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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예관수 선생 칼럼

민용의 해로 만들자. 그래서 사람답게 살자.

by anarchopists 2019. 11. 2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1/30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임진년을 민룡(民龍)의 해로 만들자.

2012 임진년은 60년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라고 한다. 12간지 중에서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인 용은 물을 다스리는 신이자 비상(飛翔)의 뜻으로 인식되어 예부터 권력과 풍요, 신비로움의 상징으로 숭상되었다. 그래서 용은 지상 최고 권력이었던 황제나 임금에 비유되어 일반 서민들은 감히 문양으로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매 12년 마다 돌아오는 띠에다 황금돼지니 백말, 백호, 황룡이니 하며 특정 색의 덧옷을 입히는 연유는 무엇일까? 이는 음양오행에서 분화된 10개의 천간(甲乙丙丁戊己庚申壬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곧 甲乙은 靑색으로 동쪽, 丙丁은 赤색으로 남쪽, 戊己는 黃색으로 중앙, 庚申은 白색으로 서쪽, 壬癸는 黑색으로 북쪽을 상징한다고 하니 올해는 검은 색을 뜻하는 壬이 龍을 만나 흑룡띠가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검은색은 황색에 버금간다 하여 이번 흑룡의 해를 대운의 기세라 하나 이는 새해 벽두에 유별난 새 출발의 의미를 부여하며 서민의 주머니를 노리는 발 빠른 상술이 보태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역사적으로도 보면 차라리 임진년에는 나라에 큰 위기가 닥쳤거나 위기 중이었다. 1592년 임진년에는 왜란이 일어나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였고 60년전인 1952년에는 동족상잔의 한반도전쟁 중이었다.

또 고대 마야의 역서 등에 근거하여 올해 지구가 멸망한다는 종말론이 번지기도 했고 영화 '2012'가 출시되자 일부 팔랑귀를 가진 이들에게 새삼 위기론을 부채질하게 했다. 그러니 흑룡의 해가 대운세의 해라는 합당한 근거는 상당히 희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올해 국내 사정을 살펴보면 우리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과 같은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우리 손으로 정할 중차대한 정치적 귀로의 해를 맞이하였다. 지난 대선에서 정교한 정책의 준비나 합리적 근거도 없이 무조건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뻥’에 속아서 선택한 현 정권은 집권 내내 국민 대중과의 소통을 외면하고 일부 재벌과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정책만을 폈다.

또 뼛속까지 친미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나라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중차대한 한미 FTA를 힘으로 밀어붙여 졸속처리 해버렸다. 게다가 대통령의 친인척은 물론 주변 인물들이 일으킨 갖가지 부정부패, 비리스캔들이 연방 터져 나와 오만하고 독선적인 권력집단의 추악한 모습들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다.

결국 저들의 거만하고 일방적이며 타락한 정치행태를 겪고 있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이 말한 국민은 일반 서민이 아닌 소수의 기득권층과 특권층이었음을 일았다. 정치 지도자의 선출이 민초들의 삶을 좌우하는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새삼 뼛속 깊이 깨달았으리라고 본다.

이병박 정부는 아무리 둘러봐도 잘 한 것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찾을 수 없다. 현정 권의 유일한 치적(?)이라면 “부정직하고 타락한 정치지도자를 선택하면 국민의 삶은 고달프고 피폐해지며 나라의 앞날은 암담해진다”는 고금(古今)의 진리를 국민들 뇌리에 재삼 확인시켜 준 것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도 올해 임진년에는, 무늬만 민의의 전당이란 국회의 의원은 물론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같이 바꿀 절호의 때를 맞이한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본다면 우리 민초들에겐 오랜만에 주인행세를 하며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대운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 확실한 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흑룡의 해라고 대운이나 행운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민초들이 스스로 깨어나 저들이 자연과 역사에 저지른 씻기 힘든 과오에 대해 냉철하고 서릿발 같은 투표로 응징을 내릴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이제 그 기회가 왔으니 우리가 다시 꽝철(이무기)에 머물 것인지 용으로 승천할 것인지는 이제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렸다.

어찌했든, 올 2012년은 역사의 새로운 종지부를 반드시 찍어야 할 것이다. 무능과 독선적으로 오만하며 도덕적으로 타락한 자들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릴 것인지, 아니면 억압, 무시, 차별을 또  당할 것인지를.  속히고 또 속히며 살아 온 우리 민초들의 삶을 당당한 주인의 자리로 되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희망이 찾아왔다. 권력을 우리 발 아래 두는 주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다시 권력에 굴종하는 노예국민이 될 것인지는 오로지 우리들의 선택에 달렸다. 임진년인 2012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민초들이스스로 자각하여 민룡(民龍)이 되어 하늘로 승천했다는 아시아 역사의 신기원을 만들었으면 참 좋겠다.(2012.1.30. 예관수)

예관수 선생님은
예관수님은, 행정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부산에서 개인사업(토,건자재 판매업)을 한다. 현재 그의 삶은 주중에는 도시일을, 주말에는 거창으로 내려가 매실 등 농사를 짓고 있다.(주말 귀농 4년차, 5都2農 생활) 이후, 농사에 이력이 붙는 대로 완전 귀농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필자이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그림 위는 경향신문 김용만 그림세상에서, 아래는 한겨레그림판(12. 1.2)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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