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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노무현서거 2주기를 맞이하여]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글

by anarchopists 2019. 12. 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5/20 06:45]에 발행한 글입니다.


노대통령님께 드리는 글

벌써 2002년이 됩니다. 우리 국민은 일부 수구․보수 세력을 제외하고는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모두들 기뻐했습니다. 그것은 군부독재와 그 정권에 기생하여 권력을 계승한 수구․보수 세력을 물리치고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2004년 4월 15일 탄핵정국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권한북귀 하였을 때 또한 기뻐했습니다.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기뻐하고, 촛불염원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복귀를 기원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계속되는 수구세력의 이권 챙기기 정책 때문에 한없이 밑바닥 인생으로 추락해 내려갔던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이 역사적으로 강제된 약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대통령께서 구제도의 낡은 틀을 깨고 권력의 수평적 행사, 재부의 평균적 분배, 인격의 평등적 권리, 문화의 균형적 소유가 이루어지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주리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날이 갈수록 이들 사회적 약자의 희망을 저버리고 있습니다
. “대통령이 되고 나니까, 밑에 있을 때의 생각과 다르다”라는 말로 합리화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그 말은 자기합리화일 뿐입니다. 해방 이후 독재권력, 부패정권으로부터 강제된 사회적 약자들은 이제 이 억울한 약자의 신분에서 벗어나고자 갈망합니다. 우리 국가가 약자의 신분을 부여받은 것은 미국과 굴종된 외교관계로부터 시작됩니다.

먼저 우리 국민들은 미국과 맺은 현대판 ‘을사조약’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합니다. 우리는 미국의 국익 때문에 너무나 많은 희생을 강요당해 왔습니다. ‘6.25한국전쟁과 양민학살’, ‘반공이데올로기와 민족분단’, ‘미국의 내정간섭과 독재부패권력의 재생산’, ‘친미정권과 수많은 인재의 희생’, ‘각종 불평등협약과 경제약탈’, ‘알량한 한미동맹과 외교권 박탈’ 등 지금도 끊임없이 물고 물리는 미국과의 불평등한 공법체제 때문에 한국의 국익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어떤 국익을 희생당하려고 이라크 파병을 못해서 안달이십니까.

국민의 촛불염원에 의해 권한복귀 한 노대통령께서 곧바로 취했어야 할 첫 번째 정책이 바로 국민의 힘을 배경으로 한 ‘주체외교’의 확립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라크 파병’정책의 철회였습니다. 지금 스스로 깨닫기 시작한 국민들에 의하여 우리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반미적 정서가 폭넓게 확산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한미혈맹 등 친미적 정서가 지금까지 독재정권과 부패권력들에 의해 강요되고 조작된 노예적 사고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의 국익이 그 동안 엄청나게 손실을 입어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것이 ‘국민의 힘’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참여정부가 이러한 국민의 의식을 따라잡지 못하고 미국과의 불평등한 노예적 외교관계에서 헤집고나오지 못한다면 그것은 대통령의 자기모순입니다.

이번 한국인 한 사람이 이라크에서 처참한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것은 이라크 내 ‘해방세력’(결코 저항세력이라고 말할 수 없는)의 테러로 치부하고 말고 할 그러한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입장을 바꾸어서 우리도 어떤 강자에게 억울한 영토적 침략과 주권의 약탈을 당했다면 당연히 그 분노 때문에 어떠한 비인간적 행위도 서슴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민족의 생존’이 인간의 ‘도덕적 행위’보다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일제에게 침략을 당하였을 때 일황(日皇)도 죽이려 했고, 수많은 일제의 기관을 파괴하고 인명을 살상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결코 안중근이 이토오(伊藤博文)를 사살한 것을 반인륜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기 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있을 때는 조국을 구하기 위하여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법입니다.

다시 한 번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김선일을 죽인 이라크 해방세력을 테러니 반인륜적이니 하고 탓하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외교상 문제점, 그리고 참여정부의 정책적 오류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우리 외교의 기조가 주체외교인지, 종속외교인지, 이라크 파병은 대한민국의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그리고 이라크 파병이 국익과 관련된다고 하였을 때 그 국익이 대한민국의 국익인지 아니면 미국의 국익인지, 또 미국과의 신의는 정말 국가대 국가의 신의인지 아니면 부시와 노대통령 개인의 신의인지 먼저 짚어봐야 할 것으로 봅니다.

대통령께서 조국의 미래를 생각하신다면 정치기반이 없는 당신을 대통령이 되게 했고, 사악한 탄핵정국에서 당신을 구출해낸 ‘국민의 힘’을 의식해야 합니다. 즉 역대 친일-친미정권으로부터 착취를 당하고만 살아왔던 사회적 약자의 말에 귀를 기울려야 할 것으로 봅니다. 대통령께서는 임기를 마치고 한 번의 집권으로 끝나면 그만이지만 우리민족의 생존과 행복은 무궁해야 합니다. 역대 친미적 부패한 정권처럼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되어 저들세력의 눈치와 압력에 굴복한다면 이 조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아니 다음 정권은 다시 수구․보수정권에게 넘겨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적 약자의 행복지수는 그만큼 멀어지게 됩니다.

2003년 5월 6일에 인천일보를 통해 대통령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고언(苦言)을 들렸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고언을 드립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을 지탱해 주고 있는 ‘국민의 힘’ 즉 사회적 약자들이 대통령에게 더 실망하기 전에 이들을 위한 정책을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라크 파병결정의 즉각적 철회와 함께 기득권세력의 권력유지 수단이었던 국가보안법의 폐지, 불평등 공법체제인 미국과의 제반 협정의 폐기와 주체외교의 확립, 한반도에서 미군의 완전철수, 해외공관의 대대적인 개편과 인적 수술, 식량안보에 대한 장기정책 수립, 그리고 비정규직에 대한 경제적 평등조치, 농민노동을 착취하는 농협의 혁파 등 약자를 위한 제반 정책들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사료 됩니다.

아무쪼록 아직도 대통령을 믿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소망하면서 대통령 내외분의 강령하심을 기원합니다.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위 기사는 2004년 6.29일 <디지털말>지에 나왔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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