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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특별기고

[박석률의] 중도강화론의 도그마- 이 나라에 중산층은 얼마일까

by anarchopists 2019. 12. 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5/24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5.16과 5.18 사이
-중간층과 중도 강화론이란 도그마 사이-

2011년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계층을 진보라고 부른다면 2007년 대선시 변화를 진보라고 불렀던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2007년의 변화 바람은 성장과 일자리 늘리기라는 구호로 요약되었다. 2010년-2011년의 변화바람이 구호로만 그친 2007년식 변화와 다른 점은 복지-보편적 복지의 절대적 확대가 등장하고 보편적 복지에서 뒷걸음치는 주장은 진보개혁에 발을 들여다 놓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중간 평가를 겸하는 4.27재보선 결과를 놓고서 중도, 진보성향이 보수성향을 눌렀다고 보는 데 대개 평가가 일치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2012년을 향한 전략적 지표로서 중도강화를 부르짖는 주장들이 강한 것처럼 자주 나오고 있다. 중도강화, 중간층 강화론이 우리 사회 현실 계층구조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절실하다.

분당 선거를 예로 많이 들고 있다. 보도만 보더라도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1) 투표 막바지 시각에 사무직 넥타이 부대라고 일컫는 중간층들이 대거 몰려가도록 SNS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2) 같은 시각 한국노총이 분당 지역 노조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여 4000여명이 몰려갔다고 한다. 분당 재보선의 당락을 가른 것은 2000여 표 차이였다.

위 2개의 현상 중에서 어느 것이 결정적인 승패에 작용했을까? 한국노총 소속의 노동자들은 지난 2007년 선거에서는 한나라당과 전략적 제휴를 하고서 그 뒤 쓴물을 다 마셨다. 상대적으로 소득의 박탈을 당한 넥타이 부대들이 선거장에 가서 한 표를 행사하는 데 종전과 다른 관심을 갖고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투표장 분위기부터 바꾸어 놓았다는 말도 많이 들려 왔다.

사무직 넥타이 부대나 한국노총조합원은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을 차지하는 계층인가? 분당 내에서도 15평 미만 평수의 아파트에 전세를 사는 사람들이 그 지역 주민의 50%를 넘는다는 분석 자료가 있었다. 이들이 사무직 넥타이 부대이든 한국노총 조합원이든 하는 차이보다는 한국사회의 빈곤층인 대다수 서민들보다는 좀 나은 처지의 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 말고 청년 실업자, 집에서 그냥 쉬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비정규직은 어느 정도였을까? 한국 사회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인데 이들은 그 소득 정도에서나 사회적으로 차지하는 역할에서 보면 중간층은 아니다. 중간층에서 진즉 탈락해버린 중간층 이탈의 하층에 거의 가깝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의 소득 정도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그것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큰 분류만 놓고 보더라도 중간층보다는 하층계층이 곱절 이상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당선거에서는 중간층이 더 많이 역할을 했을까? 중간층에서 이탈할는지 모르는 위기감을 갖고 있고 실제로는 중간층 아닌 사람들이 더 역할을 했을까? 선거로 변화를 갈망하는 세력들이 4.27 선거 이후 중도 강화를 크게 내세우고 있다. 중간층에서 탈락한 하층계층들을 끌어올려서 사회의 중간층으로 만들어 주자는 내용의 의미라면 옳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 정책을 거론하는 마당에 들어가면 중간층이 싫어할는지 모르는 내용의 구호를 내걸지 말자는 선거공학적 계산을 그렇게 포함시키고 있는 것을 본다.

한국사회 구조에 대한 착시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간층이라고 할 만한 계층의 숫자는 이미 30% 정도도 안 된다. 그런데 50% 이상 쯤 되는 걸로 안이하게 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결코 그렇지 않다. 과거 1998년 IMF 위기를 맞기 전까지는 중간층이 거의 70%에 가까운 정도였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 IMF 이후 민주개혁세력이 집권했던 시기에도 중간층은 현저히 감소해서 집권 말에는 50% 이하로 줄어들고 말았다.

선거공학적 측면에서 단순화 시키는 구호로서 중도강화론은 정확하게 사회 하층계층들의 바램을 담아서 중간층을 두껍게 다시 만들어 나가겠다는 그런 반성적 성찰을 배제한다면 일종의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그리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미 중간층에서 탈락해버린 도시 자영업자의 대다수, 비정규직 대다수, 그리고 실직 상태에서 대책 없이 정부만 쳐다봐야 할 그런 다수가 통칭 말하는 중간층이 아니라는 데 좀더 솔직하고 과감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중도란 것은 갈림길에서 어느 편도 안들고 가다말다 서고, 하는 듯 마는 듯 가운데 서 있는 부류란 것이 대다수 이 사회 대중들의 눈에는 명확하게 보인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누구를 대변하는 것을 중도라고 말하며, 중간층 강화라고 하는지, 이런 도그마를 내걸고 중간층으로부터 탈락해버린 대 다수 서민, 하층 계층의 사람들에게 또 다시 가슴에 멍을 새기려고 하는지 분명치 않게 보인다.

선거 공학적으로만 보면 하나의 당으로 모이는 것만 보이겠지만, 민주진보-진보개혁세력의 연합 연대를 위해서 중간층 강화라는 슬로건 아래 대다수 하층 계층의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있을는지 모르니, 현실 사회구조에서 대다수의 이익을 되 찾아오는 계획연습부터 해야 할 것이다.

5.16과 5.18 사이에는 무엇이 있었던가? 5.17이 있었다. 몰락해버린 중산층과 구호로만 나부끼는 중도강화론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선거 공학적 접근이 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대중의 참여란 그들 대 다수 대중의 진정한 벗이며 그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 특권층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각오가 있어야 보장될 수 있다.

인구의 소수로 몰락한 중간층이라는 도그마에 몸을 기대지 말고 소수 특권층에게 그 권리와 이익을 상실 당해온 대다수 하층계층이 자기 이웃이라는 점을 잠시 접어두었던 불편한 진실 알기부터 바로 할 것을 바라고 싶다.(2011. 5.23, 박석률)

박석률 선생님은

▲ 박석률님
박석률 선생님은 74년 민청학련사건에 관련되어 옥살이를 했다. 석방 이후에는 한국진보연대를 통한 민주화운동,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공동대표 등을 통한 민족통일운동을 계속해 오다가 지금은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 사월혁명회,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에서 민족, 민주, 통일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생명평화경제만민포럼" 대표이다. 저서로는 한반도의 당면 과제인 북핵문제와 관련해 펴낸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백산서당, 2003)과 <자주와 평화 누가 위협하는가> (풀무 2002), <씨알의 희망과 분노>(공저, 동연, 2012)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다움 미디어(위)와 연합뉴스(아래)에서 따온 것임
* 어제는 인터넷 고장으로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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