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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사상

[김조년 제7강] 씨알은 권력을 탐하지 않는다.

by anarchopists 2020. 1. 3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3/25 10:14]에 발행한 글입니다.


시대의 낌새와 소리
씨알: 민중, 맨사람->혁명

씨알: 민중, 맨사람- 전체에 합일한 사람으로 표현되는 씨알은 궁극혁명과 화의 존재다. 이는 하느님의 손이다. 하느님의 손은 민중, 씨알의 손에 있다고 함석헌은 주장한다.(14: 145) 그 씨알은 어떤 존재인가?

“씨알은 말하자면 내재의 평화, 극소세계의 평화다. 본질적인 평화다. 씨알의 바탈이 평화요, 평화의 열매가 씨알이다. 그러므로 씨알의 목적은 평화의 세계 이외에 있을 수 없다. 극소는 극대에 통한다. 그러므로 산을 오르는 사람이 순간도 그 눈을 산봉우리에서 떼지 않아서만 모든 발걸음을 바로 할 수 있듯이 씨알이 스스로를 닦고 다듬으려 할 때도 세계평화의 이상을 잊고서 될 수 없다.”(
전집12: 282)

이러한 씨알은 누구인가? 이름 없이 일하고, 살고, 생각하고, 나타나는 인간의 무리들이다. 나라의 밑터, 문화의 지붕, 역사의 줄거리, 삶의 씨알이다. 이것 밖에 정치와 지식이 따로 있는 것 아니며, 이를 내놓고 군인, 학생이 따로 없다. 이는 뼈대, 신경, 잎사귀며 꽃이다. 전체요 전부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이를 통해 계신다.(14: 153)

이것은 풀무다. 역사의 녹슨 쇠가 거기에서 녹아 새롭게 되는 곳이다. 봉건주의, 군국주의, 제국주의, 자본주의, 공산주의를 다 쓸어 넣어 하나로 녹여 새것을 만드는 풀무다. 역사의 나중이요 시작이다. 영원한 미래 역사의 태반이다. 하나를 획책하지만, 개성이 있는 하나다. 하나 속에 전체가 있고, 전체 속에 하나가 있는 개성 있는 하나다.(14: 154-155)

“씨알은 개인숭배를 하지 않는다.... 씨알도 씨알끼리만 갈 수 있다. 이것은 교만해서가 아니다. 씨알밖에 씨알을 만들어낼 스승이 없기 때문이다. 참 스승은 밖에 있지 않고 씨알 제 속에 있다. 전체가 곧 우리 스승이요 아버지요 임금이다. 우리는 우리의 참 나를 전체 속에서만 볼 수 있다. 많고 적음도 문제 아니요 잘잘못도 문제 아니요, 죄인의 하나 둘이라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모이면 거지 하나님이 계신다. 생명은 전체의 것이요, 전체 안에서만 얻을 수 있다. 너와 내가 씨의 이름으로 전체 속에 한통 칠 때, 개구장 물이 큰 바다 속에 흘러들듯 감옥의 네 문을 활짝 열어 하늘 바람을 받아들이듯 저녁 영광 속으로 날아드는 까마귀가 그대로 황금빛에 빛나는 듯 단번에 나의 참 모습을 보게 된다.... 씨알과 씨알이 비비고 부딪칠 때 너도 아닌 나도 아닌 전체의 모습과 음성이 나온다.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살리는 것은 생명이요 생명은 전체에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우리 모임이 영웅 숭배하는 군대나 사상운동의 모임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12: 280)

다시 정리하면, 씨알은 하나의 세계를 믿고 그 실현을 위해 세계 씨알과 손을 잡는다. 씨알은 어떤 형태의 권력도 숭배하지 않는다. 씨알은 스스로 역사의 주체인 것을 믿고, 그 자람과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것과 싸운다. 씨알은 비폭력을 그 사상과 행동원리로 삼는다.


씨알이란 말은 민(民)이란 뜻인데, 자신을 모든 역사의 죄악에서 해방시키고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격을 스스로 닦아내기 위해 함석헌이 만든 말이다. 그이 스승 유영모가 동양 고전 ‘대학’을 강의할 때 친민(親民)이란 말을 ‘씨알어뵘’이라 사용하였을 때 그 말이 좋아 빌어서 쓴 말이다. 그러나 씨알을 씨알로 바꾸어 쓰면서 그 씨알 속에 철학과 역사의 의미를 넣어 개념화한 것은 함석헌이다. “ㅇ”은 극대 혹은 초월인 하늘을 표시하는 것이고, “ㆍ”는 극소 혹은 내재하는 하늘 곧 자아를 표시하는 것이며, “ㄹ”은 활동하는 생명의 표시다.

이 씨알은 선을 혼자서 행하지 않고, 너 나가 있으면서 너 나가 없다. 내 마음 따로 네 마음 따로가 없는 것이 참 마음임을 믿는다. 전체 안에 하나가 있고, 하나 안에 전체가 있다고 믿는 것이 씨알이다.(잡지 ‘씨알의 소리’에 실린 ‘우리가 내 세우는 것’에서) 이는 그래서 하늘과 땅을 하나로 묶는 맨사람이다. 이를 어떻게 역사의 주체로, 혁명의 주체로 갈고 닦고 이기고 단련시키는가? 자기 자신의 힘으로 끊임없이 자기교육을 한다. 그것을 혼자서가 아니라 함께 한다. 그 한 가지가 고전읽기다. (김조년, 내일 계속됩니다.)


김조년 선생님은
■ 김조년 선생님은 현재 한남대학교 사화복지학과(사회학) 교수로 계신다. 함석헌 선생님과 많은 교류를 하시고 함 선생님이 서거하신 뒤에는 “함석헌기념사업회” 감사,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등을 맡고 계신다. 그리고 한남대학교에서 '함석헌과 한국사회'란 제목으로 사이버강의를 개설하고 있으며. 격월간 “표주박통신” 주필을 맡고 계신다.
■ 그 외 자본주의 대안운동으로 “대전민들레의료생활협동조합” 이사장, “대전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전 공동의장)을 맡고 계신다.
■ 저서로는 “사랑하는 벗에게”, “성찰의 창문으로 바라본 세상”, “평상의 편지”, 카토 본트여스 판 베에크, “그래도 내 마음은 티베트에 사네”(번역본) 등 다수가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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