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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모든 문제는 결국 정신문제이다.

by anarchopists 2019. 12. 1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6/23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1. 씨알 함석헌의 영성
“모든 문제는 결국 정신문제다”

함석헌(1901-89)은 다석 유영모의 제자로서 그리스도교뿐만 아니라 노장철학이나 샤르댕의 신학, 베르그손의 철학 등에도 해밝은 사람이었습니다. 함석헌을 영성가로 규정짓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는 내면의 정신을 밖으로 표출시킨 실천적 영성가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 누구보다도 생각하는 인간을 강조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참다운 종교가 되는 길이며, 참을 생각하는 종교라야 새 사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 종교, 하나의 종교, 참종교가 필요하다.”

그 참종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참종교인은 “진리를 현대 속에 살리는 데” 있습니다. 또한 “기독교는 변론하는 것이 아니고, 생활하는 것”입니다. 그에 의하면 하나님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삶이고 함입니다. 하나님으로 인해서 살 이유를 안 사람만이 진리의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 진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진리를 사는 것이지 천국에만 연연하는 삶은 아닌 것입니다. 그것을 넘어서야 하늘나라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함석헌은 말합니다. “천당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천당 가기 전에 이 땅 위에 하늘나라가 임하게 하자는 것이 기독교다. 그럼 저절로 천당에 갈 것이다. 구원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형제의 죄를 사해 주는 것이 기독교다. 그러면 구원이 저절로 될 것이다. 그런데 천당만 찾고 구원만 부르는 데서 잘못을 하였다...천국이 있다면 다같이 가는 데 아니겠나?” 타당한 논리입니다.

지금 한국 개신교는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더 이상 교회성장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이 교회를 등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서 함석헌은 “교회가 고혈압”에 걸렸으며 자본에 물들었다고 비판합니다. 따라서 “새 프로테스탄트가 나와야 한다. 종교개혁이 다시 나와야 한다. 종교 그것이 새로워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종교는 부정의 부정을 거듭하여 우리의 “인격, 정신, 맘속에 계신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종교는 영혼을 지향하는 정신적 생명운동”이며, “하늘을 지향하는 운동”입니다. 그 영혼과 하늘 운동을 위해서 그리스도교의 기백인 용서와 비움을 되살려야 합니다. 그 정신과 삶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찾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정신”이라고 한 것처럼, “씨알이 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자기의 생각, 올바른 생각, 제대로 된 생각이 있어야 합니다.

“교회라는 모임의 의미는... 한 생명체로 만들자는 생각”입니다. 화해와 조화의 공동체가 교회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어떠한 제도에 얽매어서 갈등과 분열을 일삼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만을 추구하
는 것입니다. 함석헌은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무교회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오늘날 교회가 지탄을 받는 이유도 제대로 된 정신과 생각, 본래의 사랑을 잃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양심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함석헌이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성령은 마술이 아니다. 양심의 정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윤리적인 데 있”습니다. 적어도 교회의 상식은 거기에 있습니다. 지나치게 교리적이고 배타적인 종교, 상식적이지 못한 종교는 건전한 종교가 아닙니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설득력이 없다고 꼬집어 말합니다.

예수가 통째(전인)로 사셨던 것처럼, 함석헌은 자신을 일컬어 풀 혹은 민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그가 죽을 때까지 추구했던 삶의 노선은 “졸리는 민중을 깨우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온갖 세파의 역사 속에서 사랑을 찾아 헤매었던 씨알은 “역사란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을 찾는 기록”이요, “아가페의 운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주적인 무한한 전체이신 하나님을 찾아 우리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올바르게 진리를 사는 것일까요? 함석헌은 “말이란 들을 수 있을 이 만큼 가슴이 익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함석헌의 말을 제대로, 깨어 있는 정신으로 들을 만큼 익었을까요? “사람의 가장 귀한 것은 자기를 돌아볼 줄을 아는 일이다.” 우리의 귓전에 맴도는 말입니다(2011/06/23, 김대식).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중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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