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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행사 관련

[석경징 제4강] 4대강 정비는 정말 정비일가-또 속는 것은 아닌가

by anarchopists 2020. 1. 3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3/17 08:26]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서거20주기,간디서거61주기 추모학술모임 강연-석경징]


4대강 정비는 정말 정비일까
또 속이는 것은 아닌가

다만, 다만, 우리나라에서, 아니 이 지상에서, 청계천이라 불리던 냇물 같지도 않은 냇물은 영원히 사라진 것 같습니다. 하수에 섞여서라도 빗물 비슷한 게 흐르고, 군데군데 썩는 구석도 있는 그런 냇물로서의 청계천은 이 세상에서 아주 사라졌습니다. 차라리 두 겹의 두터운 “시멘트 공구리” 밑에서,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가스를 뿜으며, 끊어졌다 이어졌다 근근히 맥을 이어가던 그 송장 같은 청계천이 그리울 때가 있을 뿐입니다.

사라진 청계천을 놓고 감상적인 분위기를 짐짓 즐기듯 할 때가 아닙니다. F대강 정비사업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요새는 건물 F층이 있는데, 그것은 4자의 소리가 死를 연상케 한다고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F는 영어의 four의 첫 글자라는데 (그것 말고도 여러 단어의 첫 글자이기도 합니다만), 그렇다면 사 대강이야말로 死대강이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그건 그렇고, F대강을 정비하겠다는 것이지 운하를 하겠다는 말은 안 했다고 한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운하에 반대하는 것이지 정비하는 것은 반대 안 한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청계천을 복원하겠다”고 했을 때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때 거의 모두가 복원이란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고, 그래서 벌어진 일이 바로 청계천은 영원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뎅그머니 이상한 수로 하나가 생겨난 것이 아니었습니까?

하천을 정비한다는 것은 하천을 어떻게 한다는 것입니까? 청계천의 예를 따라 수로를 만들고, 어딘가에서 물을 퍼다가 흘리는 것입니까? 그리고 강 머리맡에 붉게 틀어 올린, 모양도 수상한 얍사한 탑을 세우는 것입니까? 돈을 쳐 들여서? 강가에 대를 이어서 살아오던 사람들은 강을 정비한다는 것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 하천의 전문가들은 알고 있습니까?

아는 사람들이 우리처럼 모르는 사람들에게, 함께 사는 사람들이라고 대접해서, 강이나 하천을 정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줄 것입니까? 아니면, 청계천 복원하듯, 정비 아닌 짓을 하고 정비했다고 하기로 되어 있습니까? (석경징,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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