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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말씀과 명상

[오늘의 명상] 권력주의, 그리고 역사의 정의는 무엇인가

by anarchopists 2020. 1. 1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8/05 06:29]에 발행한 글입니다.


권력주의, 그리고 ‘역사의 정의’는 무엇인가

“일찍이 세상이 이렇게까지 타락되기 전에는 세상에 신성(神聖)이란 것이 셋이 있었습니다. 가정의 신성, 노동의 신성, 교육의 신성입니다. 그 셋 다 신성의 근원 곧 하나님에게서 직접 나온 것입니다. 이제 이 셋이 다 진창에 떨어졌습니다. 권력주의의 발에 밟혀서 말입니다.”(함석헌, <부활의 4월과 씨알의 교육>, 《함석헌저작집》9, 한길사 2009, 275쪽)

위 글은 함석헌선생님이 1979년에 한 말씀입니다(《씨알의 소리》제83호) 오늘 여기서 생각되는 주제어는 ‘권력주의’입니다. 오늘은 권력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권력은 역사적으로 개인에서 출발합니다. 그것도 칼을 가진 군인(무신, 무사)에게서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권력의 성립배경은 ‘칼의 힘’이라는 거지요 그 칼의 힘을 가진 자는 조그만 동네(마을)를 만들어 ‘행세’(行勢)를 합니다. 행세는 칼의 힘으로 동네사람들을 억압하여 복종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재산을 강제로 징발합니다. 복종을 안 하거나 자신에게 재물을 안 바치면 칼의 힘으로 사람을 죽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죽음이 두려운 사람들, 즉 칼의 힘이 없는 자들은 ‘칼의 힘’ 앞에 굴종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힘의 시대’가 열린 거지요. 그리고 ‘칼의 힘’은 힘이 없는 동네사람들로부터 두 가지를 얻어냅니다. ‘지배와 재물’입니다. 남을 지배하고 재물을 갖는 것을 우리는 한자로 ‘권력’(權力)이라고 표시합니다.

한 동네에서 권력의 맛을 본 칼의 힘을 가진 자은 보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권력을 누리고 싶어 합니다. 그 결과 ‘동네 권력’끼리 힘을 겨루어 상대방을 복종시킵니다. 이것을 ‘권력싸움’이라고 합니다. 권력싸움에서 이긴 자는 권력의 우두머리가 되고, 진 자는 그의 부하가 됩니다. 그리고 동네와 동네가 모여서 한 ‘나라’가 됩니다. ‘동네사람들’은 ‘나라사람들’이 됩니다. 그리고 권력싸움에서 진 부하들은 우두머리의 힘을 돕는 권력의 하수인이 됩니다. 역사에서 이것을 나라의 ‘관료’(官僚)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두머리를 ‘군장’(君長, 首長)이라고 합니다.

칼의 힘을 키우면서 나라를 만든 군장들은 자신의 힘(권력)을 지키고 나라사람들을 억압하기 위하여 ‘힘의 집합체’를 만듭니다. 힘의 집합체가 바로 군대요, 군대을 이루는 개인이 군인입니다. 이렇게 칼의 힘으로 출발한 권력에 의하여 관료조직과 힘의 상징인 군대가 만들어집니다. 칼의 힘의 상징인 이 군대를 동원하여 권력자(군장)는 나라사람들은 굴종시키면서 나라를 더 키우고 싶어 합니다. 곧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어 재물을 쌓고 자신들만이 물질의 풍요를 누리고 힘을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해서 동네싸움이 나라싸움이 되고 나라싸움으로 나라와 나라가 합해져서 오늘의 국가라는 것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나라사람들은 국민이 되고 싸움에서 진 나라사람들은 이긴 나라의 관료와 군인들의 노에가 됩니다. 곧 노예제 사회가 된 거지요.

노예제 사회는 봉건시대와 절대군주시대를 거치는 동안, 필연적인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즉 평등주의와 평균주의 사상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의 시대를 계몽주의시대라고 합니다. 국민들은 계몽주의 사조에 영향을 입습니다. 인간은 더 이상 권력자들에게 굴종만 당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지요. 권력주의에 대한 저항입니다. 곧, 수천년만에 ‘칼의 힘’에 대항하는 ‘정의의 힘’(사람의 힘=씨알의 힘)을 발견한 거지요. 이것을 우리는 ‘시민혁명’(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의 시민혁명)이라 합니다. 여기서 국가권력에 복종하는 국가구성원의 개념으로써 ‘국민’이라는 말은 국가 힘에 무조건 굴종하지 않는 공동체구성원, 곧 개인을 강조하는 ‘시민’이라는 개념이 탄생합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후진사회에서는 권력지향적인 사람과 권력을 추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아직도 ‘칼의 힘’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은 권력자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시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미친 사람들도 많습니다. 역사는 진보합니다. 역사는 정의입니다. 그래서 역사는 늘 정의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역사의 정의는 ‘평등’과 ‘평균’의 공동체로, ‘사랑’과 ‘평화’의 인간으로 가게 합니다. 따라서 시대가 갈수록 권력주의는 점점 작아지고 소멸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은 권력주의에 대한 화두를 던져봅니다. 인간은 그 자체가 귀하고 소중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로부터도 지배를 받을 수 없고 재산을 강제 당할 수도 없고, 생명(인권)이 유린될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인간은 국가의 감시를 받아서도 안 됩니다.(2010. 8.5 아침, 취래원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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