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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5.18광주민중학살, 그것은 ‘민족의 죄’다.

by anarchopists 2021. 5. 18.

“오늘 우리 민족 전체를 이 폭력주의의 악의 흐름 속으로 몰아넣는 주된 동기가 광주사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함석헌저작집》 4권, 316쪽)

“광주사건은 이제 당시에 저지른 사람들만 아니라 민족의 죄가 됐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이 우주가 그저 물질적인 존재만이 아니고 도덕적 정신적인 생명체이기 때문이다.”(앞의 책 4권, 318쪽) ​

이렇게 함석헌은 5.18광주학살을 ‘폭력주의’로 단정하고 있다. 그리고 ‘민족의 죄’로 단정하였다. ‘민족의 죄’가 광주학살만 있었겠는가, 이승만 반공독재, 박정희 군부독재 때도 있었다. 이승만 친미반공독재 때 패악적 학살의 예를 들어보자. 육군특무대(CIC)와 헌병들에 의한 전국적인 ‘보도연맹학살사건’(1950)을 들 수 있다. 보도연맹(國民保導聯盟)이라는 단체는 이승만 정권이 《국가보안법》 제정(1948.12.1.)과 함께 좌익(공산주의) 계열 전향자를 조직된 관제(官制) 반공단체이다.(1949. 6. 5) 그런데 ‘친미반공독재권력’이었던 이승만은 ‘6.25국제한국전쟁’이 일어나자(1950.) “보도연맹에 가입된 사람들이 조선인민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협조할 것.”이라는 의심만 가지고 제주를 포함한 전국에서 20여만 명이나 되는 보도연맹원들을 무차별 검속(檢束: 안보에 위협이 있다는 막연한 추측으로)하고 즉결처분(射殺)하였다. 곧 예비검속이라는 더러운 이름이다. 이로 인해 전국의 산하는 피바다가 되었다.

곧, 전국적인 ‘보도연맹학살사건’은 철저히 국가의 조직적인 명령체계에 의해 자행된 국가범죄이었다.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인간사냥, 학살이었다. ‘6.25국제한국전쟁’도 ‘민족의 죄’이지만 전쟁이 아닌데도 권력이 합법을 가장한 명령체계에 의한 ‘사법살인’ 또한 ‘민족의 죄’에 속한다. 이외 이승만은 전쟁 중에도 국군 제11사단 제9연대에 의한 이른바, ‘견벽청야작전’에 의한 산청․ 함양. 거창양민 대학살(수백 명을 학살)을 저질렀다.(1951. 2. 7)

이승만이 4.19시민혁명에 의하여 자신의 비호국가였던 미국으로 쫓겨 가자, 다음에는 박정희가 군화발로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짓이기며 권력을 찬탈한다. 이른바 5.16군사쿠데타이다.(1961) 민족의 비극이다. 민족의 수난이었다. 이후 박정희는 그가 이끄는 쿠데타권력과 유신독재에서 합법을 가장한 폭력(사법살인)을 남발한다. 아주 교활한 술책이었다. 이승만이 드러내놓고 칼을 휘두른 살인귀였다면, 박정희는 속으로 숨기고 살인하는 교활한 마귀할멈이었다. 그가 휘두른 사법살인을 열거해 보자. 5.16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만든 재판소에서 민심을 얻기 위해 자행한 사법살인을 필두로(민족일보 사장 조용수 포함 7명 죽임) 계속하여 빨갱이 죄를 갖다 붙여(간첩혐의) 사법살인을 패악적으로 자행하였다.

이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만들기 위한 공포분위기 확산이 목적이었다. 공포정치 그 자체였다. 다음은 박정희의 권력유지를 위해 조작(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밝혀낸)된 사건이요 희생이다. 학보병사건(學步兵事件, 1963), 경향신문 간첩사건(1965), 동백림사건(1967), 통일혁명당사건(1968), 인혁당재건위사건(1974), 부산대 간첩사건(1975), 서울의대 간첩사건(1975), 남조선민족해방전선사건(1979) 등 이외 그의 패악적 반민주, 반노동 독재권력에 항거하여 분실, 할복한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노동인권을 주장하던 전태일의 분신(1970) 민주화를 주장하던 대학생 김상진의 할복(1975) 노동권리를 주장하던 YH노동자 김경숙의 투신(1979) 등이 그들이다. 그리고 되먹지도 않는 긴급조치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생행로가 진흙탕길로 들어섰는지. 박정희가 격살된 지 40여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나약한 김명수가 이끄는 사법부(대법원)가 긴급조치 보상을 해결하지 않고 있다.

박정희가 독재권력 내부의 자기모순으로 피살을 당한(1979. 10. 26) 후, 이 나라에 또 불행이 찾아왔다. 권력의 야욕에 젖어있던 전두환이 또다시 신군부(하나회)라는 이름으로 최규하 머리에 권총을 들이대고 권력을 찬탈했다. 민족의 수난과 ‘민족의 죄’가 끝나지 않았음이다. “만일 군사독재가 계속되면 앞으로 군사혁명(혁명이라는 말은 저들이 말하는 용어지, 반란이다. )이 또 있고 또 있을 것이다. 그러면 민중이 결국 노하는 날이 올 것이요. 주리고 눌린 민중이 격분하여 터지는 날이 오면 인간의 이성이 힘을 잃고 사회는 피와 물과 연기 속에 빠져 버리고 말 것이다.”(앞의 책, 4권 25쪽)

함석헌의 예언은 들어맞았다. 전두환의 군사쿠데타가 또 왔다. 함석헌은 군사쿠데타가 또 있게 되면 민중이 노하게 된다고 예언하였다. 그의 예언은 맞았다. 이에 민중의 분노하는 함성이 있었다. 박정희가 죽임을 당한 후, 한국 사회는 순식간에 권력의 공백기가 발생한다. ‘박정희총살사건’(김재규에 의한)의 수사책임을 가지고 있던 보안사령부의 전두환이 이 기회를 포착한다. 전두환은 재빨리 군부에 오랜 동안 부식해 놓았던 하나회를 중심으로 신군부를 형성한다. 그리고 박정희의 친미반공정권을 승계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것이 한국의 군사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묵인하에 이루어진 기습적으로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체포하는 ‘12.12 하극상 사건’이다.(1979)

이로써 정승화(계엄사령관)와 김재규의 삶을 송두리채 짖이겨놓고 전두환은 중앙정보부의 권력까지 장악하고 군부독제체제를 구축한다. 그리고 권력찬탈을 위한 첫 단계로 계엄령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1980. 5.17계엄령 확대조치, 이를 5.7쿠데타라고 한다.) 그러자, 당시 남한의 ‘자유주의 세력과 민주세력’들은 더 이상의 군부정권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군부의 ‘친미반공정권’ 승계음모를 반대하는 시위집회를 연일 곳곳에서 열었다. 그러자 권력찬탈의 음모를 꾸미고 있던 전두환은 이를 군부폭력으로 탄압한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터져 나오는 열렬한 민주화 요구가 어느 한 지역에서 대규모로 폭발하도록 음모를 꾸민다. 바로 ‘광주’지역이다. 전두환은 비열하게도 지역감정과 반공이데올로기를 써먹는다. 그리고 김대중을 국가변란죄로 긴급체포하면서 광주학살의 신포탄을 쏘아올린다.

​광주시민의 민주화 요구를 “빨갱이와 그들의 사주를 받은 폭도들의 난동”으로 허위 선전한다. 거짓도 그런 거짓이 없다. 그래놓고 광주시민들의 민주항쟁을 살인폭력으로 짓누름으로써 민주화 투쟁에 쐐기를 박으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권력찬탈의 정당성을 삼으려 했다. 이것이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이 보여준 ‘5.18광주민중학살’의 주된 이유다.(1980) 곧 권력찬탈을 위한 학살계획이었다. 이승만, 박정희의 피를 마시고 광분하는 마귀가 되었다.

‘5.18광주민중학살’ 뒤, 전두환 등 신군부는 권력기반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음모를 또 꾸민다. 그것이 바로 반미/반군부적 성격을 지닌 모임과 단체, 그리고 그러한 인물로 지목된 자들에 대한 무차별 체포/구금이다. 지방에서 일어난 아람회ㆍ한울회ㆍ금강회ㆍ오송회ㆍ부산 미문화원사건ㆍ강원도지역학생의 미성조기방화사건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 중에서도 특히 5.18과 관련된 <아람회사건>은 일제시대 <105인사건>이 그러하였듯이 ‘있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미심쩍다는 학생들의 신고만 가지고 사건을 ‘있었던 사실’로 조작한 사건이다. 〈아람회사건〉에 연류 되었던 사람들은 수십 년 간 빨갱이로 낙인 찍혀 숨어살아야 했다. 글쓴이는 지금도 그 여파로 숨어 지내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숱한 고문을 받을 때 무릎 관절이 탈골된 적 있다. 그 영향으로 지금 걷기가 많이 불편하다. 밭일을 할 때마다 통증으로 고통스럽다.

이야기를 마무리를 하자. 함석헌이 말했듯이 이제 ‘민족의 죄’를 만들지 말자. 정치권력이 권력유지나 연장을 위해 그리고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제 나라 사람들을 학살하는 만행은 그쳐야 한다. 정치인들은 더 이상 정치가 최상의 직업이라는 전근대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국가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벗고 이제는 세계주의로 나갈 때다. 인류가 하나 되는 미래로 나가려면, 이 나라가 먼저 제나라 사람을 대학살 하는, 사법살인 하는 더러운 검찰폭력, 정치폭력, 국가폭력 행위는 이제 그쳐야 한다. 모든 게 사람다움으로 돌아와야 한다. ‘사람상식’을 되찾아야 한다.

정치가 해야 되는 역할은 사람 때려잡는 일이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람상식과 인격이 존중되는 사회로 만들어가는 일이다. 그리고 정치는 사람 뒤에 숨어서 나라사람들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사람 앞에서 설쳐대는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문재인이 많이 그런 역할을 했다고 본다. 2022년 3월의 대선에서는 사람 뒤에 숨어서 정치를 할 그런 착한 '인격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다. 쓰잘데 없는 말로 나라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그런 사람은 '인격대통령'이 아니다.(2014년 초고, 2021. 5.18, 함석헌평화연구소 소장 황보윤식)

* 아래 사진은 퍼왔다. 안중근이 민족의 원흉 이토를 격살하는 모습이다. 김재규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나라는 입헌군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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