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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경희 작가 단상

대통령 담화를 듣고-삶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by anarchopists 2020. 1. 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0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삶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며칠 째 찜질방에 머물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의 하소연을 듣다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대통령의 담화문을 듣고 불안하다며 라면을 사재기하는 이웃도 있다. 전쟁을 겪은 세대나 그렇지 않은 세대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 도대체 인생 살 맛이 나지 않는다는 푸념과 함께.

나 역시 마음이 심란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릴없이 서재를 서성이다 함석헌 선생님의 시집을 들춘다. 선생님은 서문에 "이것은 시가 아니다. 시 아닌 시다." 라고 서문에 강조하셨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선생님의 시집 속에는, 혼이 깃든 인생의 지침서 같은 시가 많았다.

“삶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퍼져나가는 가지같이 그칠 줄 모르는 삶의 음악을
손에, 발에, 소리에, 얼굴에 넘쳐흐르게 하는 일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러나 그보다도 또
영원히 실현될 길 없는 이상의 맑은 불꽃을 안고
새파란 날개 째 부나비 되어 그 안에 뛰어 들어 타죽고 만다면
그것은 얼마나 눈물 나는 일인가

즐거움, 아름다움, 행복, 영광을 다 모르고
그저 타, 타, 타 영원한 불길로 타오르고만 마는 그 일은
아, 그 일은 얼마나 눈물 나게 거룩한 일인가”
(함석헌, 〈삶, 죽음〉,《함석헌저작집》23권, 한길사, 2009, 166쪽)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왠지 가슴이 따뜻해졌다. 힘이 났다. 너무 현실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삶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함 선생님의 시구처럼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다면 실타래처럼 꼬인 남북문제도 뜻하지 않게 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시를 권하고 싶다. 좀 더 북한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을까. 그리고 통일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보면 안 될까. 대통령님 담화를 듣고 한 말씀 전하고 싶다.

이명박 장로님, 저도 기독교인이기에 말씀 드립니다. 갈라진 남북한 사람도 그렇고, 우리 대한민국 국민도 그렇습니다. 이제 편 가르기를 그만 두면 안 될까요. 우리 모두를 통일을 열망하는 ‘영원의 불길’을 지피는 민족구성원으로 보면 안 될까요. 이쪽 저쪽이 뭡니까. 왜 "인생에 살 맛이 나지 않게" 담화를 하셨는지요. 장로 대통령님, 예수님을 닮으시면 안 될까요(2010.11.30. 저녁, 박경희)

박경희 작가님은
2006년 한국프로듀서연합회 한국방송 라디오부문 작가상을 수상했다. 전에는 극동방송에서 "김혜자와 차 한잔을" 프로의 구성 작가로 18년 간 일하다 지금은 탈북대안학교 '하늘꿈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의 필진이다.

작품으로는 《분홍벽돌집》(다른, 2009), 《이대로 감사합니다》(두란노, 2008),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고려문화사, 2006), 《천국을 수놓은 작은 손수건》(평단문화사, 2004)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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