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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

농촌의 자본주의화를 중단하라

by anarchopists 2019. 12.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6/1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농림부를 개혁하고
농촌의 자본주의화를 중단하라.

세계무역기구(WTO) 출범(1995) 이후 이에 대응하여 농림부(MB 정권이후, 농림수산식품부로 바뀌었다. 부서이름도 개떡 같다, 이하 농림부라 부르겠다))에서 내놓는 농업관련 정책들은 졸속과 임기웅변으로 일관되어 오고 있다. 겉은 그럴싸하다. 마치 농림부가 농민생활의 안정을 위하여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계획과 대책을 세우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핵심은 “2010년까지 6ha 수준의 규모화 된 전업농 7만호 육성”계획은 사실상 우리 농촌을 파괴하는 정책이었다.

토착농민의 폐업을 강요하고 농촌의 자본주의화를 강행하는 정책이다.
그리고 지난 2004년 11월에 개정된 농지법은 “농업회사법인의 무제한 토지소유”, “농지은행의 설립과 이를 통한 비농업인의 농지매입 허용”, “농업기반공사를 통한 농토 임대 소유상한 폐지”, “농촌에 농업 편의시설의 건축허가”를 골자로 하고 있다. 곧 2004년 《농지법》개정은 그 취지가 농촌의 자본주의화 촉진에 있었다. 농업회사법인, 농업은행, 농업기반공사, 농업관련시설은 모두 자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는 곧 돈 없는 가난뱅이 농민은 농촌을 떠나라는 국가명령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2004년 《농지법》개정부터 자본가를 농촌에 투입하여 한국의 농촌을 완전 자본주의 시장바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유럽의 경우, 15~16세기 신항로의 발견 이후 세계적인 자본주의 체제가 형성되고 이에 따른 도시화의 확대로 농촌은 자본주의 희생물이 되어왔다. 19세기 비유럽지역의 근대화 이후 세계의 농촌은 자본주의에 포위되었고 그 침탈로 공동체문화가 말살되어 왔다. 그러나 농촌사회는 자본주의로 갈수 없는 태생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남한의 농림부는 지금 한국농촌의 자본주의화를 강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농촌에 겨우 소규모의 개별농업과 집약농업에 의지하고 있던 가난한 소농들은 농촌에서 삶의 보금자리를 잃고 농촌 밖으로 쫓겨나야 한다.

대농 중심의 자본농(資本農)들이 농촌을 독점하게 된다는 뜻이다. 자본가에 의한 농촌지배가 이루어지면 농민계층은 더욱 분화되고 자본이 인간을 지배하는 비윤리적 자본공화국으로 변질된다. 농촌의 공동체 기능의 파괴와 정체성의 궤멸을 수반한다. 전통적 농촌 공동체의식의 붕괴와 고유한 농촌환경의 변질은 한국농촌이 갖는 ‘공익적 기능’(公益的機能)의 파괴를 의미한다. 농촌 공동체의식의 붕괴, 농촌의 도시화, 농촌이 갖는 공익적 기능의 파괴는 미래 한국경제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생산체제에서 생존경쟁으로 감정이 악화된 도시민의 정서를 순화시켜줄 곳도 잊게 된다. 이 결과, 우리 사회는 각종 범죄의 소굴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이러한 한국농촌의 공동체적 삶의 원형을 파괴는 농림부의 졸속 정책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

세계 사회학자들은 앞으로 닥아 올 인류의 행복한 삶의 유형으로 개인의 자유주의에 바탕한 자본주의가 아닌 인간적 유대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선진 국가들은 미래사회의 유형을 공동체적 삶으로 보고 새로운 공동체사회의 모델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나라 사회보다 강한 공동체의식 내지는 공동체적 삶의 태도를 지녀 왔다. 그것은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의 도전을 생활공동체 성원들의 협동과 협력으로 대응하는 생산구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과 촌락을 기초로 하는 생활윤리와 사회구조가 오랜 역사 속에서 전통으로 이어져 두터운 공동체의식을 길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은 18세기 이후 시민사회가 형성되면서 전통사회적 공동체의식의 해체와 동시에 각자의 이해관계만을 따지는 개인주의가 팽배하여 왔다. 서구의 자유주의적 정치이념과 자본주의는 이 같은 시민사회와 개인주의 다원성에 기초하여 등장하였다. 때문에 시대가 흐르면서 서구사회는 시민사회를 통해 해소될 수 없는 갖가지 비인간적 문제들에 직면하였다. 그래서 유럽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서 노출되는 비인간적 문제들을 과거사회의 이념, 즉 공동체주의를 빌려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에 견주어 볼 때, 한국 사회는 근대화로 말미암아 온전한 시민사회의 가치를 경험하지도 못한 채 전통사회적 유대마저도 무너져 내리는 혼란 속에 살아왔다. 이런 의미에서 서양의 역사적 경험만을 뒤쫓아 왔던 한국 사회는 이제 우리 스스로 자본주의가 갖는 한계를 극복 보완하면서 공동체적 삶의 유형을 주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이 나라 농촌은 그러한 공동체 사회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인간정신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농림부가 앞장서서 이를 파괴하고 있다.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은 공동체주의로 이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공동체주의를 파괴하고 농촌의 자본주의화를 추진하다니, 그러한 어리석음은 없다.

지금 농림부가 농촌을 위해 할일은 농촌의 자본주의화가 아니다. <농업협동조합>을 혁파(올해 아직은 완전하지 못하지만, 겨우 금융과 조합업무가 분리되었다.) 하여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 ‘농산물유통기구’(외국농산물 유통쎈타를 깨부수고)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농협이 가지고 있는 수조원(數兆元)의 축적자본을 농민에게 되돌려주는 일이다. 지금까지 농협은 농민이 아닌 비농업인인 농협직원만의 이익창출을 위한 직장이었다. 이제는 진정한 농민의 이익을 창출하는 기구로 전환시켜야 할 때다. 그리고 이제까지 정부에서 농민생활 안정책으로 투여된 국가예산이 농업인이 아닌 농업관련 공무원, 시설업자 등 비농업인이나 공무원과 유착된 권력형 부농과 유지들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을 숙지해야 한다.

지금의 농림부 예산의 집행구조는 농업인의 직접적 이익과 무관한 비농업인들에게 유리하도록 되어 있다
. 이러한 예산집행의 구조적 모순을 혁신하여 국가 돈이 농민에게 직접적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김영삼 정권 이후 50조원 이상 되는 국가 예산이 농촌 활성화를 위해 투여되었다고 떠벌인다. 그런데도 농촌이 이 모양 이 꼴로 여전히 가난과 낙후된 환경 속에 있다면 농림부 장관은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반성해 볼일이다. 거듭 권하지만 농림부는 한국의 농촌이 가지고 있는 공동체 원형을 파괴하는 일을 중단하고 국가예산이 가난한 농업인에게 직접적 이익이 되도록 예산 집행구조를 고치는 일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2004. 11. 12 초안, 2011. 6.11 재작성,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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