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은 ‘통일의식’이다.
우리인간이 만들어내는 역사시간은 오류(誤謬)의 시간-성찰(省察)의 시간-정의(正義)의 시간을 거듭하면서 발전해 간다. 역사에서 오류의 시간은 우리 인간이 못 되게 저질은 잘못으로 본질적ㆍ구조적 모순이 존재하는 시간을 말한다. 비정의ㆍ비평화ㆍ불평등ㆍ불균등 등 비인간화된 구습의 틀이 지배하는 시간이다. 성찰의 시간은 이 구습의 틀과 모순의 질곡에 대한 자성과 함께 이를 깨려고 노력하는 시간이다. 흔히 변혁기ㆍ과도기ㆍ개혁기ㆍ혁명기 등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정의의 시간은 성찰의 시간에 가졌던 반성과 개혁(혁명)을 토대로, 한 시대의 역사적 정의(평등ㆍ평균ㆍ평화의 인간화)가 완성되는 시간이다.
한국역사에서 개화기 이후, 우리는 빠른 속도로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그리고 정보사회로 발전해 왔다. 그래서 선진자본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모든 삶의 형태를 한꺼번에 경험한 탓에 가치관의 혼돈상태가 선진 유럽에 비하여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런 탓에 우리가 만들어낸 역사시간의 오류는 우리사회 모든 면에 걸쳐 구조적 모순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부구조에서는 물신주의(物神主義: 아파트ㆍ자동차ㆍ전자제품ㆍ메이커 옷과 신발ㆍ웰빙 음식 등 명품제품에 가치를 두는)가 경제윤리로 자리 잡은 일이다. 곧 인간의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최고의 선으로 삼는 타락ㆍ부패한 경제관념이다.
이 탓에 ‘개인의 역량’과 ‘공공의 이익’에 앞서 ‘자본적 능력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를 사회정의로 착각하는 사회가 되었다. 인간의 인격(人格)보다는 명품물건이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사고의 모순’이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 이 탓에 상부구조에서는 물신주의에 따른, ‘비교육적 문화’가 ‘교육적 문화’(인문주의)를 몰아내고 독판을 치고 있다. 비교육적문화는 타락한 자본가의 자본축적 수단의 노리개로 전락한 ‘상업성 스포츠’와 ‘비예술적 연예’를 말한다. 그래서 물신주의의 상징인 비교육적 문화가 정보화시대 상징인 방송매체와 통신매체의 핵심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의 사고는 자본을 빠른 속도로 축적할 수 있는 ‘비교육적 문화’에만 매료되어 정신적 가치가 물질적 가치에 잠식되는 ‘정신공황(精神恐慌)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공황은 인간 삶의 모든 부분에서 ‘자아의 주체성’과 ‘우리 정체성’을 찾기보다는 명품물건의 상징인 미국에 대한 노예적ㆍ자발적 식민화를 지향해 가고 있다.
이제 역사시간의 오류(영토분단과 서로 다른 이념체제의 확립)에 놓여 있는 한국역사는 우리에게 성찰의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 물신주의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우리사회 하부구조의 모순인 자본적 물신주의에 의하여 인간성이 무시되고 인격과 인품이 매물 되는 사회현상에 대한 반성의 요구다. 이것은 우리시대에 새로운 시대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그 동안 남한사회의 ‘오류의 시간’을 강제해 왔던 ‘반통일적 산업화세력’(보수)과 이의 성찰을 통하여 평화와 정의사회로 가려고 하는 ‘친통일적 민주화세력’(진보)이 갈등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갈등구조에서 나타난 의지 중 하나가 민족을 통일하려는 정신이다. 그래서 ‘성찰의 역사시간’에 와 있는 우리가 가져야할 시대정신은 바로 민족과 영토의 ‘통일의식’을 갖는 일이다.
‘민족통일의식’은 우리사회 전반에 거쳐 개혁과 변화를 요구한다. 통일의식은 통일의 주체로서 통일의 상대인 북에 대한 배려부터 시작해야 한다. 바로 통일의식의 걸림돌인 남한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깨는 일이다. 먼저 하부구조의 타락한 ‘자본적 물신주의’를 배격하고 ‘주체적 인간주의’를 찾는 일이다. 물신주의에 의한 정신공황은 통일의식을 위협하는 요소이다. 그리고 상부구조의 ‘비교육적 문화’를 반성하고 ‘교육적 문화’가 우리 사회의 중심문화가 되게 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대미의존적 식민지 노예근성도 버려야 한다. 미국에 대한 ‘자발적 식민지화’는 통일의식을 위기에 몰아넣는다. 이렇듯 통일의식은 부패한 자본주의 반성, 명품 중심의 물신주의 배격, 비교육적 문화의 성찰, 자발적 미국화의 차단을 말한다. 이를 통해 남북이 통일된 조국을 이룰 때 우리역사는 ‘오류의 역사시간’을 마감하고 ‘정의의 역사시간’으로 가게 된다.(황보윤식, 2008. 4.24 초안, 4.26 탈고)
'함석헌평화연구소 > 취래원 농사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권력과 나쁜 권력 (0) | 2020.04.04 |
---|---|
악한 생명과 색(색깔)의 미학 (0) | 2020.04.01 |
함석헌의 통일주체론, 씨알에 의한 민족동질성회복이여야 한다. (0) | 2020.02.09 |
[포럼정론] 노무현 대통령은 죽임을 당했다. (0) | 2020.01.27 |
법원은 인권의 최후보루다 (0) | 2020.01.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