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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말씀과 명상

[말씀과 명상] 16강과 병역면제, 맞는 말인가.

by anarchopists 2020. 1. 1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6/24 07:03]에 발행한 글입니다.



[말씀과 명상]
이 기회에 병역법체계를 고치자.

[함석헌 말씀]
국가주의가 점점 강해졌어. 국가에서 정치하는 사람은 뭔고 하니 너하고 나하고 짜고 부하를 만들어서 군대를 만들고..... 이 나라는 어느 몇이서 짜고 들어서 모든 사람을 동원을 시키고, 자기 말을 듣게 하려고 법을 이렇게 만들고 나라의 명령이라고 이럴 터인데 이렇게 해....그걸 국가지상주의라, 제국주의라 그러는 거야
(<세상에서 조직적인 악이 국가>, 《함석헌저작집》13, 한길사, 2009, 267쪽)

[오늘의 명상]
위 글은 함석헌 선생님이 국가주의 모순을 지적한 글이다. 그런데 오늘날 국가주의의 모순을 나타내는 작태들이 나타나고 있다.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의 포인트 뉴스를 보았다. 거기에 돈 많은 정몽준과 월드컵축구 대표 허정무감독, 그리고 축구협회장 등이 “16강에 진출한 한국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면제를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월드컵에서 한국의 축구선수들이 경기를 잘 하고 있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상업주의를 배제한다면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나라의 지도급 인사 몇 명이 서로 짜고, 축구월드컵 성적과 '국방의 의무'를 거래해도 되는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나라마다 군대의 존재는 국가보위와 사회안전이 명복상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집권층의 권력유지가 주목적이다. 때문에 군대는 권력 중심의 국가와 사회공동체가 지속하는 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군대는 힘의 축적 차원에서 신진대사의 교체를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복무기간을 마친 고참병을 내보내고 신병으로 충원한다. 그래서 한국의 젊은이들도 법에 따라, 나이가 차면 군대에 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제적 경쟁주의’에 몰리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군대에 가 있는 기간은 자기 역량과 재능을 마미시키는 시간이다. 특히 예체능분야에 속해 있는 젊은이들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들 분야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불법으로 병역기피를 많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층의 자제들은 돈과 권력에 의하여 수단이 동원되고 구실이 만들어져서 합법적으로 병역면제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권력과 돈이 없는 서민들만 군대에 가는 불공평한 시대가 오늘의 한국사회다. ‘천안함사고’로 바다에 매몰되어 죽은 장병의 학벌을 보면 더욱 비참해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 차는 재능이 있다고 해서 이들마저 병역면제를 시키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이 나라에서 군대에 가서 자기인생의 시간을 허비하는 딱한 처지의 사람들은 돈 없고, 재능 없고, 권력(=빽)이 없는 사람들이 된다. 이것은 민주주의 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원칙 위배이다.

네티즌들도 지적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꼼수로, 월드컵 선수들의 성적을 국방의 의무와 거래하려는 것을 반대한다. 축구에서 재능이 있는 자들에게 군 면제를 해준다면, 다른 스포츠, 예술, 학문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젊은이들도 당연히 면제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래저래 돈 없고 빽 없고 재능 없는 '바보'들만 군대 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병역의 의무에는 형평성이 생명이다. 젊은 군인들의 사기와도 직결된 문제이다. 단순히 월드컵 분위기에 휩쓸려 병역면제 운운하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다.”(네이버 블로그, 속깊은 친구, 2010 6.23)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서도 축구월드컵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자 병역특례혜택을 준 일이 있다. 그러나 이후 국방부에서는 무분별한 병역혜택이 일반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한 바 있다. 그렇다. 민주주의는 모든 게 공평해야 한다. 그리고 평등해야 한다. 형평성이 같아야 한다. 그래서 2005년 인터넷 신문 참말로(지금은 사람일보로 제호가 바뀜)에서 주장하였던 제안을 주의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의 병역법체계는 낮은 수준의 국가발전단계와 냉전적 이념주의(낡은 우상)가 진행되고 있을 때 만들어진 징병제 개념이다. 지금 세계발전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도 크게 성장하였다. 그리고 사회문화도 고도로 발달해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는 나라발전에 젊은 인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래서 병역법체계를 징병제에서 모병제(지원병제)로 전환해서 민주주의의 원칙인 형평성을 유지하는 게 어떨지 하는 생각이다. 또 남성우월주의에서 나온 남성위주 징병제를 남녀의무병제로 전환하든지. 그래서 군대를 가야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한국의 남성 젊은이들이 받고 있는 ‘정신적 육체적 피해감정’을 보상해줘야 한다".(2010. 6.24, 취래원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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