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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사상

[논쟁] 함석헌과 사회진화론 5

by anarchopists 2020. 1. 2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4/03 10:58]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과 사회진화론(5)
- 함석헌은 사회(전체)의 진화를 주장하지 않았는가


4. 최근 사회진화론의 흐름 - 켄 윌버의 통합적 접근

인간과 사회에 대한 함석헌의 전체론적 통찰은 현대 서양사상의 큰 흐름 속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있다. 그만큼 포괄성과 보편성이 증명되고 있다. 한 예로서, 서양사상의 접근 방식에 새로운 차원을 연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이론을 동양사상적 차원에서 한층 심화시킨 칼 융이 내세운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은 개인이 유전자처럼 지니고 있는 사회심리학적 요소를 가리키는데 이는 함석헌의 전체론적 사회성과 그 취지가 일맥상통한다.

다른 예는 최근 미국의 심리학, 사회학, 철학, 종교, 인류학, 물리학 등 다분야에 걸쳐 통합(integration)을 지향하는 접근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켄 윌버(Ken Wilber)의 사상이다. 그는 ‘사회문화 진화’(sociocultural evolution'를 논증한다. 인간의 의식과 세계관의 진보적 진화(progressive evolution)를 말하면서 그는 의식 및 도덕성의 진화를 세 단계로 구분한다. 즉 자기중심(egocentric), 민족중심(ethnocentric), 세계중심(worldcentric)이 그것이다. 이것을 전-전통적(preconventional), 전통적(conventional), 후-전통적(postconventional) 단계로 부르기도 한다. 이 단계의 도덕적 정체성은 '나'(me)에서 '우리'(us)로, 거기서 '우리 모두'(all of us)로 확대 된다. 마지막 범주는 인류 전체와 나아가서 일체 중생이나 만물로 확대된다. 이 3단계는 함석헌이 강조하는 개인주의와 민족주의를 넘어서 세계주의로의 이행과정을 상기시킨다.


켄 윌버의 심리학은 행동주의(behavioral), 발달(developmental), 인본주의(humanistic) 심리학을 지양, 통합하는 초개인(transpersonal) 의식과 영성을 지향한다. 윌버는 '전체-부분'(holon)(whole-part) 개념을 꺼내어 활용한다. 이는 전체(whole, holistic)와 부분을 아우르는 병존, 통합 개념으로 화엄불교의 연기사상과 비슷하다. 이 또한 함석헌의 전체론적 사유를 연상시킨다. (함석헌 자신도 만년에 '초개인' 심리학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적이 있었다.)
윌버는 또한 인식의 도구 면에서 전합리적(prerational), 합리적(rational), 초합리적(transrational)인 발전단계를 설정하고 개인과 사회에 적용한다. 문화진화(cultural evolution)와 개인발달 (individual develop.)은 병행한다. 함석헌은 전통적인 수행발달 순서를 상징하는 표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거꾸로 실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개인보다 사회가 우선한다. 그렇다고 개인의 자각과 이니셔티브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사회발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윌버의 통합적 철학 및 방법론은 개인과 더불어 문화/사회의 진화를 일차적 주제로 다룬다. 그는 『무경계』(1979) 이후 "낭만적 입장(신성의 회복 모델) 대신 진화발달에 의한 '선성(善性)으로의 성장' 모델의 옹호자"가 되었으며, "최상의 궁극적인 신(神)실현 또는 신성한 깨달음을 향한 발달의 진보를 강조하는 발달적 스펙트럼 모델은 의식의 진화에 있어서 고차적 단계로의 발달“을 제시한 것이다. 윌버가 종교와 영성(spirituality)을 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영적 차원을 인류가 지향하고 상승, 진화해 가야할 궁극적인 목표로 보는 점에서 함석헌과 일치한다. 윌버는 나아가 "역사는 최후의 심판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전체성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결론에까지 이른다. 함석헌의 전체론을 상기시킨다. 윌버는 한 사물이나 현상(事象)을 홀론(holon) 즉 '전체/부분'(whole-parts)(다른 전체들의 한 부분이 되는 한 전체 'a whole that is part of other wholes') 네트워크'로 설명한다. '일종의 전체론적 모델'이다. 예를 들면, 분자(molecule)는 전체 원자들(whole atoms)을 내포하면서 그 자체는 전체 세포들(whole cells)에 의하여 내포되는 홀론(holon)이다.

윌버에게 "영(靈)은 진화의 궁극적인 목표일뿐만 아니라, 언제나 현존하는 진화의 기반"인 것처럼, 함석헌에게 인간의 궁극적 본질은 영이다. 하나님도 영이다. 따라서 영은 인관과 하나님을 다리 놓는 공통요소이다. 개체들의 집합체인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는 말한다.

"몸이 살아가는 데 대기가 결정적인 요소가 되듯이 사회가 되어가는 데도 정신적 대기가 필요하다. 이것은 우주를 꿰뚫는 영기다. 하나님의 성령이다. 혹은 천지정기라, 혹은 호연지기(浩然之氣)라 부르는 것이다. 사회란 우주영기(宇宙靈氣)의 인간적 나타남이다."(
전집2:153)

신관에 있어서도 윌버는 진화론적이다. “신은 우리의 집단적인 과거(collective past)에 들어있지 않고 우리의 집단적인 미래(collective future)에 들어있는” 존재이다.” 이것은 함석헌의 신관과 일치한다. 그는 하나님(여호와)를 단순히 과거나 현재에 존재하는 이(자존자)로 보기보다는 ‘미래에 있으려 하는’(shall be) 이로 해석한다. 둘 다 신을 (사회)진화의 산물로 여기는 입장이다. (최근 ‘진화 심리학’의 틀로 신과 종교를 보는『신의 진화』라는 책도 나와있다.)

이처럼 서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통합사상의 대두 속에서 함석헌의 진화론적 사유가 다시 되울림하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켄 윌버의 사회문화진화론의 연장선상에서 '새 시대'에 맞는 종교와 영성, 의식, 사상을 모색하는 운동이 미국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윌버와 더불어 앤드루 코헨(Andrew Cohen)이 앞장을 선 운동은 그 핵심 개념으로 ‘집단적 진화’(collective evolution), '진화꾼'(evolutionary), '진화적인 깨달음'(evolutionary enlightenment)을 이야기한다. '의식 및 문화 속의 혁명'을 제의하고, 샤르뎅을 따라 신관의 확대를 주장하기도 한다. 진화와 혁명을 동일한 선상에서 보고 역동적인 신관을 강조한 함석헌의 지향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 단학과 뇌호흡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승헌의 주장 속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는 미국에서 발간된 저술에서 ‘집단 깨침’(mass enlightenment), '집합적(collective) 의식’의 향상, ‘깨친 사회’(enlightened society), '인류의 총체적인 영적 탈바꿈’를 강조한다. 이러한 방식의 사고가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영호, 월요일 계속)

김영호 선생님은
인문학의 몇 분야를 방황하면서 가로질러 수학, 연구(스톡홀름대, 하버드대 펠로우), 강사(연세대 숭실대), 교수(인하대, 현재 명예교수)로 일했다.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그의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다원주의다. 다원주의를 통해 민족분단. 사회 및 지역 갈등, 종교간 갈등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사상적 준거는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이다. 그 동안,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079)에 관여,『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학회장직을 맡고 있다.(2015년 12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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