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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일요 시론, 시평

전쟁이 아니라면, 평화를 적극화하라

by anarchopists 2020. 1. 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05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연평도 피격으로 확인된 세 가지
- 전쟁이 아니라면 평화를 적극화하라 -

다행스럽게도 한미 서해연합훈련 과정에서 추가적인 군사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연평부대의 포 사격훈련이 예정했던 대로 진행되었다면 충돌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어쩌면 북측은 연평도 공격보다 더 큰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연평부대의 포 사격 훈련을 제지한 미국의 정책 판단은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어쩌면 더 큰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정세의 긴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 과정에서 연평부대의 포 사격 훈련을 제지하면서 “(한미연합) 훈련 끝나고 하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실제 우리 군 당국은 12월 중순 경 독자적인 포사격 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연평도를 공격하게 만들었던 11월 23일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한미연합훈련 당시 진행되었던 반전평화 투쟁의 과제는 연합훈련이 끝났다고 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며 어쩌면 보다 더 큰 수준의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게다가 MB 정부가 연평도 피격 이후 연평도에 대대적인 전력 증강에 나서고 내년 국방비에도 무기 도입 비용을 대폭 늘리는 등 군사력 증강 일변도의 정책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같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현재의 이명박 정부로서는 군사력 증강 일변도의 정책 외에는 딱히 대책이 없기도 하다. 지난 3년 동안 추진했던 대북적대정책의 관성 상 급격하게 대북정책을 선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수층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MB의 입장에서 선택폭은 그만큼 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군사력 증강 일변도의 정책은 ‘나도 무언가 대응했다’는 자족감 외에는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 이미 남측의 군사력은 적정 수준을 뛰어 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적정 군사력을 명확하게 수치로 제시할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쩌면 적정 군사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한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군사력 일변도의 대응은 어떤 경우에 있어서든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군사력 일변도의 대응 외에는 딱히 선택지가 없다는 점에서 MB의 대북정책은 그만큼 더 전환의 요구를 받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선택지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군사력 일변도의 대응만 추진하게 된다면 더 큰 충동을 불러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연평도 피격은 우리에게 세 가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연평도 공격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한편 연평도 공격은 북측이 ‘전쟁이냐 평화냐’의 선택을 MB 정부와 미국에게 요구하는 것이었다. 연평도 피격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MB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도 확인하였다. 확전까지 염두에 두면서 ‘단호하게’ 대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는 ‘기막힌 처지’를 MB 정부는 경험했다.

따라서 다시는 연평도 공격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대화를 통해 그와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지난 10년의 과정은 대화를 통해 그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둘째 한미공조 및 외교 압박을 통해 다시는 북측이 그와 같은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역사 속에서 확인되었다. 한미공조는 북측의 ‘도발적’ 행위를 부추기는 결과만을 가져왔다. 중국 역시 북측의 ‘도발적’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즉 한미공조 및 외교 압박은 방법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대화를 통해 북측의 ‘도발적’ 행위를 중단시키는 것 밖에는 해결책이 없다. 대화를 거부해왔던 것이 남측이었다는 점에서 이 방법은 남측이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화를 하더라도 북측의 ‘도발적’ 행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같은 주장은 햇볕정책 무용론으로 대표된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우리 국민은 전쟁의 공포 없이 살아왔다는 점에서 햇볕정책 무용론은 근거가 없다. 한반도의 구조상 북측의 ‘도발적’ 행위, 남측의 ‘도발적’ 행위는 상존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남북 양측의 ‘도발적’ 행위가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행해지는가의 여부이며 남북 양측의 ‘도발적’ 행위가 상승하느냐 하강하느냐의 추세 여부이다.

지난 10년 동안 양측의 ‘도발적’ 행위는 통제 가능한 영역 안에 존재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양측의 ‘도발적’ 행위는 행위적 측면에서, 구조적 측면에서 하강추세를 보여 왔다. NLL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에서 진척이 있었으며, 서해에서의 평화지대를 건설하기 위한 합의도 있었다.

따라서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북측이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고, 우리의 노력을 북측은 ‘도발적’ 행위에 이용한다는 소위 ‘북한 낙인론’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바라지 않는 수구세력들의 관념의 산물일 뿐이다.

어떤 경우이건 전쟁은 안 된다. 그러나 현 상황의 방치는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현 상황을 방치하지 않고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대화이다. 이명박 정부는 두 개의 대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남북 사이의 대화 그리고 6자회담이다.

전쟁을 할 수 없다면 혹은 전쟁이 선택지가 아니라면 평화를 적극화하라. 연평도 피격은 바로 이점을 이명박 정부에게 주문하고 있다.(2010. 12.3,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자료: 《통일돋보기》 55호, http://nci.or.kr/bbs/tb.php/03_2_new/81
* 본문 중 사진 한민연합훈련 지도는 인터넷 안산신문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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