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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평화

[김영호 제8강] 함석헌- 산 것은 해치지 말자

by anarchopists 2020. 2. 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2/21 09:1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 서거20주기 추모 학술모임]


산것은 해치지 마라

함석헌도 이 세계를 ‘한개 산 생명체’로 보고, 간디의 불살생(不殺生) 즉 “산 물건을 해치지 말자”는 비폭력(아힘사)의 인도적 원래 의미를 되새기고(전집2:321) ‘온 생명’을 말했다. “민족도 오히려 작아. 이젠 세계, 세계만이 아니라 온 생명 - 동물, 식물도 한 식구로 생각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는 단계까지 왔어.” (2001:120-1)

간디 실천론의 핵심인 비폭력주의는 국가를 넘어서 국제관계로 확대된다. “나는 비폭력 이론이 또한 국가들과 국가들 사이에도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한다.”(1990:111) 개인들의 집합체는 가족이고, 가족들의 집합체가 국가이며, 국가들의 집합체가 세계인데, 비폭력은 모든 단계에서 다 적용해야할 보편원리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함석헌은 그렇지 못한 현실을 지적한다.

“개인 도덕에서는 남을 전적으로 믿는 것을 큰 인격이라 하고 양보하는 것을 아름다움이라 하는데, 국가 도덕에서는 아직 그렇지 않다. 나라란 근본에서 도덕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전집11:371)

윤리에서 나타난 개인과 집단간의 괴리를 없애자는 것이 비폭력 원리의 특성이다. 일부 소수 종파를 제외하고는 기존 조직종교들이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간디가 착수하고 함석헌이 동조했다. 비폭력은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 등이 제창하는 ‘세계윤리’운동의 기초가 될 수 있다.

간디와 함석헌이 공유하는 나라, 세계, 온 생명까지 아우르는 일원론적 보편주의(universalism)와 세계주의(internationalism, cosmopolitanism)는 함석헌의 전체주의(전체론 holism) 개념으로 더 구체화되었다. 가감 없는 공동체전체의 공존은 간디에게서도 뚜렷하다. 이는 전체주의에 근접한 공리주의(utilitarianism)와의 대조를 통해서 선명히 드러난다.

“비폭력의 신봉자는 공리주의 공식(최대다수의 최대행복/선)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모두의 최대행복을 달성하기 위하여 힘쓰고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시도하면서 죽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다른 사람들이 살도록 하기 위하여 기꺼이 죽으려 할 것이다. 스스로 죽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섬기려 할 것이다. 모든 이의 최대행복은 불가피하게 최대다수의 행복을 포함하며, 따라서 양 쪽은 많은 점에서 생각이 모아지게 될 터이지만, 언젠가는 갈라서야하고 심지어 대립할 때가 올 것이다. 논리적으로 공리주의자는 결코 스스로를 희생하지 않을 터이다. 비폭력절대주의는 스스로를 희생하기 까지 할 것이다.”(1990:81)

민주주의국가가 공리주의적인 정책을 시도하기 쉽지만 소수자를 포함한 ‘모두’를 배려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때는 비폭력주의자의 희생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렇듯이 간디에게서도 전체론적인 함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함석헌은 테이야르 샤르뎅의 영향을 받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전체론(holism)을 정립하여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것은 “히틀러나 무솔리니가 말했던 ‘totalitarianism'이 아니다.”(2001:120-)

이제는 개인으로 생각하는 단계가 지났고, “선은 혼자서는 못한다.”(전집2:300) 개인구원보다 전체구원만이 가능한 단계에 진입했다. 전체는 개인들의 총합보다 크다. 전체 속에서 공(公) 사(私)의 구분도 없어진다. “나 속에 전체가 있고 전체가 곧 나임을 안다면 공, 사의 충돌이 있을 리 없다. 빙공영사(憑公影私) 하는 것이 참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니지만 멸사봉공(滅私奉公)도 참 공이 못 된다. 정말 공은 사기 되고 사는 공이 된다. 그것은 공‧사의 대립을 초월해서만 되는 일이다.”(2:213) 이 경지는 바로 미국의 뉴 에이지 철학의 선봉장 켄 윌버가 제시한 통합의 패러다임 ‘무경계’(no boundary)에 다름 아니다. (김영호, 월요일 계속됩니다)

김영호 선생님은
인문학의 몇 분야를 방황하면서 가로질러 수학, 연구(스톡홀름대, 하버드대 펠로우), 강사(연세대 숭실대), 교수(인하대, 현재 명예교수)로 일했다.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그의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다원주의다. 다원주의를 통해 민족분단. 사회 및 지역 갈등, 종교간 갈등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사상적 준거는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이다. 그 동안,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079)에 관여,『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학회장직을 맡고 있다.(2015년 12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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