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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사상

[김조년 제8강] 시대의 낌새와 소리를 들어라

by anarchopists 2020. 1. 3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3/26 09:12]에 발행한 글입니다.


시대의 낌새와 소리
고전 바로읽기: 노자와 장자, 성경과 바가받기타

오늘날에는 교육도 종교도 예술도 매우 가벼워졌다. 삶의 표피를 만질 뿐 본질을 만지게 하지 않는다. 더욱이 전쟁과 같은 상황을 촉발하는 경쟁교육과 경쟁운영을 제도화하는 모든 교육정책과 기업정책은 경쟁을 생활화하고, 문화로 만든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독창성을 발휘하는 생활이 나올 수 없다. 거기에는 오로지 규격에 맞는, 규준에 맞는 생활패턴만이 높은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날 뿐 다른 가치가 의미를 잃는다. 특히 각박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때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은 그것을 해결할 것이라 보는 직설문답이다. 그것은 끊임없는 문제의 반복일 뿐 근본해결책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함석헌은 고전을 고쳐 읽기를 시작한다. 고쳐 읽는다는 것은 고전의 문장이 형성될 때의 사회상황과 그 저자의 처지와 상황을 고찰하여 오늘의 현실과 대비시켜 읽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새로운 해석이요, 새로운 삶의 적용방식이다. 인류역사, 인생의 가장 밑바탕을 반복하여 흐르고 있는 기본들이 무엇인가를 그 근원에서부터 이해하자는 노력이다. 군사독재시절에, 그것을 해결하여야 하는 급박한 시절에 그는 천연덕스럽게 고전을 파고 또 파되, 젊은이들과 함께 하였다.

그가 읽은 고전은 노자, 장자, 바가받기타와 성경이었다. 물론 혼자서는 불교의 경전들, 유교의 경전들을 읽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은 것은 바로 그러한 현실을 멀리에서 바라보는 문서들이었다. 그러나 그 문서해석은 언제나 날카로운 현실과 대결하는 형식이었다. 이러한 자세는 그의 일생을 이끌어 온 본질과 현실을 조화하려는 자세의 한 면이었다. 이것은 우리에게 어떤 모범을 보이는가?

함석헌은 ‘살림살이’란 글에서 책읽기, 고전읽기를 이렇게 쉽게 설명한다. 좀 길지만 그대로 옮겨 본다.
“얼굴에도 빛이 있어야지만 마음은 더구나도 빛이 나야 한다. 속이 밝아야 밝은 사람이다. 그리고 속에 빛이 나는 것은 글읽기로야 된다.... 마음을 닦는 데는 글에서 서 나은 것이 없다. 옛사람은 공부한다는 사람이 사흘만 글을 아니 읽으면 입에 가시가 난다고 했다. 그 대신 부지런히 공부하면 사흘만 있다 만나도 눈을 비비고 봐야 알아보리만큼 달라진다고 했다.... 우리 마음에도 길, 정로(正路)가 있다.

그대로 사람이 자꾸 가면 그 길이 막히지 않고 훤하지만 그만 며칠이라도 그만 며칠이라도 다니는 사람이 없으면 좌우의 풀같은 욕심이 그만 우거져 길이 막히게 된다. 욕심은 풀처럼 퍼지는 힘이 강하므로 쉬지 않고 다녀서만 금할 수 있다. 길은 발길로야 낸다. 이따금 낫으로 베는 것보다 날마다 한 번 씩이라도 다니는 것이 낫다. 산길로 가는 것은 나무꾼이거니와 마음길로 다니는 것은 누군가? 친구들이다. 살아 있는 친구 또 책 속에 있는 옛친구, 친구 오기 끊어지면 사람은 버린다. 살아 있는 친구는 세상일에 걸리고 먼 거리가 있으니 뜻대로 아니 되지만 옛친구는 책만 펼치면 곧 온다.

내 마음 속을 꼭 바른 길만 걷는 옛 어진이들,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석가, 예수,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하는 이들이 날마다 찾아오면, 와서 큰 일 없이 그저 한 번 왔다만 가도 그 길이 없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글로 마음 닦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이 릭을 필요 없다.... 잘 씹는 것이 중요하다....산 벗을 택해 사귀듯 글 속의 벗도 택해야 한다. 책은 골라 읽어야 한다. 책으로 고르고 고른 책 중에서도 골라 읽어야 한다.... 그 사람 제가 본 제 소리가 있는 책 스스로 얻은 것이 있는 책이다. 남의 것 빌어서 설명한 것은 아니 봐도 좋다. 그러므로 책은 고금으로 택해야 한다. 옛 고전과 현실문제를 다룬 책이다.”(
씨알은 외롭지 않다, 104-106)

이렇게 하여 마음의 양식을 풍성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때 마음은 평화로워질 수밖에 없다.

김조년 선생님은
■ 김조년 선생님은 현재 한남대학교 사화복지학과(사회학) 교수로 계신다. 함석헌 선생님과 많은 교류를 하시고 함 선생님이 서거하신 뒤에는 “함석헌기념사업회” 감사,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등을 맡고 계신다. 그리고 한남대학교에서 '함석헌과 한국사회'란 제목으로 사이버강의를 개설하고 있으며. 격월간 “표주박통신” 주필을 맡고 계신다.
■ 그 외 자본주의 대안운동으로 “대전민들레의료생활협동조합” 이사장, “대전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전 공동의장)을 맡고 계신다.
■ 저서로는 “사랑하는 벗에게”, “성찰의 창문으로 바라본 세상”, “평상의 편지”, 카토 본트여스 판 베에크, “그래도 내 마음은 티베트에 사네”(번역본) 등 다수가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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