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

[토요시사] 위험천만한 '천안함 몽니'

by anarchopists 2020. 1. 1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7/24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위험천만한 ‘천안함 몽니’

하나의 국면이 지나가면 다른 국면이 오는 것은 이치이며 상식이다. 지난 수개월 한반도를 지배했던 ‘천안함 국면’이 안보리 의장 성명 발표를 계기로 다른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은 국제정치적으로도, 민족적 차원에서도 당연한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국면전환 시도는 말할 필요도 없고 미 행정부도 전환 포인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최근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5월 북한의 리처드슨 평양 초청이 있었고 천안함 국면이 한창이던 당시에 미 행정부는 한국 정부의 반대 등을 이유로 방북을 보류했다. 그러다가 의장성명이 나온 이후 다시 리처드슨 방북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해 8월 빌 클린턴 방북을 연상케 한다. 클린턴 방북 이후 보즈워스의 방북으로 이어져 오바마 행정부 최초의 북미 양자대화가 진행되었으며, 남북 관계 역시 개선되는 분위기가 연출되었었다. 북한은 리처드슨 주지사를 매개로 하여 천안함 국면에서 ‘다른 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이같은 북한의 접근에 동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문제는 MB 정부이다
. 김영선 외통부 대변인은 19일 이 문제와 관련해 "천안함 사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고위 인사들의 방북은 시기 등을 포함을 해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명백히 ‘NO'라는 입장을 공식으로 표명한 것이다.

"북한이 먼저 국제사회에 보다 책임 있는 태도와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6자회담의 문턱을 높인 것이다.

유명환 외통부장관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18일 “전제조건이 붙어있는 6자회담은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며 “북한이 천안함 국면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북한의 6자회담 입장을 평가절하했다.

결국 천안함 몽니이다. 변화하는 현실에 발맞추어 새로운 국면을 주도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천안함 문제’에 고수·집착하겠다는 것 즉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과 노선을 그대로 견지하면서 6자회담 재개 등에서도 ‘몽니’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공식 발표도 아닌 한 매체의 언론보도에 외통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 논평을 하는 것을 보니 이들의 ‘몽니 결기’만큼은 높이 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천안함 몽니’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MB 정부의 외교적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평화를 위한 외교가 아닌 대결을 위한 외교, 통일을 위한 대북정책이 아닌 붕괴를 위한 대북정책을 고수할 경우 MB 정부는 외교 낙오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보다 한 술 더 떠 천안함 희생자들의 가족들까지 거론하며 ‘천안함 몽니’를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대국민 담화가 발표되던 날 “국민이 3일만 참아주면 북한의 핵심 목표를 폭격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던 한 언론사의 논설위원은 “천안함 어머니들이여”라는 19일자 칼럼에서 “아들의 해군 스카프를 두르고, 아들의 사진을 안고” “매주 서울광장을 돌”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은 약하고, 거대 여당은 정신적 발육 장애에 걸려 있고, 제1 야당은 남과 북 사이에서 해매고 있”으니 ‘천안함의 어머니들’이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앞장 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전쟁 승리를 위해 3일만 참으라고 했던 인물이었으니 ‘천안함의 어머니’들의 정신적 고통이야 그에게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글의 핵심요지는 북한에 대한 한 치의 흔들림없는 강경 태세이다. 미국이 어떻게 나오건 중국이 어떻게 나오건 혹은 한반도의 상황과 국민의 안전이 어떻게 되건 확고한 대북 강경 태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기 위해 ‘천안함의 어머니’들까지 끌여들인 것이다.

모를 일이다. 이같은 논리가 어느 시점에 가서는 일본 군국주의의 가미가제 특공대를 찬양하며 북한으로의 돌격을 선동하는 지경에 이르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2010.7.20,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