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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영호 교수 칼럼

새해메세지-"분노하고 투표하라" 절망의 나라를 구하라

by anarchopists 2019. 11. 2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1/01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새해메세지]

부끄러운 자화상,
남북 정권의 극복을 위하여

절망의 한 해가 가고 희망의 새해가 밝았다. 왜 절망이라고 하고 희망이라고 하는가. 지난 해에는 절망이 아닌 어떤 희망이라도 있었던가 셈해보자. 정치, 경제, 사회 하나하나, 나라를 이끌어가는 입법, 행정, 사법, 그것을 사실상 총괄하는 대통령, 어떤 쪽에 희망이 있었던가. 반측과 부패, 사실상 독재와 독선이 지배하지 않았던가. 절망의 그림자는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었고 그것이 개선이라는 확증도 없는 4대강 공사와 역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의 예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들 자체의 득실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충분한 과학적 분석 및 토론,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거의 옳지 한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권한이라는 이름아래 밀어붙인 사실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되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절차의 문제가 남아있다.

4년간 나라일(國事)이 그런 식으로 처리된 결과 이 사회가 과연 민주공화국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마치 북한이 표방하는 ‘인민공화국’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오죽하면, 신당창당을 주도하는 보수논객이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주류세력이 와해”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형식적 국가는 있으나 정신적 국가가 해체되고 있다, 주류세력이 이익집단화 했기 때문”이라고 했을까.

그렇다면 이제는 새로운 주류세력이 등장하는 것이 순서다. 수구세력이 언제 '정신'을 염두에 두었던가. 처음부터 ‘이익집단’이 아니었던가. 무엇이 ‘정신’인 줄이나 알고 있었나. 그 정신은 수구신문이 아니고 민중(씨알) 속에서 찾아야 했다. 그런데 수구세력과 언론은 민중을 오도하고 속이기에만 바빴다. 대통령이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를 흉내 내 ‘임사이구’(臨事而懼) (일에 임해서 두려워한다)를 신년표어로 삼았다는데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진정으로 두려워하는가가 중요하다. 수구언론이나 부자, 재벌이 아닌 90%의 국민이 아닌가. 4년이 지난 이제 와서 너무 늦었다. 사회질서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사회의 기본인 신뢰가 무너져 복구하기는 힘들어졌다. 민족의 사활이 달린 대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을 감시하고 시정해야할 사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은 것이 절망의 정치와 사회로 이끌었다. 국민은 ‘재벌 공화국’에다 ‘검찰 공화국’ 시하에서 벌벌 떠는 노예로 전락했다. 이 사회가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거기다가 다른 감시기구인 기존 언론매체가 구체제를 철저히 경호하고 감싸고 있다. 종합 체널인지 뭔가를 몽땅 인가하여 이제는 공정한 시사뉴스를 보도하는 방송이 한 군데도 없는 사회가 되었다. 신문은 그나마 두 개 정도는 공정한 보도를 하지만 수구신문에 비하면 그 비중이 미미하다. 젊은이들이 기존 언론보다는 새로운 매체 즉 사회관계망에 눈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기존 신문과 방송이 점점 자멸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면, 거기에 희망이 있다.

지난 주는 김정일이 죽고 3대 세습이 이뤄지는 소식이 전 세계인의 귀와 눈을 사로잡았다. 마치 군주시대의 사극을 보는 듯한 풍경이었다. 이것이 딴 나라가 아니고 바로 우리 민족이요 나라다. 나와 우리의 이글어진 거울이요 부끄러운 자화상을 세계에 비춰준 꼴이다. 남쪽이라고 큰 소리 칠 것 없다. 대통령이 중국 주석에게 통화거부를 당할 정도로 국격(國格)이 바닥에 떨어졌다. 북쪽인민은 사이비 사회주의에 최면당하여 환각상태에 빠져있고 남쪽국민은 잘못된 정치, 언론, 교육, 종교 때문에 미쳐 돌아가고 있다. 모두 그 사실조차 모르고,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함석헌이 진단했듯이) 정신분열증 환자들이다. 분단이 극복되지 않는 한 그 상태는 개선될 수 없다.

우리의 반쪽을 그대로 놔두고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을까. 남북정권은 민족반역자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 누구보다 우리 남한이 지렛대가 되어 남북이 상생하는 형제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서야한다. 흥부와 놀부의 화해가 필요하다. 두 형제의 위치를 바꾸어 흥부 형과 놀부 동생이라 하자. 어쩌다 박이 터진 형이 놀부 아우를 도와준다고 쳐보자. 형제간에 ‘퍼주기’는 당연한 의무요 미덕이 아닌가.

정치, 사회, 경제 모든 점에서 지난 4년간은 후퇴와 퇴행의 과정이었다. 그래서도 2012년이 민족사에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총선과 대선이 우연히 마주치는 절호의 기회다. 이 잘못된 흐름, 흙탕물을 끊어주지 않으면 5년, 10년이 문제가 아니다. 민족의 흥망이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엊그제 별세한 우리시대의 영웅 김근태가 남긴 유언 “분노하고 투표하라”가 실천의 요체다. 절망의 한 해에 그나마 희망이 있었다면 후반부에 있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새로운 정치세력의 부상일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정치가 등장하기를 희구하여 새해를 희망이라 이름해 보는 것이다. 이대로 절망 속에서 무너질 수는 없지 않은가. 시장선거의 충격으로 야당이 두 큰 우산(민주, 진보)으로 재편, 통합된 것은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다. 통합이 시대정신이다. 획일적인 통일이 아니라 이념과 방법론의 다양성을 살리는 통합과 통일(unity in diversity)이 동양문화와 한국 민중문화 속의 기본 틀(paradigm)이었다. 그 정신으로 정치를 개혁하고 통일을 준비한다면 희망이 있다. 용의 해에 용처럼 비상, 비약할 마음을 가지자! (2012년 새해 초하루, 김영호)

김영호 교수님은
인하대학교 명예교수다. 선생님의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에서 영향을 받은 다원주의다.

선생님은 늘 사회변혁을 갈망하였다. 하여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979)에 간여하였으며,『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지낸 바 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부회장 학술위원장직을 거쳐 함석헌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다.(2011년 8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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