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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평화

[김영호-제1강] 함석헌과 간디의 유산- 들어가는 말

by anarchopists 2020. 2. 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2/13 10:18]에 발행한 글입니다.

[김영호 교수의 함석헌을 말한다-함석헌과 간디의 유산-1]

오늘부터는
지난 2월 3일 함석헌 20주기와 간디 61주기 추모 학술모임에서
강연되었던 글들을 연재로 싣습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김영호 교수님의
"함석헌과 간디의 유산"을
싣습니다.


글차례 1. 머리말/ 2. 비폭력 사상 및 실천/3. 종교관/ 4. 민족주의, 세계주의, 전체론 /5. 공인정신/ 6. 맺는말

1. 머리말- 우리사회는 유기적 공동체인가

지구 공동체는 지금 안녕하신가. 가령 우주의 다른 쪽 공동체 사람들(외계인)이 지구의 안부를 묻는다고 상상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벌어지고 있다.

각종 통계를 보면 밝은 모습보다는 어두운 쪽이 더 많다. 아프리카, 인도, 중국, 러시아, 남미 등 큰 덩치들을 떠올려보라.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할 만한가.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있더라도 도시에서 막일 하다가 춘절이라고 샹하이, 베이징에서 비좁은 기차 칸에 겨우 입석으로 20시간을 달려 1년에 한번 고향에 다녀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소수의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가난, 기아, 질병, 전쟁, 갈등, 자원고갈 등으로 다대수 주민은 하루도 영일이 없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 추운 동절에 눈앞의 임진강을 건너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난방을 하며 무얼 먹고 살고 있나. 인가다운 인간의 삶을 살고 있는가.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최고인 이 사회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정도의 문화 혜택조차 거부당한 인생이 인생이랄 수 있는가. 함석헌이 그린 이 수난의 역사는 언제까지 갈 것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유기적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가. 물질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그러기 때문에 더욱더, 인간의 정신이 단순화, 기계화되면서 삶과 생명의 궁극적인 목적과 방향 감각을 상실해가고 있다. 우뇌와 좌뇌의 균형, 심신의 균형을 상실한 반쪽의 인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인간성 회복을 위하여 교육과 종교가 바탕이 되어야 함에도 파행적 자본주의와 물질숭배의 가치관속에서 그 본분을 잃고 있다.

교육은 ‘전인교육’을 말한 지 오래지만 지식과 정보위주의 기술교육과 입시교육으로 파행되고 있다. 한국 교육은 세계에 유례없는 비율로 사립화 그리고 사교육화 되었다. 교육이 상품화되듯이 종교도 사유화, 상품화로 치닫고 있다. 종교는 신도를 내세 보장 보험 소비자처럼 취급하는 기업이 되었다. 종교개혁이 발생한 중세 유럽의 상황을 상기시킨다. 민족공동체는 간디와 함석헌이 현양한 공공정신을 살린 새로운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민족공동체들의 집합인 지구공동체가 이룩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함석헌은 ‘같이 살기 운동’을 제창했다. 이것은 강증산을 비롯한 근대 민족종교 창시자들이 도달한 ‘상생’ 사상과 맥을 같이한다.

삶의 외면, 바깥살림은 그렇다 치고 내면, 속 살림은 어떤가. 삶은 생명의 펼침이다. 생명은 몸과 마음(정신)을 통해서 활동한다. 인간들이 정신은 챙기고 있는가. 정신 차리고 사는가. 모두들 그야말로 ‘정신없이’ 살아간다. 몸으로만 살아간다는 말이다. 몸만이 아니고 그보다 정신과 영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잊고 산다.

만약 외계인들이 완전히 소비자가 된 청소년들을 본다면 더욱 놀랄 것이다. 우리가 온전하게 생명의 뜻을 발현하고 있는가. 이쯤에서 정신없이 달려온 길을 멈추고 성찰할 때가 되었다. 이대로 달려가다간 인간계가 욕망의 화신인 아귀나 축생 같은 중생계와 다를 바 없이 될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지적한 선지자들 가운데 가장 최근에 살다간 인물로 간디와 함석헌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오늘의 추한 인간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61년 전, 20년 전에 서거한 이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되새김해볼 때가 당도하였다. 이들의 사상과 실천은 아직도, 아니 더욱더, 유효하다. 함석헌이 외친 새로운 세계관과 새 가치체계의 (전집 5:277-9) 정립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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