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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포럼 성명서 및 논평

대한민국, 다시는 부끄러운 나라가 되지 말자

by anarchopists 2019. 11. 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3/09/06 06:54]에 발행한 글입니다.


대한민국,
다시는 부끄러운 나라가 되지 말자.

역사인식으로 볼 때, 대한민국의 정치수준은 아직도 봉건시대에 속해있다는 느낌이다. 그 이유를 중세 가톨릭의 종교권력과 연관하여 설명해 볼 수 있다. 유럽에서 그리스도교가 실제적으로 정치를 압권하고 있을 때(윔스정교협약: Concordat of Wormas, 1122, 체결이후), 적그리스도이론에 따라 그리스도교(당시 가톨릭)에 해로운 인물에 대하여 악마, 마녀로 처단한 적이 있다. 그 대표적인 역사적 사실들이 마녀사냥, 이단자처벌, 유대인 탄압, 종교재판, 우민화교리 등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중 십자군(1096~1272)의 사라센(이슬람)침략은 이단자의식이 가장 강하게 표현된 사악한 행위였다. 마녀사냥과 종교재판은 상호 연관관계를 가지면서 악랄하게 자행되었다. 그리고 종교재판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한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는 데 이용되기도 하였다. 종교재판을 하기 전에 늘 따라다니는 여론재판이 있었으니 곧 마녀사냥(표적수사)이다. 중세가톨릭의 마녀사냥에 등장하는 마녀는 ‘사회적 희생자’를 말한다. 마녀사냥은 겉은 종교적이지만 속은 정치적이었다.

우리는 역사교훈을 통하여 지금의 사회발전을 성찰한다. 중세유럽의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을 우리나라에 대입하여 이 나라 지금의 사회현상을 성찰해 본다. 우리 역사의 근대사는 일본제국주의(이하, 일제)에 의한 한반도 침탈과 식민지화로 비극의 싹이 트기 시작한다. 민족내부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내재적 발전(상업자본화, 실용주의화, 민주주의화, 자유주의화)이 서구적 노예자본과 제국주의적 침략논리로 오염된 일제의 침탈에 의하여 매몰되고 묵살된다. 그리고 36년만에 자발적 민족해방운동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타자의 재2차 대전 승리에 의하여 일제식민지국으로부터 해방을 맞는다. 그러나 식민지조선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들 중의 색깔이 다른 두 강대국의 정치적 이념에 의하여 두 동강이 난다. 당시 소련의 세계 공산화전략과 이를 막아내려는 자유주의 미국과 힘의 갈등이 있었다. 이 강대국들 힘의 대결이 당시 민족 내부 분단세력들의 권력욕과 서로 상응하면서 이 나라는 민족분열과 남북의 영토분단이 오고야 말았다.

그 후, 한반도 안의 두 정치집단(남과 북)에서는 공통된 악행이 나타났다. 그것은 정치이념을 이용하여 집권세력(독재권력)에게 반대되는 나라사람에 대하여 중세유럽식 마녀사냥과 종교재판(근대는 이것을 이념재판이라 한다)을 마구 휘둘러 왔다는 점이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북한은 프롤레타리아 독재자들이 자신들을 반대하거나 이론적으로 반대의견을 보이는 자들을 반동분자, 미제국주의 앞잡이, 자본주의 선동자 등의 명분을 붙여 인민재판을 열고 수많은 사람들을 처형해 왔다. 인민재판은 사실 권력자 중심의 집단적 문책(問責) 또는 보복적 사형(私刑)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한국국제전쟁(1950.6.25) 때 조선인민군들이 서울에서 인민재판으로 엄청난 사람들을 숙청하였다.(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간한 ‘2008 북한인권통계백서’ 참조) 최근의 사건으로는 <소련 푸룬제 군사종합대학 출신의 쿠데타 사건’(1992-93)>과 <6군단 쿠데타 모의사건’(1995.4)>이 있었을 때,(이상 《신동아》 2005년 8월호 참조) 인민재판을 통하여 엄청난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리고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남한에서도 독재권력들이 들어설 때마다 반공(反共)을 국시(國是)로 삼고, 반대세력들을 종복세력 빨갱이로 몰아 마녀사냥(언론에 미리 죄상을 유포하고)을 통한 이념재판(체제전복음모, 국가변란음모, 국가내란음모 등 죄목을 붙여)을 강행해왔다. 예로 6.25전쟁 때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보도연맹사건 등이 있다. 그리고 최근의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이승만 때 조봉암에 대한 사법살인(1959), 박정희 때의 민족일보사건과 조용수에 대한 사법살인(1961), 민청학련과 인혁당사건(1974), 전두환 때의 아람회사건(1981)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요 며칠 전 국회에서 동료국회의원(국가반란음모죄를 쓴)에 대한 체포동의안가결사건이 일어났다.(9.5) 참 부끄러운 일이다. 제 살겠다고 남을 죽이는 격이다. 마녀사냥의 본보기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수구정권을 세우는데 공을 들였음에도 이것이 오히려 선거법 위반 빌미가 되어 국정원 개혁을 주장하는 나라사람들의 촛불시위가 연이어 일어나게 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국정원이 진보세력의 대표적 정당인 통합민주당에 대하여 기획된 마녀사냥(여론재판)과 함께 이념적 사법재판을 진행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세간의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그런데 국회가? 참 나쁘다.

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하는 걱정을 해본다. 지금은 어떤 나라든지 한 지역에 안주하면서 자기 나라의 이익과 특정집단의 이익만 생각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또 한 나라에서 권력유지나 제도의 존속을 위해 나라사람들을 곤란지경에 빠트리는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이념과 갈등을 초월하는 세계화시대다. 이러한 세계화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봉건적인 마녀사냥이나 종교(이념)재판은 없어져야 한다.  게다가 제 살겠다고 동료의 처지를 내 몰라라 하는 국회를 가진 이 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이승만 때의 조봉암사법살인사건, 박정희 독재권력 때의 인혁당사건, 전두환 때의 아람회사건 등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제 이익(권력의 유지)을 위해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재판부도 다시는 사법살인이나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제 통합민주당이나 국정원 모두가 이 나라와 민족의 힘을 낭비하는 그런 우(愚)를 다시는 범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나라 발전과 세계평화에 기여할 힘을 모을 때이다. 그래서 세계무대에서 인류와 함께 평화를 꿈꿀 때이다.  (함석헌평화포럼, 2013.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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