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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귀태' 나쁜 말인가?

by anarchopists 2019. 11. 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3/07/23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귀태’가 나쁜 말인가?

최근에 이 나라 한 국회의원이 현직 박근혜 대통령 부친 박정희(朴正熙, 1917. 11. 14 ~ 1979. 10. 26, 두 차례 창씨개명을 함: 高木正雄 다카키 마사오,岡本實, 오카모토 미노루)에 대하여 귀태(鬼胎: 태어나서는 안 될, 불길한 존재, 혼외정사로 낳은 비정상적인, 이를 정치논리에 대입하면 정통성이 의심스럽다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라는 용어를 붙였다가 어이없게도 소속당 대변인 자리에서 사퇴하고 당 대표가 사과도 하였다.(2013. 7.11, 브리핑) 과연 그럴만한 일이었는지, 이 나라는 생각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인지 다시 생각케 한다.

이 나라는 참 우스운 나라이다.
못된 연놈은 막말을 해도 용서를 받고, 잘난 님들은 바른 말을 하면 몰매를 맞는 나라다. 같은 사안이라도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종교권력을 가진 자들은 무죄고 피지배층인 서민은 유죄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을 때 일이다.(2005.5) 한 당의 여성 대변인이 노무현정부에 대하여 “태어나선 안 될 정권이고, 태어날 가치도 없는 정권”(이 말을 한자를 빌려 말하면, 곧 노무현은 ‘귀태’라는 말이 된다.) 이 말을 하고도 그 여자는 몰매를 맞지 않았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점잖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여겨진다. 그로부터 8년 뒤, 권력이 친일친미세력에게 넘어가고, 역사의 궤도가 이탈(국가정보원 원장들의 비상식적 태도) 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 반대당에서 다시 현 정권이 귀태정권으로 가려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 말을 한 그 남자가 몰매를 맞았다. 이것은 이 나라가 갖고 있는 전형적이고도 더러운 속성이다. “내가 하면 당연하고, 남이 하면 나쁘다”다. 이런 태도는 참 나쁜 양심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보고 그에서 인용하여 말한 것이 문제가 왜 되었을까. 그것은 공화정(共和政)의 대통령을 군주정(君主政)의 왕으로 착각하는 한국국민들의 정서 때문이다. 곧 현직 왕(대통령)의 부왕(박정희)을 나쁘게 말했다는 봉건적 착각 때문이다. 이제 그러면 이 귀태라는 말이 과연 문제가 될 수 있는 말인지를 살펴보자. 먼저 그 대변인이 인용했다는 책을 만나보자

한국에서 출판된 그 책명은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에게 만주국이란 무엇이었는가-, 강상중, 현무암 지음/이목 옮김, 책과 함께, 2012.09)이다. 일본책 제목은 〈大日本·滿洲帝國の遺産〉, 《흥망의 세계사》 제 18권(東京, 講談社, 2010)이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일본제국주의 침략자들이 고구려 땅 만주에 세운 괴뢰정권 만주제국(1932. 3.1~1945.8.15.)의 정치체제와 경제정책, 그리고 사회구조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한민국과 일본의 정치제제, 경제구조와 사회문화에 영향을 준 모태(母胎)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과 일본의 사회구조를 만주제국체제 식으로 만든 장본인은 한국은 박정희(독재자)이고 일본은 기시 노부스케[岸 信介, 1896. 11. 13 ~ 1987. 8. 7, 세칭 昭和の妖怪로 불림, 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임, 일본인들은 ‘요괴’라고 조롱함]라는 주장이다.(앞의 책, 11쪽) 저자들은 이 책 1장 1절에서 박정희를 ‘귀태’로 표현하고, 같은 만주제국의 인맥(동창회 同窓會, 곧 이들을 우리는 친일파라고 부른다)들이 대한민국의 권력을 오로지 하였다고 한다. 곧 일본과 한국의 현 국가구조와 조직은 “무엇보다도 두 귀태인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인물을 통해 만주제국의 본질과 같은 연속성”을 갖게 되었다는 거다. 그래서 만주제국의 기시 노부스케가 주도한 통제경제(만주국 산업5개년계획)의 실험이 한국 박정희의 개발독재(경제개발5개년계획)로 계승(再現)되었다고 적고 있다. 또 “박정희가 추진했던 ‘한국적 민주주의’는 만주제국이 내걸었던 병영국가적인 국력배양과 총력안보체제의 유산”이라고 쓰고 한다.(앞의 책, 217~271쪽)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보면,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은 만주제국의 정치구조와 사회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는 사실이 된다. 곧 만주제국(전쟁에 광분하여 총동원체제로 가득 찬)이 그러했듯이 러시아(소련, 지금은 북한으로 바꿈)을 반대하는 방공(防共=反共)이념, 중앙집권적인 군부독재체제, 관료주도의 유교자본주의경제질서(통제경제=계획경제)와 국방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화학공업구조, 반공적 사회구조와 이념체제 등은 모두 만주제국에서 보고배운 박정희 동창들이 주도한 총동원체제로 보고 있다.(잎의 책, 309~312쪽)

그리고 박정희 쿠데타 정권에 이어 군부독재, 유신독재시절 국민개조운동의 하나로 실시되었던 새마을운동은 만주제국이 만주국내 한인(韓人)의 사상교화와 노력동원을 목적으로 한 통치조직인 만주제국협회회(滿洲帝國協和會, 1932. 7월 결성)를 모방한 민중동원체제이다. 또 박정희가 국가주의 사상을 주입하기 위해 실시하였던 ‘국민교육헌장’과 ‘국기에 대한 맹세’, ‘학도군사훈련’, ‘라디오체조’, ‘국민가요 부르기’, ‘주민반상회’ 등 국가주의이념 강제주입정책은 만주제국이 실시하였던 국가주의이념 강화정책들을 그대로 부활시킨 정책들이란다.(앞의 책, 268~274, 311쪽)

이렇게 만주제국 출신 친일파 동창들이 실시한 대한민국에 강제된 국가주의 독재이념은 박정희 사후,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에 계승되고 다시 만주제국의 국가주의 독재이념의 계승자인 박정희의 딸 박근혜(대통령)가 권력을 잡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귀태라는 용어가 되살아나오게 된 모양이다. 귀태 용어의 사용은 결코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볼 수 없다. 앞의 책 저자들이 말한 이야기는 모두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정희시대 일들을 ‘성공한 독재’로 미화시키는 무지한 지식인도 있다. 이는 역사학을 모독하는 뉴라이트들의 고질적 습관이다.

사실 귀태라는 말은 괴태(怪胎)라고도 부른다.(이를 일본식 조어로 표현한 연합뉴스 보도는 잘못 되었다. 2013. 7.12일자) 이 말은 중국 오대십국시대인 남당(南唐) 위지악(尉遲握)이 지은 《中朝故事》(중조고사)와 남송대 홍매(洪邁,1123 ~ 1202)가 지은 《夷堅支》(이견지)에서 처음 나온다. 이에 의하면, 죽은 남녀혼령들이 만나 낳은 자식을 귀태라 하고, 또 비정상적인 잉태를 귀태라고 하였다. 따라서 귀태는 사람의 비정상적인, 정통성이 없는 상태나 태도를 이름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입장에서 볼 때 과거의 역사적 사실들이 인간의 정상적인 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될 때 사용되는 말이 ‘귀태’다. 따라서 오늘날 발전되고 진화된 정치적 상황으로 볼 때, 전쟁에 광분하였던 일제의 괴뢰국 만주제국이나, 해방 후 한국에서 있었던 박정희 독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정치권력이었다. 그래서 이를 일컬어 ‘귀태’라 하였다면, 과거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귀태라는 평가는 잘못된 게 아니다.(현직 대통령과 집권당에게는 참된 역사적 사실들이 트리우마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한 정당의 대변인이었던 그 남자의 귀태발언은 순전히 앞의 책을 인용하였다. 그리고 지금의 정치상황이 매우 당시상황과 유사하게 흘러간다고 판단하고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데서 나온 발언인 것 같다. 현실을 보자. 한국과 일본의 국정책임을 맡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앞의 책 저자들의 말을 빌리면, 귀태의 후손임에 틀림이 없다. 아베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고 박근혜는 박정희의 장녀이다. 이 두 사람의 최근 행보를 볼 때 박근혜는 그 아버지 박정희를 닮아가고, 아베는 그의 조부 기시를 닮아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들은 참으로 약속이나 한 듯이 두 나라의 진실된 역사적 시실을 부정하고 있다. 또 아베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범죄를 부정하고, 박근혜 대통령는 5.16쿠데타를 5.16혁명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시절에 있었던 비인간적, 반인륜적 야차[夜叉[와 같은 행위(기시=요괴. 박정희=독재)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잘못이다. 사실은 사실로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의 현실권력을 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한국유신체제와 일본군국주의 부활을 음모하는 세력들을 권력의 조직에서 몰아내라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아버지 대통령이 저질은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딸 대통령이 바로 잡고 치유해줄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 아니겟는가. 귀태라는 말에 노발대발하는 태도는 앞에서 말한 “내가 하면 로멘스(romance)고 남이 하면 불륜(不倫)이다”라는 못된 말을 즐기는 습성과 같다. 이제는 남의 쓴 소리를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박정희 유신독재 때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사는 세상이 다시 돌아와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2013. 7.18, 취래원 狂人農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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