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명의 세가지 근본원리
함석헌 역사철학은 생명철학에 입각한 종교사관이지만, 그는 자기의 주관적 종교신념을 독단적으로 주장하는 반지성적 인물이 아니다. 물론 그의 사관에는 그의 가치관이 들어있지만, 설득력있게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이 겪고 지향해가는 보편적 원리를 붙잡아 그 것을 세가지 ‘생명의 원리’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역사관의 기조로 삼는다.
생명의 제1원리는 ‘스스로 함’ 이라는 것이요, 제2원리는 생명이 있는 곳엔 항상 고난이 있다는 ‘고난의 현실성’원리이며, 제3원리는 생명은 유기적인 것이요 관계적인 것이기에 ‘생명의 대속성’은 부정못할 실상이라는 것이다.
2. 생명의 제1원리는 스스로함
함석헌은 기계론적 세계관에 저항하고 생명론적 세계관을 주장한 ‘생의 철학’ 영향을 받았기에, 생명이 기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특징으로서 생명체의 자발성, 자유의지, 자기조직화의 운동, 자유를 향유하려는 경향성에 주목한다. 자유의지는 인격적 가치와 인격적 도덕성의 존엄성을 자각하는 생명의 단계에서 꽃핀 열매이다. 인간이 기계나 노예라면 법칙대로 운동하고 규칙대로 복종하면 모든 것이 잘 되어나간다.
그러나, 인격적 생명차원에 도달한 영물인 인간은 도덕적 명법을 거스르면 자기가 자기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도덕성의 엄숙한 신비는 칸트가 갈파한대로, 무슨 보상이나 효율적 능률성이나, 금전적 경제가치를 따라 측정되는 차원의 세계가 아니다. 정의와 공동선을 추구하면 당장 자기에게 불이익이 현실적으로 돌아와도 진실을 말하고, 심지어 하나밖에 없는 자기 생명까지도 내던지면서 증거하려는 가치세계의 수호결의는 너무나 숭고하다. 만인은 그러한 ‘무조건적 도덕적 명법’ 앞에서 거룩한 그 무엇을 느낀다.
전태일이 분신자살하고, 대운하 음모를 폭로한 김이태 연구관이나 삼성재벌의 비리를 고발한 사제단의 양심선언은 이를 잘 설명한다.
그런데, 인간이 역사적 존재로서 삶을 살아갈 때, 이러한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려면 인격적 자유를 견지해야 한다. 그러한 인격적 존재의 핵심적 특징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함’이라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치적 권력은 온갖 매스컴을 사유화하고, 사이비 논객을 동원하여, 민중을 기만하고 눈멀게 하고 가치판단을 흐리게 한다.
그러나, 생명의 엄숙한 제1원리가 ‘스스로함’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속아넘어간 민중이 잘못선택한 역사의 댓가를 고난이라는 결과물로 짊어지게 마련이다. 자유시민은 자기가 선택한 역사의 결과를 남에게 책임전가 시킬 수 없다. 함석헌에 의하면 역사의 재판장은 냉혹하리만큼 엄중한 분이어서 ‘원금에 이자까지 덧붙여’ 그 역사적 결단과 불의한 선택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함석헌에 의하면, 하나님의 역사섭리란 신의 경륜계획을 인간에게 강요하거나 덮어씌우는 타율적 강요가 아니다. 하나님자신이 자유 그 자체이기에 기계적 노예대상을 원하지 않는다. 도리혀, 섭리의 신묘함이란 개인과 집단의 자유의지를 통하여, 그 안에서, 간섭하지 않고 기르고 보호하고 이끌고 촉매하고 유인한다.
인간의 자기파멸적인 악의 선택을 막을 수 없다. 자유의지는 신을 부정하고 자기존재의 현실적 기반인 우주까지를 파멸해버리는 자학적 자살행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자발적인 선의 선택이 그만큼 존귀하기 위해서는 악의 선택가능성을 전제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생명의 제1원리가 스스로함이기 때문에 그 선택한 행동결과에 책임을 지게된다.
▲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 네덜란드 유트레흐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
- 한국 크리스챤 아카데미 원장역임
- 한국문화신학회 회장역임
- 현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신학)
- 대표저서: <이름없는 하느님>, <해석학과 종교신학>, <아레오바고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
/김경재
김경재 교수님의 함석헌을 말한다.-
생명의 제2원리는 고난, 생명의 제3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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