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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

파키스탄에서 보내온 편지

by anarchopists 2019. 12. 1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0/08 07:52]에 발행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한상진입니다.

현재 파키스탄에 머물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인터넷 사정이 좋지 못해서 자주 메일을 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1. 10월 7일, 오늘은 미국의 아프간 침공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7일 이전에 아프간에 들어가고자 했었지만, 파키스탄 국경을 월경한 미국의 대 탈레반 군사작전이 지속되면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많아지자, 파키스탄 정부가 국경지역에 대한 통제를 대단히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열려있어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국경의 많은 지역이 지금은 봉쇄되어 버렸습니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 10년이 되는 오늘을 한국에서는 완전히 이 날을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그 흔하고 흔한 ‘규탄성명’하나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또한 한국군의 아프간 철군 문제에 관해서도 평화운동 진영에서 조차 무관심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조금 일찍 아프간에 들어가서 소식을 전해내지 못한 제 책임도 상당부분 있다고 생각됩니다. 조만간 아프간에 들어가서 아프간 소식을 알아내도록 하겠습니다.

파키스탄 북부에 길깃이란 자치지역이 있습니다. 한국에는 K2봉으로 가는 길목인 훈자마을이 위치한 지역이라고 말하면 아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곳 길깃은 현재 파키스탄 통치하에 있긴 하지만, 인도와 중국 사이의 소유권 다툼이 일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파키스탄의 소수민족으로 파키스탄 사람과는 명백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이 지역의 사람들은 파키스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역이 특별 자치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어느 정도의 자치권을 갖기는 하지만, 군부의 영향력이 강한 파키스탄에서 지방정부가 갖는 권한은 대단히 미미합니다. 게다가 이 지역 주민들은 중앙정부에서 주관하는 투표참여와 피선거권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길깃지역 주민들에 의해 중앙정부 의회의원으로 선출된 사람을 의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아직도 의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헌법에 길깃지역의 주민들이 국민으로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도는 헌법에서 길깃지역의 영토와 사람들을 자국영토와 자국민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길깃의 주민들은 법적으로는 인도에서 실시하는 선거에 참여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수상직에도 입후보가 가능합니다.

즉 파키스탄 사람이 파키스탄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지만 인도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웃지 못 할 상황(澁暉構)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차별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은 분리 독립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옛날에는 카시미르, 티벳, 라다크 등을 아우르는 왕국이 통치하던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길깃-발티스탄이 독립을 한다면 카시미르의 독립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2. 터키에서 쿠르드족 게릴라와 터키 정부 사이의 무장 충돌이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쿠르드족 주민들은 한동안 잠잠하던 이런 무장 갈등이 내전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터키 군부와 행정부 사이의 권력싸움이 심화되면서 궁지에 몰린 군부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쿠르드족 게릴라에 대한 군사행동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전쟁은 군부의 사회적 영향력 증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터키의 권력싸움에 또다시 쿠르드족이 피해자가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11. 10.7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아쉬티(한상진) 드림

한상진 선생님은
평화운동가로, 중동평화 전문가다. 이라크 바그다드 등지에 체류하면서 구호활동 및 평화운동을 벌인 바 있다.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세계평화를 위하여, 세계정부 구성과 유엔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유엔의 상임이사국제도와 상임이사국의 종신거부권제 폐지 주장이 그것이다.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한 “군대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지금은 서울의 길담서원에서 매주 평화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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