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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문명인과 미개인, 그리고 5.18광주시민혁명

by anarchopists 2019. 10. 3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5/18 17:27]에 발행한 글입니다.


문명인과 미개인, 그리고
5.18광주시민혁명


1. 글쓴이는 때늦게 사과농사를 짓는 농부가 되었다.(엄밀히 말하면 과수농사를 짖는 농부는 참 농부가 아니다) 올해 글쓴이의 농장에는 사과꽃이 많이 안 왔다. 왜 그런 지 유심히 관찰을 해보았다. 친환경으로 사과농사를 짓는 과원은 대체로 사과꽃이 안 왔다. 그러나 관습농법으로 운영하는 과원은 대체로 꽃이 잘 왔다. 우리의 세상이치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명인(이른바, 권력자와 자본가 등 이른바 능력자들- 바꾸어 말하면 양심과 교양이 없는 자라고 할 수 있다.)들은 잘 먹고 잘 살고, 미개인(이른바, 노동으로 먹고 사는 서민들- 비교적 양심이 있는 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들은 못 살고 고달프게 사는 이치와 같다. 비료 팍팍 주고, 농약 듬뿍 주는 관습농법으로 농사짓는 과원은 올해도 수확이 좋아 돈 좀 만지게 되었고 친환경으로 농사짓는/양심껏 농사짓는 농부들은 올해 손가락 빨고 살판이다. 이게 하늘의 이치인가 보다.

문명인들이 볼 때 “역시 미개인들은 미개한 탓에 못 산다”라는 말을 하게 생겼다.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미개하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땅심을 인위적으로 살리기 위하여 비료라는 문명제품이 나왔다. 그런 문명이기를 사용할 줄 모른다면 아프리카의 미개인과 다를 바 없다. 대량생산으로 늘어나는 인구의 식량을 해결하려면, 밀식재료로 대량생산을 꾀하여야 한다. 밀식재배는 땅속의 영향소를 부족하게 만든다. 그 영향소를 보충해 주기 위하여 문명의 발달로 창조된 문명비료를 땅에 주어야 한다. 그리고 문명비료에 의하여 길들여진 과실나무들은 자생력(自生力)보다는 타생력(他生力)이 크기 때문에 병충해에 대하여 자기방어력이 약하다. 그래서 인간이 만든 문병농약으로 병충해를 인위적으로 방제해 주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친환경농법, 생명농법, 자연농법 운운하면서 문명농약을 거부하는 것은 동남아시아 오지의 미개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과실나무들이 자생력이 떨어져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실비실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게다. 이게 이 나라 문명인들의 사고방식이다.

2. 매년 5.18광주시민혁명(5.18민주화운동) 기념 날은 찾아온다. 5.18광주시민혁명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시민들의 ‘기의’(起義)였다. ‘기의’라는 말은 의로움을 일으켰다는 말이다. 인민(人民, 나라사람)들이 탐학과 부패, 그리고 부정과 비리 등 바르지 못한 통치권을 행사하는 정부권력에 대하여 저항하고 분노하는 행위를 ‘기의’라고 한다. 그럼에도 민주주의 정부에서조차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과서에 이 민중기의, 또는 농민기의, 시민기의를 반란(反亂) 또는 무슨 난(亂)의 용어를 쓰면서 정부권력에 반대하는 민중들을 반난군, 역적으로 몰아 쓰고 있다. 전두환 역시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이를 반대하는 광주시민군을 폭도로 둔갑시켜 그들을 몰살하는 폭력을 휘둘러 됐다. 그들은 반란군이 아니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시민기의군’이었다.

조선시대 16~18세기에는 폭악적(暴惡的) 권력과 가렴주구(苛斂誅求)에 대한 저항운동이 빈번하였다. 대표적으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연산군 때 “홍길동(洪吉童) 난”(1500~), 명종 때, “임꺽정(林巨正) 난”(1559년경), 숙종 때 “장길산(張吉山) 난”(1690년경), “홍경래(洪景來) 난”(1811)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앞의 세 난을 실학자 이익(李瀷,1681~ 1763)은 그의 저서 《星湖僿設》(성호사설, 1763)에서 3대 의적(義賊)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기의군’이라는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지배권력에서 볼 때는 이들이 반란일지 몰라도 나라사람입장에서는 결코 반란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삶의 해방을 찾는 문제이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찾자는 양심의 행동이었다. 탄압과 억압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며 저항이었다. 곧 ‘반란’이나 ‘난’이 아니라, 기의로 표기해야 한다. 그게 바른 역사표기다. 5.18광주시민혁명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 민주주의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짓밟은 자에 대한 저항이었다. 의로움의 분노였다. 정의와 자유의 찾자는 부르짖음이었다. 이러한 ‘민중기의’나 정의와 자유운동, 민주화 운동을 미개한 자의 짓거리로 보는 사회 최상층부들이 있다면 이는 삐틀어진 사회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3. 지금 우리 사회를 보자. 그리고 성찰해 보자. 우리 사회는 자본주위가 발달하면 할수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타락한 자본주의를 감싸는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곧 부자와 빈자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일류와 꼴찌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미개와 문명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강도정치와 양심정치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보수와 진보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전쟁과 평화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핍박과 자유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반공과 통일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불의와 정의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또 독재와 민주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불평등과 평등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독점과 균산의 틈새가 더욱 벌어지고... 개발과 자연의 틈새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폭력과 화해의 틈새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 앞의 나열된 말떼(語群: 부자, 일류, 독재, 강도, 권력, 핍박, 전쟁)에 가깝거나 좋아하는 부류들은 스스로 문명인이라고 자칭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문명인들은 뒤에 나열된 말떼(빈자. 평화, 자유, 양심, 민주, 진보, 정의)에 가까운 자들을 미개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기의’를 일으키는 자들은 미개인이라는 거다. 환경(자연)을 사랑하며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자는 미개인이라는 말이다.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무엇하러 통일운동을 하냐는 거다.

지금도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자칭 뉴라이트 최전선의 문명인들)들은 ‘5.18광주시민혁명’을 폄하하고 그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 5,18광주시민혁명은 미개인들이 일으킨 불장난이라는 거다. 이렇게 역사적 진실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나. 양심이 없으면 문명인이고 양심이 있으면 미개인인가. 농약을 범벅으로 쳐서 농사를 지어 과일을 생산하면 문명인이고, 친환경으로 힘들여 농사를 지으면 미개인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문명인이라면 이번 기회에 나라 차원에서 ‘광주’(光州)를 ‘민주의 성지(聖地)’로 만들어주었으면 한다.(2014. 5.18,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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