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아직도 이 나라는 국어, 국사, 그리고 국민인가

by anarchopists 2019. 12. 2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4/13 06:45]에 발행한 글입니다.

아직도 이 나라는 ‘국어’와 ‘국사’,
그리고 ‘국민’인가.

일찍이 함석헌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앞으로 세계는 하나의 세계일 것을 생각하고 그 세계의 주인은 민일 것을 생각하고, 이 교육에서 시급히 고쳐야 할 것을 찾아본다면 무엇인가? 학교 이름부터 국민학교란 것을 떼어버리고 유산, 무산을 가릴 것 없이 적령이 된 아이는 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 국민학교란 이름은 지난날 일본이 전체주의의 독재정치를 민중 위에 씌우려 할 때에 붙인 것이다. 거기는 국가지상주의, 민족숭배사상이 들어 있다. 이제 자라나는 아이는 세계의 시민일 터인데 그런 것을 붙여 인간성을 고의로 치우치게 하면 그것은 나아가는 역사 진행에 공연한 마찰만 일으키는 일이다.” (1959년 글; 《함석헌저작집》 3권(새나라 꿈틀거림), 한길사, 2009, 244쪽)

함석헌은 왜 국민학교를 초등학교(앞의 책 245쪽)로 바꾸자고 하였는가. 전통시대 우리나라의 학교제도는 그 동안 서당-향교ㆍ서원-성균관으로 이어지는 학제(學制)였다. 이것이 갑오개혁과 함께 근대식 학제로 바꾸게 된다. 고종의 교육조서(敎育詔書, 1985.1)가 그 처음을 알린다. 이어 소학교령(1895.7)과 소학교규칙대강(1895. 8)을 발표하면서 소학교교육이 실시된다. 그러다가 일제의 한국강점과 함께 식민지한국에 조선교육령(1911.8)이 발표된다. 이때부터 소학교의 이름이 보통학교로 된다. 식민지한국인은 의무교육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1930년대 만주사변(1931. 9.18) 이후 대륙침략을 위한 한국병참기지화 정책이 나왔다. 이를 지원할 문명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제는 조선교육령을 개정한다.(3차 조선교육령, 1938.3) 여기서 보통학교 명칭이 소학교로 바뀐다.

1940년대, 일제는 태평양전쟁(1937.7.7.)을 일으키면서 식민지한국에 황국신민화정책을 쓴다. 이러한 필요에 의해 조성교육령을 다시 고친다.(제4차 조선교육령, 1943.3) 이때 소학교가 국민학교로 개칭된다. 다시 말하면, 일제가 소학교를 국민학교로 개칭한 것은 한국인을 황국신민(皇國臣民)으로 만들자는 의도였다. 곧, 식민지한국인을 일제천황의 백성이 되게 하자는 의미였다. 진짜 한일합방의 의도였다. 그래서 황국(皇國)의 국(國)을 따고, 신민(臣民)의 민(民)을 따서 ‘황국신민을 만드는 학교’라는 뜻에서 국민학교라 하였다. 이러한 사악한 정책에 따라, 교과서에 국민(황국신민)이 되는 언어라는 뜻에서 ‘국어’(國語, 곧 일본어), 황국신민의 역사라는 뜻에서 국사(國史, 곧 일본역사)라는 과목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식민지한국인도 ‘국민’(日帝國民)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한국인의 민족해방운동이라는 내부적 요인과 세계2차 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한국은 해방이 되었다.(1945) 194년 이후, 일본은 국민학교를 '소학교'로 바꾸었다. 그리고 일제의 식민지 경험을 가졌던 중국과 북한도 각각 '소학교'와 '인민학교'로 바꾸었다. 그러나 한반도 남쪽 대한민국은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이승만과 친일파 관료 등 반공독재에 의해 대한민국이 성립(1948.8.15.)되었기 때문이다. 친일파 관료들은 옛 향수 속에 사는 여전한 황국신민이었다. 미군정기 동안(1945~1948) 친일관료들은 친미관료로 둔갑하였다. 그리고 한반도를 미국에 대한 자발적 식민지로 전락시켰다. 이들은 ‘국민’을 일본 대신 미국에 충성하는 국민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탓인지 국민학교라는 명칭이 50년간 계속 유지되었다.

국민학교라는 명칭에 문제가 있다고 처음 제기한 사람은 함석헌이다.(1959) 함석헌의 이상을 실천하고자 하는 일단의 사람(김남식, 이치석 등)들은 함석헌에서 이상을 실천하고자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명칭 바꾸기 운동을 일으켰다.(1990) 이들은 <국민학교 명칭개정 전국협의회>를 결성(1993)하여 국민학교 명칭개정운동을 전개하였다. 이 결과로 광복 50주년(1995)을 기하여 국민학교라는 이름을 변경하기로 하였다.(1995.12) 그리고 교육법을 개정하여 국민학교를 초등학교(primary school)이라는 이름으로 겨우 바꾸었다.(1996.3) 초등학교이라는 명칭이 나오면서 겨우 황국신민의 냄새, 제국주의 냄새, 침략주의 냄새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황국신민을 기른다는 의미의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었으면 에에 따른 후속조치들이 따라야 했다. 곧, ‘국어’는 ‘우리말글’로 ‘국사’는 ‘한국사’(또는 한반도사)로, ‘국민’은 ‘인민’으로 바꾸는 게 타당하다. 그리고 일제에 의해 강제된 한국의 영문표기 Korea도 Corea로 고침이 맞다. 그런데도 황국신민화시대 쓰던 용어들, 곧 ‘국민’과 ‘국어’와 ‘국사’가 이 나라 관제학교와 헌법에 버젓이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직도 일제청산이 안 되었다는 의미일까. 아직도 우리나라 교과서와 헌법에는 제국주의ㆍ침략주의ㆍ독재주의 냄새가 여전히 풍긴다. 친일적 친미관료들은 일본 대신 미국에 대한 충성 표시를 하고 싶었던 겔거다. ‘국민’은 미국에 충성한다는 의미의 국민이요, ‘국사’는 식민지근대화론과 미국의 원조로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었다는 설명을 하기 위함이요, 국어는 한글을 언문화(諺文化) 하고 영어물입을 하고자 함일 게다.

사람마다 이름이 있어 그 이름으로 사람을 알아보듯이 명칭은 매우 중요하다.(공자는 이를 正名이라 하였다) 침략국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고 곧바로 공항과 거리이름을 개명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또 베트남이 통일되고 나서 통일베트남의 거리와 공항이름에 호치민 이름을 많이 붙이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국어, 국사, 국민이라는 이름 속에는 제국주의, 침략주의, 독재주의, 반공주의 등 파쇼의 냄새가 난다. 이 비인간적, 비도덕적, 반민족적 냄새를 풍기는 명칭을 이제 우리가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2011. 4.13 아침,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 이미지에서 따온 것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