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포럼 성명서 및 논평

제주 비무장 평화의 섬 선언 제안취지문

by anarchopists 2019. 11. 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3/01/29 06:35]에 발행한 글입니다.


제주 비무장 평화의 섬 선언 제안 취지문


오는 27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선포한지 여덟 돌이 되는 날입니다.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 선포된 이유는 국내외의 군사력에 의해 끊임없이 고초를 겪고 희생을 당해왔던 제주도의 아픈 역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제주도는 평화롭고 단란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주민들의 뜻과 천혜의 생태적 질서에 반하여 군사패권을 추구하는 이들이 추진한 군사 요새화에 시달려 왔습니다. 3만 명이 넘는 제주의 양민들이 군사력에 의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던 4.3 사건 역시 그러한 비극의 맥락 하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만이 제주도의 진정한 얼굴은 아닐 것입니다. 그 참된 얼굴이 어떤 모습인가를 알 수 있도록 처음으로 서광이 비춰진 계기는 바로 미 소 간의 냉전 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동서의 화해는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심 위치에 놓여 있는 제주도는 이 지역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매개적 고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섬이라는 사실을 세계인에게 깨닫게 했습니다.

'91년 4월 18일 제주에서 개최된 고르바초프와 노태우 대통령 간의 한-소 정상회담은 제주도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동북아평화의 중심점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해 5월 17일 당시 미 켄터키 대학의 문정인 교수(현 연세대 교수)와 제주대학교 고성준, 양영철 교수는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태평양의 평화유지를 위한 국제회의에서 “신혼여행의 섬에서 평화의 섬으로”라는 주제 발표를 하면서 평화의 섬 제주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



평화의 섬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는 그 해 6월 30일 제주국제협의회 창립기념 학술회의에서부터 본격화되었습니다. 이 때 <제주의 지정학과 국제화: 과제와 전망>이라는 분과에서 “동북아와 제주도의 지정학적 위상”과 “동북아 질서와 제주도: 평화의 섬 구상을 위한 제언” 등의 논문이 발표되고 토론이 전개되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91년 10월 15일부터 2일간 개최된 제주국제협의회의 토론장에서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여기 참여한 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 전문가들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냉엄한 현실, 요원한 평화,” “평화의 섬을 위한 제언” 등을 주제로 활발한 논의를 전개하는 가운데 '평화의 섬 제주'에 대한 다섯 가지의 중요한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립한 바 있습니다.

1.첫째 제주도는 비무장화 되어야 한다.
2.둘째 제주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한 지정학적인 중심지임을 깨달아야 한다.
3.셋째 제주도가 국제적인 갈등과 논쟁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지역 센터가 되어야 하고 평화에 관한 연구와 훈련의 장이 되어야 한다.
4.넷째 제주도민들이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지역적인 노력을 전개해야 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5.다섯째 제주도가 평화의 개념과 일치하는 균형 잡히고 분권화된 자생적인 발전을 해 나가야 한다.

98년 2월 27일 제주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는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 선포하기 위한 실천전략 마련을 위해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이 세미나에서 “제주 평화의 섬의 국제 정치적 배경과 구축전략”, “평화의 섬 선포를 위한 모델선정 및 법, 제도적 검토”에 관한 주제발표와 전문가들의 토론이 전개되었습니다. 평화의 섬 구상에 대한 논의의 발전은 중앙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쳐 99년 개정된 「제주도 개발특별법」 제9장 에 '세계평화의 섬’을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세계평화의 섬 지정 관련 조항은 “국가는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할 수 있다”(제52조 1항)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세계평화의 섬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다음과 같은 사업 - 국제평화 및 협력기구 및 회의의 유치 등-을 시행할 수 있다”(제52조 2항) 그리고 “국가는 제2항의 사업시행을 위해서 행, 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제53조 3항)는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뒷받침 속에서 제주도는 2000년 6월17일 역사적인 6. 15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기념하고 동북아의 공동 평화와 번영을 모색하기 위해 제1차 세계 평화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이 포럼에 참석한 이들은 “평화가 공동번영을 위한 전제조건”임을 확인했고 “상호 관용과 인내, 그리고 화해에 기초한 남북한 교류와 협력의 확대만이 한반도에 평화공존과 통일을 실현시키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제주도가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의 공동 평화와 번영의 창출과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제주도가 한반도, 동북아, 그리고 세계 평화의 구축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한반도 및 동북아를 총망라하는 평화와 번영의 지식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이 지역의 분쟁예방 및 해소, 신뢰와 평화체제 구축, 평화정신의 보편적 확산과 국가 간의 자유로운 관광교류의 확대, 그리고 공동번영의 연계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는 등의 결의안에 뜻을 모았습니다.

2000년 제주발전연구원이 제출한 '제주 평화의 섬 모형정립과 실천방안'에서도 "동북아 국가 간의 이념 및 군사적 대립구조의 역학관계 속에서 제주가 군사적 대립과 전쟁 개입 가능성을 예방하고 한반도 내지 동북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중립화' 또는 '비무장화'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 했습니다.

제주 평화 포럼은 2005년 6월에는 제3차 제주평화포럼을 연달아 개최하였고2006년에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 평화와 번영의 체계적 연구 수행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주 국제 평화센터까지 건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관이 주도하는 평화 논의는 점차 무기 없는 비무장 평화의 섬이라는 본래의 정신을 훼손하며 점차 군사력으로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냉전시대의 안보 논리로 퇴보하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 10월 10일에는 제주대 평화연구소가 주최하는 “세계평화의 섬” 지정과 발전방안에 관한 워크샵에서 고성준, 장원석, 양길현, 고성빈 제주대 교수는 공동으로 '세계평화의 섬 지정 및 향후 추진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이들은 제주도가 '평화공동체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을 주장하며 그 예로 삼별초-도민 연대의 항몽 자주투쟁, 1901년 이재수 항쟁, 1931년 잠녀항쟁, 그리고 1948년 제주 4.3사건 등의 역사적 실례를 들면서 2002년 화순항 해군기지 반대운동 역시 제주도를 비무장 평화의 섬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도민적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제주도가 “대륙과 해양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두 세력 간의 각축장이 될 수도 있지만, 또한 두 세력의 완충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중립의 화해지대'”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한반도는 냉전과 탈냉전이 교차하는 지역으로서 여전히 평화와 비핵군사화를 위한 전진기지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거론하며 제주도가 '탈냉전에 대응한 비핵지대 및 평화회담 개최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주도의 중요한 역할을 지적하였습니다.

"특히 21세기 북한 핵위기, 한-중-일 3국의 패권적 군비경쟁 가능성, 미-일신안보지침 및 MD체제의 구축가능성과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 대만해협의 유사사태 등이 제주도를 둘러싼 주변 지역에서의 군사경쟁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세계평화의 섬 지정을 통한 평화지대 역할이 요청된다. 세계평화의 섬 지정을 통해 제주도를 비핵지대화 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지역에 있어서 평화에 관한 국제회의, 연구, 교육훈련의 중심지로 만들어 나가는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라고 구체적인 향후계획 및 실천방안까지 제시했습니다.

제주 평화의 섬 개념은 처음부터 제주도의 비무장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출발했습니다. 실제로, 제주 평화의 섬 지정에 따른 '개요'에서 평화의 섬 정책이 지향하는 '평화의 의미'는 "모든 위협 요소에서 자유로운 상태인 적극적 의미의 평화를 실천해 나가는 일련의 사고체계와 정책 등을 포괄하는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활동체계"로 정의하고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도 군사력에 의한 평화 확보는 그 내용에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제주 평화의 섬 정책의 최초 입안자였고 동북아시대 위원장과 국제안보대사를 역임했던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2001년 4월 제주를 '평화지대 (peace of zone)' 로 선포할 것을 제안하면서, 제주의 '비군사화(비무장화)'와 '중립화'를 국제적으로 선언할 것과 "장기적으로 군사목적의 선박 및 항공기의 기항과 기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전향적인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무장 평화의 섬을 향한 로드맵은 2000년 들어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면서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참여정부는 2005년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동북아 대결구도를 완화하고 중재하는 ‘동북아균형자’ 노릇을 자처하면서도, 군사력 증강에 의한 한미군사동맹을 강조하는 모순적이고도 분열적인 평화론을 제시함으로써, 막 그 싹이 움터 오르는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도에 대한 희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이러한 입장에 입각하여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화하기 위한 관제 학술회의를 개최하여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가 양립 가능하다는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했고 문정인교수와 같이 한 때 비무장 평화의 섬을 주장했던 학자들까지 이런 퇴보에 합세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시민은 2002년 10월, 당시 개혁당 출범 과정에서 제주를 방문해 "제주는 평화의 섬"이라며 "제주에서 무기를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2005년 12월, 당시 열린 우리당 제주도당 여성위원회 초청으로 이뤄진 강연에서 제주를 "특별자치도와 함께 '평화의 섬 '으로 강조했으면 한다"며 "해군기지 유치는 물론 어떠한 군사시설도 없는 그야말로 평화의 섬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07년 8월에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 자격으로 제주를 찾아와 "제주는 전략적으로 요충지"라며 해군의 숙원인 전략기동함대의 건설을 해야 한다는 이전의 자기 입장과는 상반된 주장을 했습니다.

이런 변절과 왜곡의 과정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 역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는 2001년 제1회 평화포럼 개막연설에서 "만일에 한국·중국·일본 동북아3국이 상호존중, 공동번영의 정신을 버리고 팽창주의적인 태도로 나아가면 제주의 (발전) 가
능성은 사라지고 오히려 지정학적 중요성은 다시 위험성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만일 팽창주의적 움직임 속에서 제주의 군사적 중요성이 부각되면 제주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다른 나라의 팽창주의적 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제주는 국제적 위험성 앞에 노출되고 말 것입니다." 라고 주장했으나 2010년 제주도지사에 재취임한 이후, 기회 때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해 본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나아가 작년 도의회에서는 '해군기지 공식 수용' 입장을 서둘러 천명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국가안보'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이들 '불순 종북세력”으로 몰아가며 공권력을 동원하여 이들의 반대행동을 무참히 '진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7년을 끌고 있는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반대투쟁이야 말로 평화의 섬 제주도의 비무장화를 위한 가장 대표적이고도 모범적인 비폭력 평화투쟁이었습니다.

이러한 지난한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는 비무장 평화의 섬 의 실현을 위해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함께 수고해온 “해군기지 반대 및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와 같은 시민 사회단체들의 꾸준한 협력이 있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천주교 제주 교구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특별 위원회를 비롯하여 개신교와, 불교, 원불교 등의 종교계 인사들도 자신들의 신앙적 전통에 입각하여 제주도가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어야 함을 끊임없이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강정 해군기지 반대 운동은 오랜 투쟁을 통해 점차 제주도민들로부터 고립되어가고 있는 상황 역시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런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19대 대통령당선은 제주가 비무장 평화의 섬이 되기를 열망했던 제주도민의 희망을 더욱 더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주도를 비무장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운동에 더 넓은 지역으로부터의 지지와 동참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에 상황이 만들어낸 절망의 질곡과 오랜 투쟁에 따르는 피로와 낙심에 굴하지 않고, 다시금 제주도가 처음부터 비무장 평화의 섬이었음을 천명하고 제주도에서 모든 군사적인 시설 설치와 활동을 금지, 퇴출시켜 제주도를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만드는 활동이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에 기초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모여 일차적으로 ‘제주 비무장 평화의 섬 선언’ 제안서를 준비하였습니다. 지난 1월 13일(일요일) 오철근, 양윤모, 송강호, 김영재, 박희은, Paco, 산호, 우보, 오두희, 제이, 신용인, 박용성, 정연길, 혜원, 강미경, 김국남, 나비 등은 준비모임을 개최하여 아래와 같은 기본원칙을 결정하였습니다.

1. 1월 27일 오후 3시 제주시의 한 장소에 모여 제주도가 비무장 평화의 섬임을 선언한다.
2. 선언서는 한 문장이며 그 내용은 “우리는 제주도가 비무장 평화의 섬임을 선언한다.”이다.
3. 그 시각에 선언장소에 참여한 사람만이 선언자의 명단에 등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장소에 참여할 수 없는 분들은 개별적으로 지지 선언을 할 수 있다.
4. 선언에는 단체 명의나 조직 명의가 아니라 개인 명의로 참여한다.
5. 선언 참가자는 “비무장 평화의 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현해야 한다.
6. 선언참가자는 참가비 일 만원을 현장에서 납부해야 하며 이 비용은 토론회 이후 석식비용으로 사용한다.
7. 선언 이후로도 비무장 평화의 섬의 실현을 위해 지속적 노력한다.
우리는 이런 원칙에 동의하시는 모든 분들이 1월 27일 선언에 참여하여 제주도가 명실상부한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2013년 1월 17일 제안자 : 송강호, 양윤모, 오두희, 제이, 최성희, 홍기룡, 실버
지지선언: 황보윤식, 최창우(이상 2013. 1.27)

위 글은 김승국 박사가 운영하는 "평화살리기"에서 퍼온 것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