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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대립이 아니라 평화, 상호부조여야 한다!

by anarchopists 2019. 11. 1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6/25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대립이 아니라 평화, 상호부조여야 한다!




“현실적인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상처라는 것을 알았었다.”(Joe Bousquet)

“대부분의 전쟁은 지배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민중이 원해서가 아닌 강제 통일을 하는 그들은 언제나 그 방책에 맘을 썩이고 있다... 오늘날에도 전쟁까지는 아니라도 민중의 의사에 거슬려 통치하는 지배자들은 공연히 다른 나라에 대하여 적개심을 일으키려 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세계의 대세는 결코 국민과 국민 사이의 대립이 아니고, 지나간 날의 원수를 잊어버리고 단단히 손을 잡아서만 너도 나도 살 수 있는 오늘이다... 생물은 사실은 서로 도움으로써 살아가게 되는 점이 많다... 같은 생물의 현상을 놓고 크로포트킨은 『상호부조론』을 쓰지 않았나?... 동족 사이에 서로 살겠다고 남을 죽이는 것은 인간에게만 있는 일이지 동물에겐 없다.”(함석헌, 함석헌전집 두려워말고 외치라, 한길사, 1984, 375쪽)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2주년이다. 아직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며 살아가고 있고, 전쟁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함석헌은 전쟁이란 대부분 지배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의 국제정치적 상황들과 역학관계를 보았을 때, 그의 진단은 과장이 아니라고 본다. 누가 그 전쟁을 원했다고 볼 수 있는가. 민초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전쟁이었다. 그 속에서 피 흘리며 죽어간 사람들은 대부분 민초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계속 한쪽을 유배시키며 적개심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이득이 되지 못한다. 그것을 정치적으로 역이용하는 것 또한 온당치 못한 행위인 것 같다. 트라우마를 들추어내고 그것을 치유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무의식을 현실화시키는 작업을 통해서 적개심과 부정적 심리를 자극한다면, 우리는 이념적 상처에서 절대로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함석헌이 말하듯,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역사적 치유와 함께 개인의 치유는 곧 민초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말 아닌가. 민초들에게는 결코 죄가 없다 하지만, 전쟁의 원형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니 다시 마음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주와 인간의 근본이 뚫려 밝아지는 날, 완전에까지는 아니라도 그런 가능성이라도 환히 보이는 날, 달라질 것은 사람 자기의 마음이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그 마음 하나에 달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쟁은 결국 각 개인 제 가슴 속의 전쟁의 반영에 지나지 않는다. 땅위의 평화가 온다면 그것은 사람의 가슴 속의 평화의 나타남일 것이다.”(함석헌, 함석헌전집 두려워말고 외치라, 한길사, 1984, 380쪽)


  달라져야 한다. 사건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를 가져오려면 달라져야 한다. 전쟁으로 인한 숱한 죽음과 아픔은 개인의 아픔이기 이전에 역사의 질곡이고 인간의 상처이다. 싸움과 싸움이 점철되어 온 역사, 그 인간의 역사를 극복하지 못한 또 하나의 전쟁이 우리 한국전쟁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인간의 속마음의 투사였던 것이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폭력으로 얼룩진 현실은 전쟁의 사건으로 비화된다. 따라서 마음을 달리하고 가슴을 새롭게 하여서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 평화만이 살길이다. 평화만이 새로운 삶의 사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죽음은 개인의 죽음이자, 역사의 죽음이다. 하나의 사건, 우리 앞에 현시되지 말아야 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을 뛰어넘어 새로운 삶의 사건, 평화의 사건을 이루려고 했던 이 땅의 선혈들의 죽음은 ‘모든 것의 죽음’이기도 하다. 과거를 되뇌며 ‘모든 것의 죽음’을 너의 죽음으로만, 나의 죽음으로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모든 것의 죽음’은 ‘몰랐던 것의 죽음’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전쟁을 현실로부터 추방하는 것이다. 전쟁의 날을 사유하되 불행의 현실이 되지 않도록 그 이미지조차도 빌려오지 말아야 한다. 오늘 과거의 시간에 굴하지 않고 미래의 시간으로 몰아가는 평화의 길을 위해서 전쟁의 날, 전쟁의 사건에 바쳐진 당신들을 기억한다! “너의 의무는 시간과 공간의 구원을 수행하는 것이다. 너는 저주조차 받지 않았다. 저주란 단지 너의 가소롭고 괴물 같은 자유의 장소다.”(Joe Bousquet, 김관오 옮김, 달몰이, 아르테, 2007, 192쪽)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서울신문/에듀뉴스).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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