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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종강 변호사 칼럼

[오늘의 명상] 광야에서 외쳐라

by anarchopists 2020. 1. 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1/23 05:53]에 발행한 글입니다.


‘영원의 님’은 어디에 있는가?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만 보아서는 그 참 값을 알 수 없고, 반드시 사회적ㆍ역사적ㆍ우주적 배경 속에 놓고 보아야 한다. 사실 전체를 내놓고 저만이라는 개체는 없다. 개체는 전체의 한 예술적 표현이다. 사람을 그 가정에 놓고, 그 사회에 놓고, 그 시대에 놓고, 영원 무한에 놓고 봄에 따라 그 값이 점점 더 커 감을 느끼게 된다. 정몽주를 한 개 먹고 자는 낱 사람으로 볼 때는 그 무슨 생각을 했거나 무슨 말을 했거나 반드시 크다 할 것을 발견하지 못하되, 그를 고려 5백여 년 역사라는 큰 배경 속에 놓고 볼 때 그 큼을 알게 된다. ‘정몽주의 님’은 고려 5백년역사의 높은 봉, 그 밑에 설레는 혁명의 물결을 배경으로 세워놓고 보는 님이다. 그 보다도 하늘 땅 사이 영원의 흐름가에 세워 놓고 보는 영원의 님이다
”(함석헌, 《자전적인생론》, 정우사, 2006, 108~109쪽)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고려 말 정몽주의 노래다. 소리다. 죽음을 앞두고 하늘에 외치는 소리다. 함석헌은 정몽주의 이러한 기개를 정몽주의 살아있는 혼의 소리라고 보았다. 여기서 ‘님’은 누구일까?  당시의 왕인 공양왕일까? 아니다. 그 실은 왕조의 왕이 아닌 진리, 영원에 대한 외침인 것이다.

그렇다. 사람의 소리는 영원에 대한 소리이어야 한다. 하늘을 땅을 울리는 소리여야 한다. 그래야 그 소리를 아름답다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땅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무엇인가? 정치후원금에 대한 검찰수사를 대비하는 정치인과 사무국장의 속닥속닥한 소리. 기업비자금문제로 골치 아픈 대기업총수와 회계책임자의 머리 돌아가는 소리. 공적자금이나 보조금을 어떻게 교묘하게 빼낼 것인가 모의하는 업자와 공무원의 노래소리. 웬 잡소리가 웅웅거린다. 이건 소음이지, 소리가 아니다.

왜 이런 잡소리가 들릴까? 잡소리의 특징은 밀실에서 웅웅 거린다는 것이다. 저 하늘에 부끄럽고 그래서 숨어서 자기끼리 지저귄다. 저 들에서 소리 지르라면 도망간다. 저 들에서 누가 소리를 질렀는가? 예수도, 부처도 저 들에서 소리를 질렀지 어디 음습한 곳에서 어느 파당 앞에서 소리 지르지 않았다. 그렇다. 다들 ‘영원의 님’에 대하여 소리를 지른 것이다.

‘영원의 님’은 그러면 어디에 있는가? 정말 저 푸른 하늘에 있는가? 저 푸른 하늘은 하나의 상징이다. 실상 자신의 마음에 심장에 그 푸른 하늘이 ‘영원의 님’이 있다. 자신의 심장이 펄펄 뛰는 것을 보면 그 곳에 ‘영원의 님’이 살아 숨 쉬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왜! 심장이 뛰는가? 불의에 저항하고 진리를 찾을 때 심장이 뛰는 것이다. 물론 예쁜 여자보고 심장 뛰는 놈도 있다. 심장이 펄떡펄떡한다면 젊은 것이요, 하늘이 진리가 그 몸에 있는 것이다.

참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그 몸에서 참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몸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다. 특히, 양심이 임재(任在)하는 심장이 늘 펄떡펄떡 뛰고 있는가를 확인하라. 요즘 더욱 더 자주 확인하여야 한다. 그렇다. 님은 먼 곳에 있지 않다.(2010.11.23., 박종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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