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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행사 관련

[석경징 제5강] 생각하는 백성 - 4대강 정비를 다시 생각해보자

by anarchopists 2020. 1. 3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3/18 09:06]에 발행한 글입니다.


생각하는 백성
- 4대강 정비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자-

F대강 정비사업을 하겠다는 말을 위의 표와 같은 틀에 대어 본다면, 다음 같습니다.

                                   말                                                 초점이 놓이는 문제

                     III. 1. 李: 강 네 개를 정비하겠다.
                             朴: 어떻게 하는 건 데?                       (정비란 말을 제대로 알고 쓰는가?)
                          2. 李: 정비가 정비지, 그것도 모르나?
                              朴: 정비야 알지만 강을 정비하는 데는 (무슨 다른 뜻이 있어서 억지소리를 하나?)
                                  계획과 방법이 서 있어야 할 거
                                   아니야?
                          3. 李: 다 서 있지. 차차 알게 돼.
                              朴: 서 있어? 언제 알게 돼? (없으면서, 거짓말 하나?)

李가 정비란 말을 모르거나, 딴 뜻이 있어서 억지소리를 하거나, 거짓말을 한다고 朴이 의심하는 것은 한국 사람이라면, 아니 그냥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입니다. 거짓말을 왜 하겠습니까? 정비란 말의 뜻을 모를 리가 없고, 강을 정비한다는 것을 제대로 말하려면, 어떤 계획과 방법을 세워 가지고 있어야 되는지를 모를 리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 왜 정비한다는 말을 그냥 합니까? 그것은 “강의 정비”를 정말 뜻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의 정비가 아닌 다른 것을 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획도, 방법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착공”부터 한다는 것은, 그 일이 강의 정비가 아닌, 다른 일이란 말이 아닙니까? 게다가 李가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朴에게 한다는 것은 李가 朴을 아주 우습게 안다는 말 아닙니까?

이런 경우에 생각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말의 뜻을 분명하게 하고, 앞뒤가 맞게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생각하는 백성”이 아니라, 생각을 하지 않는 백성이니, 차차 우리 모두가 살지 못하게 될 것이, 즉 죽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의 네 개의 큰 강물이, 누거만년 우리의 곁을 흐르던 우리의 네 개의 큰 강물이, 청계천 스러지듯 먼저 스러지지 않겠습니까? 우리 민족이 아무리 체념을 잘 하고, 느낌을 아무리 잘 주체한단들 그 네 개의 큰 강물이 흉한 모양이 되어 스러져 버리는 것을 그 누군들 견딜 수 있을 것 같으십니까? 청계천 가 버린 다음에 무슨 소리를 해도 아무 소용없듯이, 우리의 천만년 된 아름다운 큰 강 네 줄기가 스러져 버린 뒤에 가슴을 치며 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생각하는 백성”의 생각하기는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뜻이겠습니까? 그것은, 아마도, 생각은 말로 하는데, 그 말을 바르게 하자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말을 바르게 해서, 생각을 바르게 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까? 나쁜 딴 마음만 먹고 있지 않다면, 우리말을 쓰는 우리 모두가 그리 힘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말을 바르게 하려면,

첫째, 말(단어)의 뜻을 분명하고 바르게 쓰고,
둘째, 말(단어)의 앞뒤가 맞도록 쓰고,
셋째, 괜히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며,
넷째, 말을, 그러니까 생각을 바꿀 때는, 그 이유를 분명히 하고, 좀더 지혜롭게 바꿔가도록 하면 됩니다.

지금 이렇게 해보자는 것은, 잃어버린 청계천 생각을 하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큰 강물들을 더 귀히 여기고, 함께 있을 때 아끼면서 잘 보살피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석경징, 끝)

석경징 선생님은
석경징(石璟澄) 선생님은 영문학을 전공한 언어학자전공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계신다. 재직 중이실 때는 서울대 입시출제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현재 함석헌학회 자문위원이시다.

저서로는 <서술이론과 문학비평>(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역서로는 <현대 서술이론의 흐름)(솔, 1997)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한국에서의 인문학과 포스트모더니즘>(숭실대학교논문, 1997)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지금까지 석경징 선생님의
"생각을 바르게 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인가"를
애독해 주신 독자님들에게
고마움 드립니다.
내일부터는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조년 교수님의
"시대의 낌새와 소리-함석헌의 화두를 중심으로-"를
6회 정도 실을 예정입니다.
많은 애독 부탁드립니다.

운영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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