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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평화

[제1강]김경재 교수가 말하는 함석헌의 역사관

by anarchopists 2020. 2. 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8/12/31 09:1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 역사관의 바탕은 ‘생의 철학’

1. 함석헌 ‘생의 철학’의 특징

나는 독자들에게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의 사상적 바탕으로서, 19세기 후반부터 시작하여 20세기 초까지 풍미했던 유럽의 ‘생의 철학’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 적어도 함석헌의 한국사상사적 자리매김에서 그가 한국적 ‘생의 철학자’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철학사에서 ‘생의 철학’은 앙리 베르그송(1859-1941), 프리드리히 니이체(1844-1900), 빌헬름 딜타이(1833-1911), 게오르그 짐멜(1858-1918)등으로 대표되는 뚜렷한 사상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함석헌의 역사철학을 잘 이해하려면 ‘생의 철학’의 일반적 특성을 바르게 이해 하여야 한다. 실재로 함석헌은 20대 청년시기에 H.G. 웰스의 『세계문화사대계』와 앙리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등 저술물을 읽고 많은 영향받았음을 고백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표사상가들이 그들 사상의 내부에 들어가면 많은 차이와 특성들이 있지만, ‘생의 철학’을 그들사상의 중심축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다음같은 공통점들이 있다.

첫째, 생의 철학자들은 기계론적 유물론이나 형이상학적인 관념론을 거절하고, 실재란 철저하게 생성 중에 있는 것, 운동 중에 있는 것이라고 본다. 둘째, 생의 철학자들은 생명의 현실성에 주목한다. 한 그루의 꽃나무나 한 마리의 짐승은 전체 우주적 물리세계보다 더 놀랍고 가치있는 것이라고 본다. 셋째, 실재는 개인이나 집단이나 역사나 모두 철저히 유기적인 것이라고 파악한다. 그러므로, 생의 철학은 역사주의와 인격주의를 강조한다. 지구의 진화는 인격적 정신을 낳기 위한 산고의 진통을 겪어온 것이며 문명사도 그러하다고 파악한다. 넷째, 삶이란 반복과 누적을 통하면서 생명체가 더욱 인격화 되어가고 집중화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다섯째, 생명적인 것은 결국 역사적인 것이며, 그것은 반복가능한 물리적 사건이 아니라, 기계적인 반복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가치와 특성을 지닌다. 직관, 의지, 뜻, 가치를 추구한다.

2. 함석헌의 역사이해에서 생의 철학적 요소들

함석헌은 “역사란 무엇이냐?”라고 묻는 역사학의 첫질문에 대하여 이렇게 대답한다: “ 역사란 지나간 과거의 것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역사는 결코 지나간 것이 아니다. 현재 안에 살아있다. 완전히 끝맺어진 것이 아니라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 34쪽).

함석헌은 실증주의적 역사관 곧 가치중립적 서술목적의 역사관은 첨부터 불가능하다고 본다. 요즘 우파지식인들이 한국 현대사에 대한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역사재서술을 주장하지만, 결국 제눈에 제안경쓰기 이다. 함석헌은 이렇게 말한다: “ 인생은 목적운동이다. 그 사상이야 유물론적이건 유심적이건 사람인 다음에는 무슨 목적을 실현하려 움직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늘 도덕적으로, 값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만은 다름이 없다”(위와 같은 책, 45쪽).

결국 함석헌은 그 사람의 실재관이 유물론적이건 유심론적이 건, 그 선택은 각자 자유이지만 어떤 쪽이든지 가치와 의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 가치를 위해서 개인이나 공동체는 선택하고, 결단하고, 헌신하고, 의지적이고도 인격적으로 그 가치실현을 위해 몰입한다. 함석헌의 역사철학이 사상사적 계보에 있어서 ‘생의철학’ 계보를 잇는다는 필자의 주장은 그의 주저인 『뜻으로 본 한국역사』여러곳에서 확인된다. 예들면, 생의 철학이 실재를 유기체적인 것, 생성적 과정속에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면 함석헌 사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함석헌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역사는 결코 꼭 같은 것을 되풀이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산(生) 것이 기 때문에, 그 운동은 그저 끝없이 되풀이 하는 운동이 아니요, 자람이다. 생명은 진화한다. 적게보면 되풀이 하는 듯 하면사 크게 보면 자란다. ... 그러므로, 역사의 시대는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또 우리가 그 끝을 알 수 없는 무한의 바퀴를 돌고 있다. 아마 한번만인 바퀴일 것이다. (위와 같은 책, 57쪽)

위의 인용문에서 현대 젊은 이들에겐, 새로운 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식화된 말처럼 들리지만, 깊이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만물은 서로 얽히고 설키는 관계속에서 만물이 현전하고 생기(生起) 한다는 생각은, 동양철학 특히 불교나 유학의 기본생각이지만, 되풀이 되지 않고 자란다는 생각은 새로운 사상이다. 그 점은 함석헌이 서구문명 특히 그리스도교 문명의 영향을 받고서 동양철학적 실재관과 서양철학적 실재관을 통전함으로서 형성된 것이다.

줄여말하자면, 실재란 특히 생명현상이란 “되풀이하면서 자란다”는 명제로서 함석헌은 자기사상을 압축 표현한 것이다. 진화사상이란 오랜기간을 걸쳐 생명체가 자연환경에 적응해가면서 변화되어가는 창발적 과정인데, ‘점진적이고도 누적적인 변화’를 거쳐 어느 임계점에서 도약을 하는 형태로서 다양한 생물종의 탄생을 이뤄왔다.

내일은
김경재 교수님의 함석헌을 말한다.
제2부 "역사에서 개인의 공동체"가 개재됩니다.
계속해서 많은 열독 바랍니다.
김경재 교수의 함석헌을 말한다.

▲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김경재 교수님은

- 네덜란드 유트레흐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
- 한국 크리스챤 아카데미 원장역임
- 한국문화신학회 회장역임
- 현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신학)


- 대표저서: <이름없는 하느님>, <해석학과 종교신학>, <아레오바고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
/김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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