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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마키아벨리, 인간을 불신하다!

by anarchopists 2019. 11. 1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7/02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마키아벨리, 인간을 불신하다!



“국가가 법률을 만들어놓고 지키지 않는 것처럼 해로운 일은 없다. 특히 법률을 만든 사람들이 안 지키는 경우는 두말할 것도 없이 최악이다.”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1527)는 29세에 피렌체 공화정에 참여하여 주로 외교업무를 담당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러나 피렌체 가의 군주정이 무너지고 메디치 가의 군주정이 복원되자 공직에서 추방당하는 수모를 겪었으며, 음모에 연루되어 체포, 고문, 투옥되었다가 석방되는 힘겨운 인생역정을 경험한다. 그가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군주론』(Il Principe; The Prince)이라는 역작을 쓸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1469년-1512년 프랑스의 샤를 8세가 이탈리아를 침입하고, 사보나볼라의 집권 시기와 몰락 시기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군주론』은 어떻게 하면 군주정이 공(公)을 세우고 사(私)를 극복하느냐, 다시 말해서 공동체의 회복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을 음미하면서 현지도자(들)과 현실 정치를 비교, 상고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현명한 군주는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들되, 비록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미움을 받는 일은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 자신이 미움을 받거나 경멸을 받는 일은 무엇이든지 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멸을 받는 것은 변덕이 심하고 경박하며, 여성적이고 소심하며, 우유부단한 인물로 생각되는 경우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적어도 지도자가 백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미움이나 경멸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민들은 지도자에 대한 불신과 경멸이 치솟고 있다. 지도자들이 『군주론』을 읽어보기만 했어도 백성과의 감정, 관계, 처신 등을 좀 더 지혜롭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그는 “민중의 기분은 매우 동요되기 쉬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그들의 지지를 얻는 것은 힘드는 일이 아니나, 그 지지를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고 말하면서 지도자가 되는 일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말하고 있다. 아무리 백성들로부터 지도자로 선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약속을 지키며, 백성의 마음 편에 서서 일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 지지를 얻은 만큼 유지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백성들로부터 지도자로 추대되어졌을 때는 백성의 환심을 사는 일조차도 그리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마키아벨리는 잘 말해 주고 있다. “인민들의 호의로 군주가 된 사람은 그들의 환심을 계속해서 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도자는 백성들이 자신을 따를 수 있도록 어떠한 경우에도 신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백성은 지도자의 신의를 먹고 살고, 지도자는 백성의 충성으로 자신의 지위가 유지된다. “현명한 군주라면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지
시민들이 정부와 자기를 믿고 따르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렇게 해야만 시민들은 그에게 항상 충성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지도자와 정부는 신의가 실추되고, 오로지 백성들의 무조건적인 따름만을 강조한다. 납득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말을 들어보면 그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군주는 적절하게 신중하고 자애롭게 행동해야 하며, 지나친 자신감으로 인해서 경솔하게 처신하거나 의심이 너무 많아 주위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지도자로서의 신중함과 자애로움이 부재한데다가 경솔함마저 자신의 언행에 큰 정치적 결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일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배우는 지도자, 학문을 연마하고 과거의 출중한 인물로부터 정치적인 지혜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공부하는 지도자, 연구하는 지도자, 지혜를 구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은 남이 밟은 길이라고 누구의 것이나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출중한 인물이 밟은 길을 더듬기 위해 노력하며 그런 사람의 행동을 모범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지도자는 백성을 위한 좋은 생각, 백성의 안녕을 위하는 생각, 백성의 편익을 위한 생각, 백성의 복지를 위한 생각 등을 펼칠 수가 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우리들에게 상기시킨다. “군주가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좋은 상태로 국가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 일에 성공만 하면, 그가 쓴 수단을 누구나 훌륭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칭찬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바로 얼마 남지 않은 임기만이라도 국가를 가장 좋은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마키아벨리가 백성들에게 충언하듯이, 백성들은 권력을 남용하고자 하는 지도자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또 다른 제도로 옥죄려고 할 것이다. “이 일만은 마음에 새겨서 기억하기 바란다. 위정자라 부르거나 지도자라 부르거나 지배자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일찍이 없었다. 그러므로 사람을 선출할 때는 그 사람이 권력을 남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제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미래의 지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마키아벨리는 인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내용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인간이란 단순한 동물이라 현재 눈에 보이는 것에 끌려가기 쉽다”, “인간이란 자기를 지켜주지 않거나 잘못을 바로 잡을 힘이 없는 자에게 충성을 바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한 가지 야심이 이루어지면 금방 다음 야심이 달성되기를 바라게 되어 있다. 이것은 지배하는 쪽이나 지배받는 쪽이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처음에는 자기 몸을 지키는 일만 생각하던 사람도 그것이 이루어지면 이번에는 남을 공격하는 일을 생각하게 된다. 유감스럽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간은 목전에 따라 움직인다’, ‘인간이란 사악하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여하에 따라서 사랑을 한다’, ‘인간은 은혜를 모른다’, ‘인간은 변덕스럽고 위선적이다’, ‘인간은 이익에 눈이 어둡다’ 등 인간의 부정적인 특성들을 자신의 여러 저서 이곳저곳에서 피력하였다.


  마키아벨리가 생각한 것처럼, “인간은 백 퍼센트 선인 일 수도 없고, 백 퍼센트 악인 일 수도 없다.” 하지만 자신의 입으로 말한 것처럼, “무슨 일에 있어서나 상대편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일은 사려 깊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을 절망하게 만들었지만, 그 절망과 좌절을 딛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것도 인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완전한 선인도, 완전한 악인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보다 더 완전한 선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인간이 된다면, 아무리 열악한 정치적 상황이 전개된다 하여도 ‘절대적인 절망’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백성들은 선하고자 하는 존재이니까.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싶어서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갠 날에는 그 다음날 비가 온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뿐이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헤럴드생생뉴스 외).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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