있다. 날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선험적인 진리라면 씨는 말씨ㆍ솜씨ㆍ마음씨 같은 말이 표시하는 대로 우리의 행동이다. 씨가 날 사이를 왔다갔다하듯이 우리 몸과 마음이 날 일(日)마다 날 경(經)사이를 틈 없이 지내나가야 우리 삶이 있다. 그것은 진리를 체험함, 드러냄이요, 하나님께 영광 돌림이다(함석헌, 같은 책, 189쪽).

뭘 안다고 할 때 정말로 알까? 책을 보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매체에서 정보를 들어서 아는 것이 아는 것일까? 몸을 통해서 나와야 정말 앎이란 말을 겸허히 쓸 수 있는 것이다. 함석헌이 말한 대로 참, 즉, 진리는 몸으로 체험해야 얻어지는 것이다. 간디가 자신의 삶을 진리실험이라고 했지 않는가? 그래서, 간디는 행동하였지 명상만 한 사람이 아니다. 함석헌도 그랬다. 함석헌도 몸으로 씨알농장과 암반덕이 농장을 개간하였고, 몸으로 군사독재에 항거한 것이다.

일제하의 이 나라 독립을 위해서 피와 땀을 흘렸던 독립투사들은 자연히 民族을 몸으로 알았다. 지금 민족, 민족을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들이 몸으로 민족을 체험하였을까? 구호가 아닐까? 그런데, 구호는 그냥 허공 속에 날아가 버린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하여 피와 땀을 흘렸던 투사들도 民主를 몸으로 알았지 교과서속에서 안 것이 아니다. 그런데, 민주화를 위하여 피를 흘렸던 사람들은 정작 묵묵히 살아가는데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자들이 오히려 무슨무슨 단체를 만들어 젯밥만 꿀떡꿀떡 삼키고 있다. 그러면서, 뭘 안 것인 양 민주정치가 어떻고 저렇고 한다. 참으로 무엇을 아는지 가관이다.

그런데, 정작 요즘 제일문제는 경제다. 경제학자치고 경제를 사실 아는 사람이 있을까? 정권이 바뀌면 유명하다는 경제학자들은 무슨 경제부처의 수장으로 스카웃 된다. 그러면서, 취임하면 다들 무슨무슨 정책입네 하면서 실험들을 한다. 그러나, 대개 결과는 어떠한가? 현실하고는 무척 거리가 있다. 왜 그럴까? 경제를 실상 경제학으로 즉, 학문으로만 알지 실상에서 경제라는 것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짜 경제는 구체적인 체험을 통하여 그 몸에 경제가 흐르는 사람이 담당하여야 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중국이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경제시스템이 아닌가? 곧 무너질 것 같은데 왜 그래도 꾸려갈까? 그 체제의 핵심인력들이 이공계의 테크노크라트이라는 것, 이런 실무자를 중용하는 것에 온 것이 아닐까?

이 나라에 수많은 교육학박사들이 교육행정의 장이 되어 교육정책을 폈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의 교육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뒤죽박죽이다. 이놈 저놈이 막 손대다보니 참으로 매번 바뀐다. 왜 그럴까? 교육학박사가 하니까 그렇다. 즉, 이론적인 접근이기에 그렇다. 몸에서 체험이 없어서 그렇다.

몸이란 이렇게 신비하면서 오묘하다. 어떤 사실이 어떤 현상이 몸을 거치면 그 사실과 그 현상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이 되어버리고, 또한 거침이 없어진다. 즉, 모두와 다 통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자의 몸은 사실 거대한 정화통이다. 세상의 글도 말도 그림도 소리도 실상 다 몸에서 나오지 않은가? 그래서,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하늘에서 툭 그냥 떨어지는 것 절대 없다. 어떨 때는 걸러 걸러서 그러다보면 어떨 때는 직관적으로 툭 나온다.

주유천하(周遊天下)라고 했던가? 자고로 사람 되려면 이런 과정 거쳐야 된다. 공자ㆍ석가ㆍ예수도 다 주유천하를 거친 사람들이다. 돌아다니다가 무엇을 하였을까? 길을 가면서 사람들의 살림을 보고 느끼고 같이 일을 해보는 것이 주유천하다.즉, 다들 몸 수행을 하였던 것이다. “몸으로 때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것을 통해 아는 것이 느리면서도 실상 빠른 길이다. 말로 하지 말고 몸으로 해보자. 진짜 자신의 삶이 된다.(2010.9.16. 저녁, 박종강)

박종강 변호사님은
사법고시 33회 출신이다. 법률사무소 “민중”에 소속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세병인권변호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기자,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단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권의 로스쿨에 반대하여 빙송통신 로스쿨(민중로스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 함석헌학회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새물결포럼, 함석헌평화포럼에도 관여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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